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국내 경제연구소는 2015년 산업전망을 발표했다. 그동안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성장정체기를 겪고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철강, 석유, 조선 등 대표적인 기간산업이 불황에 빠지고 IT, 자동차산업이 후퇴 국면에 접어든다고 전망했다. 산업계 전반이 “성장멈춤” 상태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더구나 이러한 성장제로의 근본원인이 구조적인 글로벌 공급과잉에 기인하고, 엔저에 따른 일본의 경쟁력 회복과 중국의 꾸준한 성장이 새로운 샌드위치로 국내 산업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구조조정 회사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의 분석결과를 보면 이미 우리 기업의 10%는 당장 구조조정이 필요한 고위험군에 속하고, 16%의 기업이 부실경고 단계에 들어서 있다고 한다. 채권단이나 사모펀드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이 증가하고, 부채가 높은 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어 조만간 기업 구조조정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 시장에 매우 흥미로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기업경영 관점에서 구조조정은 피를 흘리는 아픔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대수술이다. 그들에게 흥미로운 기회란 결국 우리 기업들에는 고통이다. 혹자는 선제적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쳐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경영위기를 큰 고통으로 겪어 내는 사례를 많이 봤다. 피할 수 없는 구조조정이라면 머뭇거리지 말고 바로 시행하는 의사결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 기업에는 “성장 멈춤”의 위기를 극복하고 구조조정의 고통을 미리 방지 할 수 있는 역량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바로 다른 어느 나라 기업도 흉내낼 수 없는 왕성하고 창조적인 혁신역량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A사는 악화된 시장여건과 정체에 빠져 있는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 2015년을 원년으로 하는 총체적인 혁신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사적인 비전과 전략을 재정비하고, 조직구성과 관리체계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검토함과 동시에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현업 구석구석까지 실행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혁신리더를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며 체계적인 준비를 갖춰 나가는 A사의 노력은 몇 가지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혁신방향에 대해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첫째, 새로운 혁신활동의 핵심을 실행력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기업의 혁신은 시장상황과 경쟁사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기반으로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여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강하거나 회피하는 전략을 수립하면서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수립된 전략을 각 단위조직의 과제와 목표로 분배하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전략이 달성되도록 관리한다. 하지만 실패한 혁신의 대부분은 전략이 아닌 실행에서 실패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전략의 차별성보다 그 전략을 가시적 성과로 실천해 내는 실행력의 차이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혁신리더 육성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국내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A사 또한 다양한 혁신기법을 도입하고 선진기업들의 혁신노하우와 경험을 도입해왔다. 그 중심에는 혁신조직이 있었다. 이후 현장과 현업에서는 “해 보지 않은 기법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지만, 혁신리더들의 역할은 단순히 외부의 성공적인 혁신사례를 도입하는 창구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쳤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A사는 회사 각 부문의 우수인력들을 선발해 사내 컨설턴트로 집중 육성했다. 기업 내부의 인재는 체계적으로 훈련만 된다면 누구보다도 내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 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 내에서 실행 가능한 현실적 대안과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을 움직이는 인재들인 것이다. 그렇게 선발된 사내 컨설턴트들은 다양한 분석기법, 개선기법은 물론, 혁신 기초이론과 방법론, 다양한 사례분석과 실습과정을 통해 혁신을 이해하는 포괄적인 시야와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기획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셋째, 훈련된 인력의 역할기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사내 컨설턴트들의 종합적인 혁신 진단역량이 확보되면서 A사는 이들을 직접 경영진단에 투입해 세부적인 문제점을 도출했다. 소속된 단위조직이 아닌 전사 최적화 관점에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해 프로젝트화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진단결과를 최고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함으로써 진단의 결과와 제시된 대책이 전략과 일치되고 직접적인 경영성과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기업 내부의 인재들이 혁신의 중심이 되는 혁신추진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요즘 국내 산업은 성장정체를 넘어 이제는 성장 멈춤이라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지금의 성장정체를 뚫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은 결국 혁신에 있다. 그리고 혁신의 원동력은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이제는 보고 따라 배울 수 있는 선진 수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이미 내재된 충분한 혁신역량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부의 혁신역량에 집중하고 실행력에 집중하는 A사의 새로운 혁신활동은 큰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혁신은 성과 그 자체가 아니라 성과를 추구하는 다양한 방법이며 그 실천과정이기 때문이고, 실천과정을 혁신화하는 것이 바로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유일한 길이다. A사는 이미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