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문서를 맡기겠어요?’ ‘많은 검토를 하고 있지만 혹 리스크가 없는지 걱정이 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관련 법안이 우리 기업이 원하는 만큼 마련돼 있지 않아 불안하다’

전자문서의 활용에 동참을 하겠느냐는 기업 CEO들의 공통된 대답이다. 우리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정보통신을 활용, 간단하게 해결될 일들을 시간적, 경제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야 할 때가 많다.

흔히 전자문서를 생각하면 인터넷 이메일, 워드 문서 등 생성부터 종이를 발생시키지 않고 전자 서식 등을 이용한 이미지 또는 데이터로 생성하는 전자문서(Paperless)만 생각한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실물로 생성되고 존재하는 종이문서를 디지털화(스캔, 이미지)하는 전자화 문서다. 이 두 가지를 일반적으로 전자문서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전자문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수출입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992년 ‘무역자동화촉진법’을 제도화했다. 무역에 있어 수출-입 프로세스를 종이 없는 전자문서(Paperless)로 만들도록 한 것.

이 당시 국내 IT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며, 전자문서의 효율성을 인식하지 못한 시기였다. 정부 또한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과 인적 교류를 통해 기업의 업무 효율에 대해 ‘제도화’를 연구하는 시기였으며,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단계였다.

이후 정부는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호 측면에서 종이문서를 줄이고자 2002년 전자문서의 활성화를 추진했으나, ‘전자서명법’을 비롯 관련법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했고, 보수적 성향의 국내 기업 및 정부 부처, 일부 국민들은 전자문서의 법 제도 변경에 익숙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안세기 센터장(좌). 하나I&S 정현섭 센터장(우).

정부가 앞장서야

선진국은 국내보다 앞서 전자문서의 실용성을 인식했고, 이미 기업의 문화로 정착된 상태다. 1조50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미국의 Iron Mountain사(옛 Connected사)는 전 세계 클라이언트 백업분야 선두 기업으로 전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검증된 ASP사업 모델을 전개, 현재 전 세계 600여 기업 및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BritishTelecom사는 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확장을 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시장은 아직 열려 있는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 공전소와 비슷하지만 국가가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전자문서 활성화를 추진하는 사례는 국내가 유일하다. 기업은 전자문서 활용에 대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유는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법과 제도의 과감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각 정부 부처는 관련 법과 제도을 변경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일반 전자서명의 법적 효력 확대를 위해 ‘전자서명법’에 전자패드 서명 및 생체인식 서명, 음성 서명 등 법적 효력을 새로이 인정하는 규정을 마련한다. 이는 공인전자서명 이외의 다른 전자서명도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효력을 갖게 된다.

지식경제부는 새로운 본인 확인 및 부인 방지(non-repudiation) 등의 기술이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전자화 문서에 대해 원본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도록 ‘전자거래기본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자화문서 보관 기술을 활용, 종이와 전자화 문서의 이중보관 관행 개선을 위해 공전소에 전자화문서를 보관시 종이문서 원본은 폐기가 가능하도록 ‘상법시행령’을 개정했다. 금융위원회는 고객 민원에 따른 문제발생 가능성 및 금전적 비용 대비 막대한 실물 문서 보관에 대한 결정은 각 기업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법과 전자거래기본법의 개정이라는 전제 하에 추이를 지켜보며 금융권을 대상으로 전자문서 확산에 적극 동참하고 관련 법규를 개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전자문서 신기술 활용 확대를 위한 상시 추진체계를 구축, 법 해석논란과 신기술 인정 등의 전자문서화 도입 지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전자문서위원회’를 범 정부 차원에서 민간공동으로 구성한다.

정부는 전자문서 유통의 기반 확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는 기존 ‘공전소’를 ‘공인전자문서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공인전자문서센터’와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간 전자문서 상호 유통 및 열람 연계를 추진한다.


또 ‘공인 e-메일 사서함’ 제도와 졸업, 성적, 입-퇴원 등 단순 증빙서류의 전자적인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문서 중계자’ 지정제도를 도입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분야 전자문서 유통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완료되는 ‘e-처방전달시스템’을 통해 환자는 병원에서 종이처방전 대신 휴대폰으로 처방전 번호를 부여받고, 약국에 제시 확인 후 조제 처방한다.

환자는 시스템에 접속, 과거 처방이력 등을 포함한 처방전 내역을 확인 가능하다. 환자의 편의를 위해 의료기관이 발행하는 증명서 등을 보험회사 및 외부기관과 전자적으로 교환이 가능토록 했다. 기재부는 지경부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발주사업과 R&D 사업의 전 과정을 전자문서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간행물을 영구기록물관리기관 등에 송부, 보존하는 경우 전자문서로도 가능하도록 했다. 간행물에 대해서도 종이 형태 이외에 e-book 등 전자적인 간행물 발간 및 등록도 추진하고 있다.

전자문서산업의 수출 활성화도 기대되고 있다. 우선 국가 간의 전자문서 유통도 추진한다. 현재 전자문서 유통을 위한 상호 인정 사례는 아직 없다. FTA나 협정 등 전자문서 효력이 상호 인정된 국가 간 전자문서 유통 추진을 한다.

또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전자서명 기술 및 관리 기술과 함께 e-Book, e-Paper 등 사용자 친화성 제고를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최초 전자문서 유통 보관 모델인 공인센터 표준(안)의 KS(한국산업규격), ISO(국제표준화기구) 표준화를 추진한다. 현재 공인센터 표준(안)을 ISO문헌정보기술위원회에 신규 표준화 프로젝트로 제안한 상태다.


민간기업 활동 기대

현재 정부가 인증한 공인전자문서센터(공전소)는 8곳이 있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 공전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특히 국내 종이문서의 30% 이상을 소비하는 금융권은 기대가 크다.

금융권 최초의 하나I&S 공전소운영센터는 국내 최대의 처리 보관 용량 48TB를 자랑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공전소사업자 중 유일하게 국내 최대의 상시 운영되는 공인전자화작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을 이용해 고객으로부터 문서 인수, 전자화작업 보관, 증명, 폐기에 이르기까지 보다 쉽고 친근하게 공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정현섭 공전소운영센터장은 “아직 부분적으로 미비한 관련 법 제도의 보완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공전소 사업의 특성상 여러 가지 관습과 난관들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최초의 공전소 수식어가 붙은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은 10만 무역기업들을 위한 전자무역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기반으로 수출입업무 및 수출 화물 등의 전자문서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 및 의료분야의 원무 기록 Paperless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법무부, 무역협회, 지식경제부 등과 요람에서 무덤까지 종이 없는 온라인 유통과 함께 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안세기 공인전자문서센터장은 “전자문서는 경영의 투명화와 함께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린아이티의 생활, 문화적 측면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표 기자 tiki200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