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기술력이 좋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특허소송은 더 늘어날 것이다. 최근 샤오미도 화웨이에게 소송 당하고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들도 해외 특허괴물로부터 피소당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특허소송을 당하는 회사들의 7가지 특징을 정리해보고, 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하자.

1. 마케팅, 기획팀원들은 특허에 관심이 전혀 없다

마케팅팀에서 만드는 마케팅 자료와 마케팅 행위들은 상대방에게 최적의 먹잇거리다. 상대방은 경쟁사 또는 특허전문회사(특허괴물)라고 보면 된다. 우리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자료야말로, 특허를 쥐고 있는 상대방에게는 결정적인 증거자료인 것이다. 특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성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홈페이지나 브로슈어는 상대방에게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마케팅팀, 기획팀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기업의 현장을 방문해서 해당 기업의 맞춤형 특허교육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에서 마케팅팀원이나 전략기획팀원이 교육에 참여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박람회에 자주 참가할수록 당신의 기업을 특허로 소송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길 바란다.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 마케팅 자료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길 바란다. 특허는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들이나 신경쓰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당신의 기업을 특허소송의 길로 유도할 것이다.

2. 경쟁사가 무슨 특허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

특허컨설팅을 하다 보면, 경쟁사가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글로벌 강소기업을 지향하는 기업들조차 경쟁사의 어떤 특허가 자신들을 견제할지에 대해서 자료가 전혀 없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경쟁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시장을 뚫고 싶거나 경쟁사가 확보하지 못하는 기술을 확보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싶다면, 당연히 경쟁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데,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정보인 ‘경쟁사 특허정보’도 모른다면, 그 기업은 강소기업은커녕, 특허소송이라는 팔괘진에 휘말려 백전백패하게 될 것이다.

3. 전담 변리사와의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기업에게 변리사는 기묘한 존재다. 단순히 돈을 주고 사건을 처리해주는 관계 이상이다. 우리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인 ‘사업 아이템’을 논하는 전략적 파트너이자 회사 외부의 참모인 것이다. 변리사들은 대부분 바쁘긴 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상담요청을 거절하지는 못한다. 회사의 중요한 회의 때는 변리사를 불러서 같이 논의하는 것이 좋다. 변리사를 단순히 ‘돈 주고 일 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경우, 더 싼 변리사는 구할 수 있겠지만 기존 변리사는 어떻게 될까? 당신의 기업과 몇 년간 일한 변리사는 해당 기술분야의 전문지식을 얻은 상태일 것이고, 그 지식을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당신의 경쟁사와 일하는 것일 것이다. 전담 변리사가 정말 실력이 없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가격문제 등과 같은 사소한 문제 때문에 전담 변리사를 쉽게 교체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4. 특허를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특허를 비용으로 생각하는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특허는 분명 ‘투자’다. 비용은 줄여야 하는 것이고, 투자는 늘려야 하는 것이다. 특허를 비용으로 생각하는 회사들은 ‘개당 소요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싸구려 변리사들과 일을 한다. 하지만 특허를 ‘투자’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은 투자 아이템을 고르는 것처럼 발명을 꼼꼼하게 평가하여 해당 발명을 높은 가치의 특허로 만들어줄 실력있는 변리사에게 제대로 비용을 주고 ‘투자’를 한다. 삼성전자도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출원비용만 400만원 내지 500만원 이상을 투자한다. 투자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변리사와 협업을 해야 한다. 영업만 잘하는 변리사가 아니라 명세서를 제대로 쓸 줄 아는 변리사를 협업파트너로 선정해 사내 아이템 회의 때 초빙하여야 한다. 당신이 제시한 ‘더 싼 출원비용’을 받아들이는 자존심도 없는 변리사들은 절대 좋은 변리사가 아니다. 그들은 ‘싼 특허출원’을 하는 당신의 회사가 무의미한 출원을 계속하도록 유도할 것이며, ‘싼 특허’들을 수 백개 가진 당신의 회사는 경쟁사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원천급 특허를 보유한 선두업체의 특허 협상에 무기력하게 굴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던 ‘싼 변리사’는 당신이 힘들어지면, 당신 옆에 없을 것이다. 특허를 비용으로 접근한다면, 특허로 재미를 보기는커녕 허울뿐인 종이문서만 잔뜩 가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5. 이직이 잦은 특허담당자를 고용한다

특허소송이 증가하면서 ‘특허담당자’라는 직책이 인기 직종이 되었다. 그러나 제대로된 특허담당자라면 특허, 기술, 법률, 외국어의 4가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대인관계도 좋아야 한다. 안으로는 기업 내부에서 연구되고 있는 연구과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기술), 경쟁사 또는 내부직원들과 회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하며(법률),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특허를 무효시킬 외국자료들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영어). 또한, 전담변리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므로 특허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창의력도 있어야 하고, 문서작업도 잘해야 하고, 경영진에게 보고도 잘 해야 한다. 연구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당연히 좋아야 한다. 위와 같이 ‘특허담당자’는 많은 능력을 요구받기 때문에 신입사원이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부분 외부에서 경력직을 영입해오며 연봉도 상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직’이 잦은 특허담당자를 고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사에서 넘어온 특허담당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기술적인 부분을 모두 이해한 후 또 다른 경쟁사로 이직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경쟁사의 내부정보를 잘 알고 있는 담당자가 우리 회사의 특허담당자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상황에 우리가 당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삼성전자에서 특허를 담당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미국의 특허전문회사로 이직했다는 사실을 알아두기 바란다.

6. 특허도 없으면서 ‘세계 최초’를 운운한다

내가 만든 기술이 ‘새로운지’ 여부는 당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특허청에서 ‘신규성’을 판단하여 당신의 기술이 정말 세계 최초의 것인지를 판단해준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움’의 기준은 특허등록이 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특허를 받을 수 없다면, 새로운 기술적 특징이 없는 기술인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초’를 운운한다거나 상대방의 제품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카피’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만 상하게 하는 행위이다. 특히, 상대방이 돈이 많다면, 특허도 없는 당신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참고로, 최근에 웨어러블 분야에서 아디다스가 언더아머를 상대로 엄청난 크기의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그 중 원천특허 하나는 아디다스가 큰 돈을 주고 사온 것이다. 특허는 ‘최초’를 결정해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최초’의 아이디어에 대해 독점실행권을 주는 무기이고,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돈도 없고 특허도 없다면, ‘감히’ 세계 최초를 운운하지 않기 바란다.

7. 기업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미국에는 약 2500개의 특허전문회사(특허괴물)가 있다. 이들 중 많은 수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고용하여 아시아 기업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최근에 특허소송을 당한 국내 코스닥 상장기업의 경우, 보유특허는 몇 개 없으면서, 직원 수는 300명, 매출은 2000억에 이르는 훌륭한 ‘샌드백’이었다. 이들이 상장에 이르게 된 모티브는 ‘국산화’였다.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분석하고, 그것을 ‘우리 기술’로 구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특허의 게임룰은 잔혹하다. 구현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하게 최초 아이디어와 동일한 구성을 가진 것이라면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고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코스닥 상장기업도 상장 직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계열사로 M&A될 뻔했으나 미국에서의 특허소송 문제로 인해서 무산되었다. 미국의 특허전문회사들은 이미 고도로 전문화되어 기업정보가 공개된 국내 회사에 관한 분석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국산화’라는 이름으로 기술구현에만 열정적이고 특허에는 무식한 ‘공개된’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을 즐긴다. 아주 쉬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특허소송은 기업에게는 괴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버텨낼 수 있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애플도 2006년 Creative로부터 소송에 휘말리면서 특허경영기업으로 탈바꿈되었다. 당신의 기업이 위 7가지에 해당하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해당하는 사항들을 고쳐나간다면 분명 지속성장 가능한 특허경영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