전 세계적 고령화 추이는 물론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도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의료기기 및 제약 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맞물리면서 삼성메디슨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초음파진단기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메디슨이 향후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의 큰 트렌드는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이다. 고령화는 물론 난치병 발병률까지 급증하면서 투입 의료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의료기기 시장의 최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및 난치병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즉, 의료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다수의 의료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문제 발생 시 빠르게 대처해 의료 부담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양한 의료산업이 고령화시대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의료기기 산업을 먼저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료기기의 보급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그 이후 전반적인 의료산업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09년 이후 연평균 7.5%씩 성장해 지난 2013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3248억달러(2013년 평균환율 기준 약 360조원)에 이르렀다.

이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연평균 12.2%씩 두드러진 성장률을 보였으며 이어 중동·아프리카, 북미·남미, 중앙·동유럽, 중동·아프리카 순을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향후에도 양호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 출처:중국의료기기연감 2013년, 한국무역협회

특히, 중국의 성장이 눈에 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 2009년 이후 연평균 27%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2001~2008년까지 연평균 20.8%의 높은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오는 2015년에는 3000억위안(약 55조원) 돌파는 물론 2018년에는 6000억위안(약 10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기 시장이 되는 셈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둔화, 중국 바라기 의료기기업계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 2011년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전년 대비 0.9% 성장에 그쳤지만, 2013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4조6315억원으로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시장에 랭크됐다. 특히, 중국, 브라질, 태국 등 신규시장에 대한 수출 증가에 힘입어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은 같은 기간 8.9% 증가한 4조2241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5억3691만달러(약 5950억원)를 기록해 수출실적 기준 1위에 올랐다.

2013년 기준 전 세계 초음파진단기 시장규모는 약 60.2억달러로 국내 초음파진단기 시장규모인 6억달러에 비교하면 상당히 큰 규모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초음파진단기 시장의 경우 GE(제너럴일렉트릭), 필립스, 지멘스 등과 같은 Big 3와 작은 규모의 전문기업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이후 기술개발의 가속화 및 경쟁 심화에 따라 업체 간 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기업이 경쟁하는데 필요한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스피드 경제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어렵게 되고,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불가피해졌으며 기술개발 비용은 계속 증가하지만 제품수명은 짧아져 그만큼 개발기간의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삼성메디슨도 피해갈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액이 연평균 6.7%씩 증가해 2013년에는 268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부인력 충원 및 합병으로 인건비 및 원부자재 부담이 증가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3년 기준 전년대비 7.1%포인트 하락한 1.6%에 그쳤다. 특히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7.5%에서 2012년 9.9% 상승해 영업이익에 부담요소로 작용했다.

삼성메디슨은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인 의료·헬스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조사 업체인 인메디카(InMedica)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삼성메디슨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4.2%로 세계 7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보다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고 있으며 중저가보다는 주로 고가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외형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삼성메디슨도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투자 환수 여부가 관건

삼성메디슨의 최근 3년간 실적추이는 의료기기 산업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다르게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주가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삼성메디슨의 가중평균주가는 1만1300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1조4420억원에 달한다. 지난 3분기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환산할 경우 약 5.6배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성장산업의 경우 매출액과 시가총액이 유사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삼성메디슨의 2013년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은 5.58배로 다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상장된 삼성SDS의 PBR이 5.7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이 또한 고평가된 것은 맞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성장성을 감안해 거래되고 있는 상황으로 절대적 수치만을 가지고 삼성메디슨의 현재 주가를 평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점에 대한 평가보다는 더욱 다양한 요소가 삼성메디슨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메디슨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을 보면 2012년 90억원에서 2013년 26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올해 실적이 좋지 못한 가운데 지난 3분기까지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96억원에 달해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의료기기가 ICT와 결합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모바일의 발전으로 전자의료설비 시장과 반도체 시장의 동반성장도 기대된다”며 “단순히 의료기기만을 놓고 보는 것이 아닌 삼성그룹 전체의 방향에서 삼성메디슨을 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이어 “초기 산업에는 투자가 집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손실은 투자로 간주해 향후 환수 이익에 대한 준비단계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올 들어 세 번째 회동을 가졌다. 이에 앞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도 지난 9월 중국 시장을 긴급 점검하는 등 삼성그룹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