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웃었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기다려왔던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 자율협약 졸업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김세영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는 아시아나항공의 소식을 들은 박 회장이 "지난 5년 동안 정말 온 힘을 다해 그룹을 다시 세우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 이제야 그룹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며 회고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9년 7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1년여의 공백기를 거쳐 2010년 말 경영에 복귀한 박 회장은 ‘그룹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복귀 직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333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2010년 금호산업 무상감자로 2500억원의 손실도 봤다.

김 상무는 “박 회장은 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재산을 털어 넣다시피 했다”며 “심지어 아내에게도 법인카드를 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불황이라는 악천후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그 어떤 소식보다 더욱 값지게 느껴질 것이다. 박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직원들은 그야말로 똘똘 뭉쳤다.

금호그룹 직원들의 박 회장에 대한 신뢰는 직원과 오너 관계이상으로 훈훈하다. 직원들의 어려운 상황에 항상 먼저 달려가는 박 회장의 몸을 던지는 스타일 때문이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송사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신뢰가 굳건하게 유지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5일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은행으로부터 자율협약 졸업을 승인 받으면서 금호그룹도 부활의 날개를 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채권은행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종료를 결정한 이유는 독자경영능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자율협약 종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 중이던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모회사인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이 지연되며 지금까지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왔다.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을 졸업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경영정상화에 접어든 셈이다. 지주사격인 금호산업도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원활한 매각을 위해 2년간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연장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오는 18일이 워크아웃 해제를 공식발표하는 날이지만 실무진들로부터 이미 워크아웃 졸업을 인정받은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과 2008년 각각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악재가 겹치며 대한통운,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등의 알짜 계열사를 매각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도 각각 금융권과 자율협약 및 워크아웃을 체결하며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총력을 쏟았다.

김세영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는 “박 회장은 이번 소식으로 그룹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노력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했다”며 “내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사훈인 ‘자강불식(自强不息)’처럼 전직원이 박 회장과 함께 그룹의 부활과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강불식이란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는 말로 오직 최선을 다해 힘쓴다는 뜻이다.‘역경(易經)’의 ‘건괘(乾卦)’ ‘상전(象傳)’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졸업을 통해 부활의 날개를 편 박삼구호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