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 창을 띄운다. 초록색 검색창에 ‘네이버’라고 입력한다. ‘검색 포털서비스, 메일, 카페, 블로그, 지식iN, 쇼핑, 뉴스, 증권, 사전, 웹툰, 뮤직 등 제공’이라는 설명을 얻을 수 있다. ‘네이버에서 네이버를 검색’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네이버에서 궁금증을 검색한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1999년 ‘항해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내비게이터(Navigator)에서 이름을 따 출범했다. 현재 매일 페이지뷰 10억회, 방문자 1700만명, 검색어 입력 횟수 1억3000만회를 기록하는 국내 1위 인터넷 검색 포털 사이트다.

네이버의 전략은 ‘네이버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네이버랜드는 재밌는 콘텐츠가 가득해서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싫은 동네다. 네이버가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하려고 하는 이유다. 언론, 만화, 음악, 영화, SNS, 교육,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진출해 경쟁사를 고사시켰다.

이런 네이버도 흑역사가 있지 않을까. 네이버는 언론과의 마찰, 검색어 조작 논란, 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르곤 했다. ‘지식iN’ 같은 많은 히트 서비스를 탄생시켰지만 문을 닫은 서비스도 제법 있다. 소리소문없이 없어진 서비스도 다수다.

물론, 서비스 종료가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왜 그 많은 서비스를 접어야만 했을까?

 

이용자는 까다롭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밀려난 서비스들이 있다. 그리고 더 발전된 신규 서비스로 대체된 것들도 있다. 네이버의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 ‘마이홈’의 경우는 둘 다 해당된다. 개인 홈페이지가 인기를 얻던 시절, 이용자가 개설한 마이홈은 200만개가 넘었다. 하지만 블로그나 카페 등의 서비스가 급부상하며 자연스럽게 쇠락했다. 지난 2008년 전체 마이홈이 20만개로 줄어들자 네이버는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 출처=네이버

그다음 해엔 한일교류의 창구 역할을 했던 ‘인조이 재팬’이 문을 닫았다. 독도 영유권 분쟁 등 양국 간의 민감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누리꾼들이 설전을 벌인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용자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와 기능이 겹쳐 이용자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네이버는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다른 서비스를 통해 번역 기능이 제공되고, 여행정보도 블로그 등을 통해 풍부하게 제공되면서 서비스 이용률이 저하됐기 때문에 종료하게 됐다.”

네이버가 운영했던 ‘네이버 붐’도 지금은 이용할 수 없는 추억의 서비스가 돼 버렸다. 이 서비스는 유머 커뮤니티로써 한때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2012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광고와 연예 관련 글이 흘러넘치게 된다. 그 결과 이용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사라져버렸다.

결국, 네이버는 2014년 1월 6일 자로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 모바일 전용 페이지 ‘네이버 뿜’이 유머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네이버 붐 열혈 이용자였던 한 회사원은 “네이버 뿜에는 과거 네이버 붐에서 볼 수 있었던 창의적인 게시물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 출처=네이버

많은 서비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면, ‘한국형 트위터’라 불리던 ‘미투데이’의 서비스가 종료됐을 때는 여러 사람이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미투데이는 6년 만에 회원 수 1300만명을 돌파하며 토종 SNS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위기론이 제기됐다. 가입자 수는 그대로였지만 실사용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존 이용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떠나버렸다. 사용자가 줄어드니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는 결국 “새로운 가치 제공을 모색하겠다”는 모호한 공지를 띄우며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IT 파워블로거 맹성현 엠에스에이치리서치 실장은 “기존 SNS를 위협하는 신생 SNS는 특정계층에 맞는 타깃 코드를 가지고 있다. 미투데이도 독자적인 코드와 트렌드를 만들었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상생’을 모색하다

네이버는 빠른 속도로 신규 분야에 진출하기로 유명하다. 종종 ‘인터넷 공룡이 문어발식으로 사업 확장을 한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네이버가 사업을 확장하면 관련 업계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나곤 했다.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정치인들은 이른바 ‘네이버 법’을 들고 나와 족쇄를 채우겠다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네이버는 유관협회들과 벤처기업상생협의체를 출범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여러 서비스를 접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 출처=네이버

대표적인 사례가 ‘샵N’이다. 판매자는 샵N의 등록 절차를 거쳐 상점을 개설하고 물건을 팔 수 있었다. 네이버는 장터를 열어준 대가로 판매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자 즉각 기존의 오픈마켓 유통 강자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그들은 “샵N이 오픈마켓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했다.

이베이코리아와 SK플래닛은 곧장 모바일 네이버에 상품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결국, 네이버는 이들과의 관계 개선에 실패하고 샵N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스토어팜’이라는 유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서비스는 상품을 등록하는 플랫폼으로 수수료가 전혀 없다. ‘사업’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네이버 부동산’도 기존 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지난 2009년 네이버는 이 서비스를 통해 얼마 되지 않아 부동산업계의 절대강자가 됐다. 지난 2012년 이 서비스로 3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자, 네이버는 상생 협약을 계기로 부동산 자체 매물정보 서비스를 종료하고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들의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윙스푼’의 경우도 유사하다. 지난 1997년부터 맛집을 소개하던 ‘메뉴판닷컴’의 경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해 60억원대의 매출과 7억~8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지만, 네이버가 윙스푼 서비스를 시작한 뒤로는 2010년 매출이 30억원대로 줄었다며 울상을 지은 바 있다. 윙버스, 네이버 키친, 네이버 쿠폰 등은 모두 상생 협약을 계기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랜드를 위하여

네이버는 IT 공룡이라고 불리지만 언제까지 굳건하게 서 있을지는 절대로 알 수 없다. 네이버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3% 늘어난 7000억원, 영업수익은 88% 늘어난 1890억원이었다. 계속영업순이익은 1431억원을 기록했다.

얼핏 준수한 성적표로 보이지만 네이버가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 매출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메신저 서비스 ‘라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지적받는다. 수익구조 다변화에도 실패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샵윈도’, ‘글로벌 웹툰 챌린지 리그’, ‘지식iN 대입 컨설팅’, ‘네이버 포스트’,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등 크고 작은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홈페이지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특성을 완화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네이버는 ‘네이버랜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