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사 및 국내 방송사 7곳이 지난 1일부터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했다. MBC, SBS, CJ E&M과 종합편성채널은 신규 TV 프로그램의 한국 내 유튜브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으며 지상파는 1일, 종편은 8일부터 중단됐다.

방송사, 유튜브와 결별한 이유는?

돈 때문이다. 그동안 유튜브는 순수 광고 매출액의 30~40%만 콘텐츠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고 영업비용 및 사이트 관리비용 등의 명목으로 총 광고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제하며, 순수 광고 매출액만 산정하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 특히 방송사들은 매출액 대비 30%의 금액만 얻어 왔다. 이 지점에서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게다가 국내 방송사는 유튜브와 결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완전히 마친 상태다. 지난 6월 온라인 광고대행사인 ‘스마트미디어렙(SMR)’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토종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함께 연이어 콘텐츠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와 전향적인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결론적으로 콘텐츠 사업자인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담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내치는 한편, 새로운 플랫폼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조건은 훨씬 유리해졌다. 참고로 SMR에 속한 각 방송사는 해당 콘텐츠 편성권과 광고 사업권을 가진다. 이들이 포털과 나누는 수익 비율은 유튜브와의 계약조건보다 높은 9대 1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사가 50%, SMR이 40%, 포털이 10%를 나눠 갖는 구조다.

 

틀을 짜 본다면?

일반적으로 방송사는 ‘콘텐츠+플랫폼 모델’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경우 이러한 공식이 해당하지만, 케이블 및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케이블은 콘텐츠 제공자인 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존재하고, 플랫폼 사업자인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있다. 여기서 규모가 큰 업체는 ‘M’자가 붙어 MPP(Multiple Program Provider,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MSO(Multiple System Operator,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라 불리며, CJ처럼 PP와 SO를 모두 보유한 곳은 MSP(Multiple System Program Operator, 복수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신사 중심의 IPTV는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되며, KT가 보유한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도 플랫폼 사업자다. 최근 찾아보기 어렵지만, 지역에 군소단위로 흩어진 RO(Relay Operator, 중계유선방송)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방송사와 유튜브의 힘 겨루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몇 군데 포착된다. 우선 방송사와 유튜브의 대결국면을 통해 진영을 짜면 ‘콘텐츠 사업자(방송사) VS 플랫폼 사업자(유튜브)’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를 콘텐츠 사업자로만 규정할 수 없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은 콘텐츠 + 플랫폼 사업자이지만, 종편은 PP인 콘텐츠 사업자, CJ E&M도 콘텐츠 사업자로 나뉘기 때문이다. 즉, 지상파는 전통적인 플랫폼 + 지상파 모델을 보유했다는 뜻이며, 종편과 CJ E&M은 순수 콘텐츠 사업자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CJ E&M은 강력한 동맹군이 있다. 바로 SO인 CJ 헬로비전이다. 이 둘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 내부에서는 또 구분이 생긴다. 콘텐츠 + 플랫폼 사업자인 지상파, 콘텐츠 사업자이지만, 플랫폼을 보유한 형제가 있는 CJ E&M 그리고 콘텐츠 사업자 종편이다. 이들이 순수 플랫폼 사업자 유튜브와 대결하는 셈이다.

결국은 ‘공룡’들의 콘텐츠 주도권 전쟁

콘텐츠와 플랫폼이 혼재된 국내 방송사들이 온라인 플랫폼 강자 유튜브와 충돌하고, 상황이 힘들어지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라는 새로운 플랫폼 파트너를 찾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로는 온라인에서 거대 컨텐츠-플랫폼 사업자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전문 온라인 플랫폼의 인프라가 강화되는 한편, 이를 둘러싼 양쪽의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상파의 경우 N-스크린 ‘POOQ'과 K-플레이어’를 런칭하며 수익사업을 염두에 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지상파의 공익적 역할 논란에 휘말리며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콘텐츠와 플랫폼을 장악했던 지상파가 온라인-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뜻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 전쟁과 결을 함께하는 이러한 ‘절박함’은 독자적인 노력이 무너지자 유튜브라는 씁쓸한 대안을 찾게 만들었고, 재차 토종 포털과 손 잡고 반격에 나서는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시사점은 CJ 미디어의 미래다. 이들은 인프라나 영향력 측면에서 아직 지상파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온라인-모바일 정국에서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장 CJ의 N-스크린 ‘티빙’은 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그 외 ‘라이트’한 행보로 빠르게 신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와의 대결정국에 몰린 CJ 미디어가 콘텐츠와 플랫폼을 보유하고, 더 나아가 유튜브의 역량에 비견되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방송사 내부의 복잡한 콘텐츠 + 플랫폼 진영이 종국에는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SMR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사 진영, 즉 콘텐츠 사업자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면, 그 주인공은 강경한 지상파가 아닌 CJ 미디어가 될 확률이 높다.

방송사와 유튜브의 다툼은 결국 ‘콘텐츠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벌어진 일종의 힘겨루기다. 이는 온전히 플랫폼의 문제로 수렴되며, 플랫폼이야말로 다가오는 뉴미디어 시대의 중요한 키포인트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