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미국 최대의 할인행사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됐으나 의외로 현지 분위기는 한산하다는 소식이다. AP를 비롯해 다수의 외신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엄청난 인파가 매장을 찾는 진풍경이 도처에서 벌어질 것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조용하다는 평가다.

▲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정치적인 문제로 벌어진 불매운동. 출처=AP

조용한 블랙프라이데이
11월 마지막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가리키는 블랙프라이데이(블플)는 유통가 최고의 대목이다. 미국 소매업체 1년 매출의 70%가 블플과 연말까지 이어지는 기간에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그 무시무시한 인기를 증명하듯 역대 블플에서는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고객들이 한정된 할인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난투극까지 벌이며, 심지어 총격사건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블플에도 미국 테네시주 존슨시티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져 다수의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미끼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인파가 쏠리며 압사사고도 발생했다. 인기 미국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는 블플에 물품을 구매하다 죽은 사람들의 사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각 매장에 사람이 쏠리고는 있지만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블플 당일 새벽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내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하긴 했으나 이는 블플과 상관없는 정치적 동기였다.

AP 및 다수의 외신은 대형 마트가 의외로 한산하며, 물품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줄을 서지않았다고 보도했다. 외신 인터뷰에 등장한 한 고객은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전에는 동물원 같았는데, 지금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올해 블플이 '의외로' 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고객분산이다. 월마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통공룡들이 블플 하루 전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사실상 블플을 두 개로 늘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블플 당일 고객들이 대거 몰렸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뜨거운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분산이 의외로 조용한 블플을 100%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IT기술의 발전으로 고객의 구매행태가 변화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 출처=AP

폭주하는 모바일 블플, "사람들이 여기에 있었네!"
블플을 맞아 글로벌 모바일 업계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최초로 모바일 트래픽 비중이 50%를 넘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블플 전날 모바일 트래픽 비중은 52.11%(현지시각 오후 6시 기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전체 트래픽의 절반을 넘겼다.

블플 당일은 약간 줄어든 46.7%(현지시각 오후 6시 기준)를 기록했으나 이 수치도 지금까지 모바일 트래픽 수치를 고려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정리하자면, 올해 블플에서 모바일을 활용한 쇼핑족이 크게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해외 직접구입(직구)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 구매족이 순식간에 글로벌 IT시장을 모바일로 진화시키는 분위기다. 모바일 거래 비중은 전체 온라인 거래의 26.1%에 달했다.

미국 최대 가전판매점인 베스트바이의 웹사이트가 네 차례 다운되는 한편, 유명 아웃도어 업체 카벨라스와 스포츠용품 쇼핑몰 풋로커 등의 사이트가 연이어 문제를 일으킨 것도 폭증하는 모바일 구매가 원인으로 보인다. 직구대행 전문 '퍼플맘의 스마트육아' 이수연 대표는 "블플을 맞아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직구 숫자가 엄청나게 급증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직구를 타고 성장하다
올해 블플을 통해 글로벌 유통회사들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전망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한산한 것과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한 사실은 결국 '구매의 플랫폼'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로 진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구를 통해 미국 외 지역의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모바일 트래픽이 빠르게 지분을 넓힌다는 것은 결국 모바일이 유통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블플 당시 모바일 트래픽 비중은 42.57%였으나 올해는 52.11%로 과반을 넘겼다. 이러한 트래픽이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중도 지난해 25.79%에서 올해 32.33%로 증가했다. 온라인 구매에서 모바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참고로 올해 미국의 온라인 업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8% 증가했으며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해 대비 20.1% 매출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구매의 공략 포인트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블플 당일 모바일 트래픽을 분석하면 스마트폰이 33.6%, 태블릿은 12.8%였으나 실제 구매비율은 스마트폰이 11.7%를 기록해 태블릿의 14.3%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쇼핑 물품을 확인하고 실제 구매는 태블릿으로 더 많이 한다는 점이 증명됐다. 모바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태빌릿 모바일 UI 버전을 자세하게 조성하고, 스마트폰 모바일 UI 버전은 다양한 제품을 비교분석하는 쪽으로 잡아야 유리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으며, 그 중에서 모바일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에 맞는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할인물품과 할인하지 않는 물품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등, 다양한 쇼핑 큐레이션 전략의 도입도 모바일 고객 증가에 커다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도 기회는 있다
블플을 맞아 모바일을 탄 직구족 러쉬로 직구 대행업체와 택배 업체는 호황을 맞았으나 백화점을 비롯한 기존의 국내유통 강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블플에 대비해 대대적인 맞불작전을 실시했으나 현재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직구와 겹치지 않는 물품들을 진열하는 방식'으로 면피성 대책만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블플이 모바일로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국내유통 강자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본적으로 보강하는 한편,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모바일 쇼핑 플랫폼을 빠르게 장악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옴니채널 등의 융합-시너지 전략도 괜찮은 방법이다.

블플이라고 떨지 않으려면, 허니버터칩 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치밀하고 정교한 SNS 전략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실시하는 한편 진정성을 보여주며, 모바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물론 더 정확한 키워드는 모바일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