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삼성그룹에 있어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될 전망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2015년 삼성그룹의 경영화두는 ‘새로운 도전’으로 정해졌다. 앞으로 삼성그룹은 12월 임직원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패러다임으로 삼아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2015년 경영화두인 새로운 도전은 ‘새로운’과 ‘도전’을 따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새로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마트폰에서 탈피해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스마트홈으로 이어지는 ‘스마트 생태계 2.0’을 대비하는 삼성의 비전과 이재용 체제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마트’는 전자 및 IT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융합과 시너지의 관점에서 ‘새로운’이라는 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

‘도전’은 삼성이 처한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키워드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는 2014년 구조개편 및 실적부진의 여파로 악바리 근성, 즉 도전의식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삼성은 2015년 ‘도전’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위기극복’이라는 키워드를 경영화두로 내세울 생각이었으나, 이러한 키워드가 풍기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역대 경영화두에 삼성의 비전이 있다

삼성그룹의 경영화두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여겨진다. 시대를 정의하는 경영전략이자 당시를 조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기도 한다.

2011년 삼성그룹의 경영화두는 ‘중소기업 동반성장’이었다.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듬해인 1988년 중소기업과의 공존경쟁을 천명하며 당시 삼성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던 제품 및 부품 중 중소기업 이전이 가능한 352개 아이템을 단계적으로 중소기업에 넘기기로 결정하는 등, 동반성장에 뜻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1년 1월 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회에서 “(삼성은) 주주와 고객, 협력업체는 물론 우리의 모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사회적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협력업체는 삼성 공동체의 일원이며 경쟁력의 바탕이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경영화두는 당시 대한민국을 강타하던 ‘상생모델’의 결정판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삼성은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인지하며 상생이 곧 시너지며,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파한 셈이다.

2012년 경영화두는 연구개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었다. 국민기업 지위를 점유한 삼성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당시 이 회장은 무려 한 달동안 외부일정을 삼가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경영구상을 거듭했으며, 결국 연구개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영화두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신년하례회에서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존 사업은 성장이 정체되고 신사업은 생존 주기가 빠르게 단축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경쟁력은 안에서는 사람과 기술, 밖에서는 사회의 믿음과 사랑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투자를 좀 줄여야 하는데 우리 경제상황을 보면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도록 취업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이는 공격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경영이라는 키워드로 인식되며 큰 화제를 낳았다. 당시 이 회장은 2009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발표했던 5대 신수종 사업 강화와 맞물려 2012년 연구개발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외연적 확대를 주문하며 글로벌 시장공략을 알렸다.

2013년 경영화두는 위기와 도전이었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전반적인 침체기에 빠져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회장과의 차명재산 상속소송 항소심 등으로 삼성그룹 전반은 일종의 무기력함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이 회장은 "글로벌 경제는 올해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며, 삼성의 앞길도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불황기에는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켜 가게 될 것이며, 삼성의 앞날은 1등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미래에 위기가 있으며, 이를 도전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4년 경영화두는 마하경영이었다. 7년 만에 다시 등장한 전면개조-속도전의 개념이다. 지난 2006년 이 회장이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설계도는 물론 엔진, 소재, 부품 등을 모두 바꿔야 살아남는다”며 강조했던 키워드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2013년 삼성은 역대 최고의 실적을 거두며 고공비행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은 2014년 경영화두인 마하경영을 통해 1등에 걸맞는 체질과 조직으로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한계를 돌파해 혁신을 이룬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경영화두, 그리고 전략

삼성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본격적으로 천명한 계기는 1993년 ‘신경영 선언’이 대표적이다. 1993년 2월 미국에서 열린 수출상품 현지비교 평가회의에 참석한 이 회장이 매장 한 구석에 방치된 삼성의 제품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아, 그해 6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일갈과 함께 제품의 질적향상을 주문했다는 사례는 유명하다. 이후 1995년 불량률이 높은 휴대전화 15만대를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버려 경각심을 고취시킨 이 회장은 기어이 애니콜 신화를 주도해 냈다.

한편 삼성은 2015년 경영화두를 발표하며 비교적 조용하게 공유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등장과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