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차원의 큰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LG전자는 TV 및 휴대폰 부문의 수장과 임원을 전면적으로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다. 조준호 (주)LG 대표이사를 LG전자 모바일 사업 본부장으로 선임하고 총 48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 조준호 대표. 출처=LG전자

지주사 대표를 맡아 LG그룹 전반을 끌어오던 조 대표를 LG전자의 간판 중 하나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 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조 대표는 마케팅 및 영업능력 등 실무경험이 탄탄한 인물이며, 한 때 LG전자의 북미지역 총괄을 맡아 전반적인 그림을 그린 바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전임 박종석 대표가 기술개발에 방점을 찍어 LG전자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조 대표는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 받아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LG전자 최고기술자문역을 맡을 전망이다.

조 대표의 후임으로 지주사 대표에 선임된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 본부장(사장)은 그룹 전반의 로드맵을 작성하고 가다듬는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하 사장은 세계 최초로 OLED UHDTV를 개발해 그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2012년 지주사 부사장인 시너지 팀장을 맡아 전반적인 조율능력에 대한 검증도 끝난 상태다. 하 사장의 후임으로 LG전자의 TV사업을 총괄할 인물은 권봉석 전무가 맡는다. 권 전무는 이번에 부사장으로 진급했으며, 하 사장과 마찬가지로 시너지 팀장 출신이다.

하 사장은 조 대표와 같은 학자형 CEO가 아니라, 철저하게 현장을 누비는 야전형 CEO로 알려져 있다. 하 사장이 지주사 대표를 맡았다는 것은 결국 LG그룹 전반에 ‘강력한 자극’을 주고자 하는 구본무 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이동과 함께 생활가전을 맡는 HA사업본부와 에어컨을 맡는 AE사업본부를 통합해 H&A사업본부를 발족시켰다. 여기에는 고졸 출신 세탁기 전문가로 유명한 조성진 사장이 선임됐다.

LG디스플레이 인사이동은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힌 분위기다. 사장 1명, 전무 3명, 수석연구위원(전무급) 1명, 상무 11명 등 총 16명에 대한 승진 인사가 발표됐다.

▲ 여상덕 부사장. 출처=LG디스플레이

지금까지 LG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담당했던 여상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최고 전문가인 여 부사장은 다양한 기술분야 수장을 섭렵한 LG디스플레이의 핵심이다. 이 외에도 수익성 강화에 매진했던 김동수 상무와 신기술 및 신제품에 대한 품질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온 품질 분야 전문가 이득중 상무, 신기술 개발을 통해 사업 인프라를 보강해온 하용민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이번에 단행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인사는 결국 도전과 성과를 말한다는 평가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지휘할 조 대표는 대표적인 전략가이며, LG디스플레이 전반을 조율하는 여 부사장은 연구개발에 특화된 전문가다. 이를 바탕으로 LG는 또 한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