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지난 5년 내 최저로 떨어졌다.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석유 카르텔도 현재의 전 세계 원유 과잉 공급을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세계 최대 석유수출그룹은 유가 하락을 두고 “실제 가치로는 작은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원유 감산 합의가 불발에 그친 것을 인정했다.

OPEC 사무총장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Abdallah Salem el-Badri)는 “가격 하락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겁에 질려 서둘러 뭔가를 해야 한다고는 정말 생각지 않는다”면서 “시장을 더 지켜보겠다. 유가 하락이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시장은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퍼스트에너지 캐피탈(FirstEnergy Capital)의 상품 분석가인 마틴 킹은 오는 2015년에 원유가가 배럴당 최소 10달러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킹은 “내 생각에는 오늘 시장의 하락세 이상의 뭔가가 있다. 그들은 흔쾌히 2015년 중반에 만나 다시 얘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면서 OPEC 공식 보도자료의 ‘캐주얼’한 언사를 두고 ‘불길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내년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배럴당 80내지 90달러로 추산하던 스코시아뱅크도 OPEC 회의 이후 배럴당 70달러로 낮춰 잡았다. 스코시아뱅크(Scotia Bank)의 부사장 패트리샤 모르는 OPEC이 미국 셰일 오일 생산이 둔화될 때까지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만 보기로 했다면서 70달러 이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OPEC 내부에 석유 감산 찬성파와 감산 반대파가 맞섰다. 아델 압둘 마디(Adel Abdul Mahdi) 이라크 석유장관은 지난주 이라크 국회에서 OPEC 내부의 ‘가격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인정했다.

유가 하락은 석유 카르텔을 가진 OPEC 회원국 중 몇몇에는 심각한 걱정을 가져다 줬다. 재정을 원유 수출에서 얻고 있는 대다수의 이들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일 때 겨우 정부 예산을 유지하고 있고, 많은 경우 100달러 이상이어야 재정수지 적자를 맞지 않는다.

재정수지 방어와 정상적인 국가 재정운영이 어려워져 감산을 해서 유가를 올리고 싶어하는 국가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가 대표적이다. 반면, 생산비용과 재정 운영비용이 다른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미국 셰일가스와의 가격 경쟁력을 들어 저유가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에너지 전문가 시몬 워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만 국가들은 한동안 감산에 저항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그들은 충분한 재정 자산을 갖고 있어 급락한 유가를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 없이는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연구기관 HIS의 OPEC 분석가인 붓산 바흐리(Bhushan Bahree)는 “OPEC은 지난 수십년간 오일 생산량을 줄여 원유 가격에 개입해왔다”면서 “그들은 지난 1980년 이후 최대 위기이자 중대한 전략적인 변화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OPEC은 미국과 다른 지역들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이 줄어든 만큼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빼고는 마땅한 수출처를 찾을 수 없다. 그나마도 아시아와 유럽은 경기침체로 원유 수입량을 줄여버렸다. 실제로 이란은 수출 시장을 찾지 못해 하루에 십만 배럴을 탱크에 저장해 두고 있다.

회의가 열렸던 빈에서 영국 BBC 뉴스 앤드류 워커는 “이곳 OPEC 국가들은 OPEC 이외의 원유 공급이 내년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전하며, “그렇기 때문에 가격하락은 더 악화되고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에게는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사우디 등도 (가격 하락 지속으로) 일정 시기가 오면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머지않아 빈에서 다시 한 번 OPEC의 회동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에서 오일프라이스 인포메이션 서비스의 톰 클로자 대표는 유가가 35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석유 패권국인 사우디의 속내는 유가가 30달러까지 떨어지면 채굴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가 결국 두 손 두 발 들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