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4일 부사장 42명, 전무 58명, 상무 253명 등 총 353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에서는 1일 이뤄진 사장단 인사와 더불어, 4일 단행된 임원인사가 삼성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한다.

“성과 있어야 보상한다”

4일 단행된 삼성 임원인사는 2008년 이후 최소 규모로 단행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반적인 실적 부진과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실적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의 모토가 어김없이 적용되는 분위기다. 삼성이 사장단 인사를 통해 안정 속 변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4일 단행된 임원인사는 말 그대로 ‘채찍’으로 여겨진다. 4일 승진자 규모(353명)는 지난해 476명에서 무려 25.8%나 줄어들었다. 인사 발표시점으로 역대 승진자 숫자는 2011년 501명, 2012년 485명, 2013년 476명이었다.

승진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인사도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작년에는 86명이 승진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인사로 전면에 섰으나, 올해는 34.8%나 줄어 56명에 그쳤다. 올해 발탁 인사는 부사장 8명, 전문 16명, 상무 23명이다.

부진한 실적을 받아든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 승진자는 165명에 그쳐 지난해 227명보다 27.3%나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승진자도 지난해 29명에서 올해 15명으로 약 50% 감소했으며, 삼성전기도 지난해 13명에서 올해 8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삼성전자의 DS부문 메모리사업부는 올해 승진자가 22명이나 됐다. 3분기 2조2600억 원의 실적을 거두며 주력이던 IM사업부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인 결과로 분석된다.

 

 

“젊어진 조직”

1일과 4일 인사이동을 거치며 삼성은 보다 ‘젊어졌다.’ 삼성은 이미 1일 단행된 사장단 인사에서 신임 사장단을 1960년생 이후 출생자로 100% 포진한 바 있으며(신임 사장단 평균 연령은 53.7세), 사장단을 제외한 상태에서 4일 실시된 임원 인사이동 결과, 신임 임원 평균연령은 46.7세로 작년 47세보다 젊어졌다. 최근 4년 동안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그룹의 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성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통을 강화하겠다”

이번 임원인사에 주목할 만한 부분은 홍보맨들의 부상이다. 앞으로 삼성이 외부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설 것임을 암시한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의 콘트롤 타워이자 두뇌인 미래전략실의 경우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준 전무와 노승만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정재웅 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사장단 인사에서 주요 라인업을 그대로 보전하는 한편, 일선 홍보맨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이준 신임 부사장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TV조선을 거쳐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획팀 전무로 영입됐으며, 올해 5월 미래전략실로 이동해 삼성의 ‘소통’을 총괄하고 있다. 노승만 신임 부사장은 1986년 입사해 2009년 미래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2012년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이 외에 김정석 삼성전자 부장과 김성홍 삼성SDI 부장이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여성공채 임원 대거 발탁..때가 왔다”

4일 임원인사에서 여성임원이 14명 탄생했다. 지난해 15명에 비해 1명 줄어 들었으나 이번 인사가 전반적으로 ‘축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약진이라는 평가다. 여성 임원 승진자 중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인사는 13명, 승진연한을 채우지 않은 인사도 무려 4명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류수정, 전은환 부장과 삼성생명의 안재희 부장, 제일기획의 정원화 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1994년 신경영 출범 직후 입사한 여성공채 초기 멤버 3명이 나란히 승진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박정선, 박진영 부장과 삼성SDS의 정연정 부장이다.

이들은 이번 인사에서 모두 상무 직함을 달게 됐다. 박정선 신임 상무는 무선사업 경쟁력 강화 부분에서, 박진영 신임 상무는 반도체 설비구매 인프라 강화에서, 정연정 신임상무는 다양한 핵심 시스템을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감각을 잡아라, 외국인 임원 9명”

3년 연속 외국인 임원도 배출됐다. 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는 역대 삼성전자 부사장 역사에서 세 번째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에서 외국인 부사장 승진자가 배출된 것은 미국 팀백스터 부사장, 중국 왕통 부사장에 이어 세 번째다.

앞으로 데이비드 스틸 신임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 및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데이비드 스틸 신임 부사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장기간 호흡을 만춘 바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네덜란드법인 물류담당 에드윈 VP(Vice President), 미국법인 모바일영업 트레비스 VP, 구주총괄 인사담당 리차드 VP, 태국법인 통신영업 위차이 VP, 방갈로르연구소 알록나스데 SVP, 실리콘밸리연구소 프라나브 VP, 미국법인 소비자영업 데이브다스 SVP 등 국외 현지 본사직원들을 대거 임원 승진시켰다.

특히 프라나브 신임 상무는 올해 33세로 MIT Media Lab 출신의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재원 중의 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