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제 만물인터넷 시대, 산업인터넷 시대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물리적인 연결이 인터넷을 선으로 지배하는' 사물인터넷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스마트 생태계도, 웨어러블도, 스마트홈도 결국 사물인터넷이다. 누군가에게는 위기를, 누군가에게는 기회와 약속의 땅을 제공하는 양날의 칼이다.

대한민국은 2014 ITU 전권회의를 비롯해 국가기술표준원의 노력에 힘입어 사물인터넷 표준화 주도권을 잡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맹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사실 말장난이다. 국가가 표준을 정해 유리하게 산업방향을 끌어간다고 해도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이미 몇몇 국가의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업이 국가의 틀을 벗어나 광범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모델이 '선'으로 치밀하게 연결되어 스마트하게 객체를 움직이는 사물인터넷의 알고리즘과 닮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의미있는 현상은 아니지만.

▲ 출처=삼성전자

오묘한 워크숍?
다음달 4일 LG유플러스는 한국사물인터넷협회와 공동으로 ‘LG유플러스의 M2M/IoT서비스/플랫폼 소개 및 주요기업 협력 워크숍’을 연다. 국내외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방향과 LG유플러스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LTE모듈, 디바이스, 플랫폼 그리고 사물인터넷 국제 표준화 협력체인 원엠투엠(oneM2M; one Machine to Machine)과의 활동을 공개하는데,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두 번째 세션인 '인텔 IoT 솔루션과 LG유플러스의 M2M/IoT 서비스', 마지막 세션인 'oneM2M 기반 수직/수평(Vertical to Horizontal) 플랫폼 및 서비스'다.

두 번째 세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인텔과 원엠투엠, 마지막 세션은 퀄컴의 올조인(AllJoyn) 때문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사물인터넷 플랫폼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정국에서 인텔은 올신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의 대항마인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를 이끌고 있으며 원엠투엠은 대한민국의 TTA를 비롯해 세계 표준화 기구들이 포진한 국제연합조직, 퀄컴의 올조인은 올신얼라이언스의 대표주자다. 그리고 LG'전자'는 올신얼라이언스의 주요 동맹군이며, 지난 IFA 2014에서 올신얼라이언스의 대표모델인 퀄컴의 올조인을 활용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런칭하기도 했다.

다음달 4일 LG유플러스의 워크숍은 아군과 적군이 섞여있는 셈이다. 물론 이분법으로 사안은 나누기에는 애매한 대목이 많지만 말이다. 특히 인텔이 애매하다. 약간 다른분야지만 모바일 OS 정국에서 삼성전자와 타이젠으로 묶여있는 인텔은 글로벌 IT 정국에서 항상 '어디든 쉽게쉽게 녹아드는' 느낌이 강하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쟁(올신얼라이언스)
올신얼라이언스는 2013년 12월 리눅스 재단이 창립했다. LG전자, 파나소닉, 샤프, MS, 퀄컴, AT&T 디지털 라이프 등 70개 참여하고 있으며 노골적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 규격을 제정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신얼라이언스를 논하며 퀄컴을 빼면 곤란하다. 이견은 있으나 사실상 퀄컴이 올신얼라이언스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신얼라이언스는 퀄컴에서 개발한 '올조인' 프레임워크(AllJoyn Framework) 코드 스택을 자체 오픈소스로 편입시키며 이를 핵심무기, 즉 플랫폼으로 삼았다.

퀄컴에서 시작된 올조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퀄컴의 자회사 퀄컴이노베이션센터(Qualcomm Innovation Center, Inc.)의 작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제조사나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다양한 근거리 무선통신을 이용해 각 기기의 연결을 촉진시켜 사물인터넷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 꼽힌다. 근본적인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본질과 연결되어 있으며, 기기나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커다란 매력이다.

이에 힘입어 IFA 2014에서 퀄컴의 자회사 퀄컴 커넥티드 익스피리언스(Qualcomm Connected Experiences)는 퀄컴 올플레이(Qualcomm® AllPlay™) 생태계 전략을 발표해 상당한 반향을 이끌기도 했다. 특히 퀄컴 올플레이는 클라우드와 스트리밍에 기반을 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잡아낸' 아주 영악한 미디어 플랫폼이며,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한편, 이젠 당연한 말이지만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호환된다.

하지만 올신얼라이언스에도 약점은 있다. 퀄컴을 필두로 LG전자 및 시스코 등 '강타자'들은 다수 포진했으나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는 '홈런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최근에 프리미엄 회원사로 등극한 MS가 있으나 MS는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며 정면승부보다는 클라우드 및 기타 서비스로 우회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뼈 아픈 지적이다.

'힘을 보여줘야 따라온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올신얼라이언스가 사물인터넷 표준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하지만 의외로 확장성 부분에서 휘청일 여지가 있다는 것은 불안요소가 분명하다. 다만 올신올라이언스의 원류에 오픈소스가 자리잡고 있으며, 오픈소스는 리눅스와 연결되어 있다.

'오픈소스와 리눅스' 조합이 강타자는 아니지만 '오픈'이라는 개념에는 '쉽고 간단하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리눅스의 고성능 컴퓨팅 시장 장악력과 빅데이터 오픈소스의 대명사 하둡이 적절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상황은 급변할 확률이 높다.

▲ 출처=LG전자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쟁(OIC)
OIC는 종종 저항군으로 불린다. 올신얼라이언스에 대항해 2014년 7월 타이젠 OS로 대동단결한 삼성전자와 인텔을 중심으로(물론 중심은 삼성전자) 델, 아트멜 등이 결성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올신얼라이언스가 주도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들이 OIC에 다수 포진해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국내 입장에서는 올신얼라이언스의 LG전자와 OIC의 삼성전자 대결국면이 조성됐다. 물론 LG전자가 퀄컴의 존재감에 가려 올신얼라이언스의 맹주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삼성전자는 OIC의 맹주급이다.

OIC도 올신얼라이언스와 같은 오픈소스 진영으로 여겨진다. 다만 OIC는 지난 7월 창립했기 때문에 아직 마땅한 킬러 플랫폼이 없다. 일단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해 운영체제(OS)와 서비스 공급자가 달라도 기기간 정보 관리, 무선 공유가 가능하도록 업계 표준 기술에 기반을 둔 공통 운영체계를 규정한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보면, 올신얼라이언스의 행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