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광고 모습. 출처= KBS

계경제는 융합과 통합 시대로 ‘전진’, 한국은 규제와 분쟁 시대서 ‘정체’

만성적인 내수 시장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내수시장이 갈수록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연말 소비 심리는 ‘세월호’ 때보다 얼어붙으며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믿었던 기업들마저 어닝 쇼크 증상을 보이고 있다. 엔저와 강달러 사이에서 한국 경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주력 업종의 침체에 이어 전차부대(전기·전자, 자동차)도 그 대열에 가세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믿었던 ‘수출한국’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강대국들의 경기부양 레이스가 한국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경제만을 살리려는 그들의 부양책이 유탄이 되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화폐전쟁으로 비 기축통화인 원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 때문에 투자도 멈췄다. 소비는 아예 싸늘하다. 저금리·저성장 속에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장기 불황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106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 등 모든 경제지표가 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실행과 정치 조율의 경제살리기 시계는 멈춰 있다. 글로벌 경제는 총성없는 전시상황인데 한국 경제는 자중지란의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뭉쳐야 살 수 있는데 여전히 겉돌고 있다. 규제혁파는 여전히 부팅도 못 하고 있다. 국회는 지역 예산 챙기기에만 급급해 국가 경제를 외면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신 성장동력을 위해 신기술·신무기를 무장하려고 해도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정책이 앞을 막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가는 기업 기술, 한국에서만 발목 잡히는 까닭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5’가 의료기기냐 아니냐는 논란이 한때 국내 산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논란이 일어난 까닭은 갤럭시에 탑재된 헬스케어 기능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갤럭시노트4’에 탑재된 ‘피로도 측정’ 기능이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또 한 번 이슈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기기만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생체 정보를 모으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박과 혈압 등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헬스킷’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병원과 건강정보기록 제공업체 등과의 협력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 2011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무인헬기를 개발했지만 관련 규정이 2017년 말에 마련될 예정이어서 자칫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세계는 이미 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빠르게 진화해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규제의 사슬에 묶여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규제까지 등장하면서 잘나가던 업종마저 망가트리고 있다. ‘셧다운제’의 시행으로 풍운아로 불리던 한국 게임업체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지나친 가격 규제로 동력을 상실한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단말기 유통화 선진법으로 이동통신 신규가입자들이 줄고 있다. 통신에도 ‘탈한국’ 바람이 불지 모른다. 그나마 생존했던 영세한 도서업체들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제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규제의 ‘단두대’에 모든 규제를 올려놓고 지금 즉시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 경제가 살길이다. 그리고 노사정이 대화합 선언을 통해 경제살리기에 합심해야 할 때이다. <편집자 주>

 

<1부> 세계는 IT발전으로 융합 중, 우리는?

<2부> 한국 경제지표, 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3부> 미래 성장동력이 식어가고 있다.

<4부> 마지막 카드 ‘규제 혁파’, 즉각 가동하라!

<5부> 즉시 없어져야 할 분야별 '10대 규제'

<6부> 규제완화 대화합이 경제전쟁시대 살길이

 

 [1부] 세계는 IT 발전으로 융합 중, 우리는?

산업융합 시대가 오고 있다

산업융합(産業融合)의 시대다. 빠르게 발전하는 IT 기술은 전통적인 사업의 영역을 허물며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으며, 이는 국가 간 산업의 교류와 협력을 가속화시켜 ‘모든 것이 혼재된’ 독특한 시대적 소명감을 창출하고 있다. 이제 ‘막강한 산업 하나’로 세계 무대를 평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계와 스마트 기술이 만나 스마트워치를 창조하며 금융과 IT 기술이 만나 핀테크로 수렴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복잡 다변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 출처=SK텔레콤

IT 기술, 융합의 촉매제로

핀테크(FinTech)라는 말이 있다.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이 만나 탄생한 신조어인 핀테크는 전통적인 금융사업에 IT 기술이 접목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외 핀테크의 선두주자는 전자결제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대표적으로 페이팔, 알리페이, 애플페이가 있다.

페이팔은 약 1억4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핀테크 공룡이다. 결제에 사용할 신용카드 정보를 사전에 입력하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미 하나은행·KG이니시스와 제휴해 국내에서 기본적인 간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온라인 결제시장의 51%를 장악한 알리페이는 총 결제대금만 450조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강자다. 지난해 6월 머니마켓펀드를 통해 개인금융상품 위어바오를 런칭했으며, 이용자가 현금을 거치하면 6%의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돈을 ‘굴리기도’ 하는 독특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애플페이는 근거리 무선통신에 기반을 둔 애플의 야심작이며, 미국에서 대형 카드발급사 6곳과 3대 주요 신용카드 네트워크(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시장에서 빠르게 확장 중이다.

국내에도 핀테크는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다. 37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시작된 본 서비스는 모바일 결제 및 송금 서비스에 방점을 찍었다.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로 여겨지며 카드사 구분 없이 최대 20개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등록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뱅크월렛카카오는 별도 앱으로 제공되며 충전형 선불카드인 뱅크머니와 은행에서 발급하는 현금카드를 모두 등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SNS 업체 및 통신사, 결제 대행사 등 다양한 금융관련 주체들도 속속 핀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IT와 다른 사업의 만남은 비단 핀테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통 및 배달사업과 IT의 만남은 드론과 같은 신기술의 발전으로 수렴됐으며, IT의 발전으로 발생된 여분의 재화는 공유경제의 초석이 되어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사업모델을 창출했다. 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웨어러블 및 스마트홈의 비전은 독립된 기기로 활동하던 전통적 의미의 가전제품을 ‘초연결 시대’로 유도했으며, 5G로 대표되는 인터넷 속도는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으로 연예 및 문화 콘텐츠 소비 방식을 180도 바꿔버렸다. 물론 모바일의 발전은 가깝게는 가상공간 기술의 창출과 더불어 인쇄사업에 영향을 미쳤으며, 멀게는 SNS로 대표되는 확장성을 발판으로 삼아 한 국가의 정치 및 사회, 경제를 둘러싼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결국, IT 기술은 모든 사업과 더불어 모든 국가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모든 경계’를 허물어 버린 ‘융합’을 이끌었다. 현재 우리가 산업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이유다.

▲ 박재성 기자

우리는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산업융합 시대, 대한민국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현재 정부는 산업융합촉진법을 기반으로 12개 관계부처 공동의 산업융합 활성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2년 8월 16일 ‘제1차 산업융합 발전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까지 산업육성, 개인행복, 사회안정,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들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8대 산업융합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산업융합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수송시스템 △산업용 로봇 및 3D 프린터 등 생산기반 △인체치료용 메디컬 섬유 및 아라미드 섬유소재 등 첨단소재 △리튬 2차전지 및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스마트TV 및 복합가전 등 정보통신 △에너지 관리 시스템 및 친환경 에너지 발전설비 등 에너지 △3D/4D 콘텐츠 및 디지털 사이니지 등 콘텐츠 △빅데이터 및 유전체 분석 등 서비스가 그 대상이다.

하지만 규제가 문제다. 융합 및 경계 허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산업구조의 새로운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대한민국은 IT 기술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4월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의 ‘산업융합 활동관련 제도적 애로(규제·인증) 주요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산업융합 활동의 가장 심각한 애로사항으로 응답자의 82.1%가 ‘인증 및 규제’를 꼽았다. 융합의 시대는 왔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천송이 코트 논란은 아직 해결될 여지가 없으며,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전자지갑 사업은 국내에서 축출되어 애플페이의 성공만 구경했고, 주파수 혼선 및 셀카봉 논란으로 규제만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오락가락 정책도 문제다. 단적인 사례가 핀테크의 전형인 앱카드 가입 시 발생하는 과도한 규제다. 현재 정부는 지난 5월 온라인에서 카드를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없앴으나 막상 진화형인 앱카드에 가입하려면 무려 11~13단계나 통과해야 한다. ‘규제를 없애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또 규제를 적용하는’ 괴상한 행보다.

 

융합은 결국 콘트롤 타워를 필요로 한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던 ‘2014 산업융합 국제 콘퍼런스’에서 귄터 클롭시(Gunther Klopsch) 한국지멘스 인더스트리 사업부문 총괄대표는 “세계 제조업계는 제품의 복잡다변화 흐름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졌다”며 “기획, 개발, 생산공정, 서비스에 이르는 제조업 전 과정에 IT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공장의 구현이 마지막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콘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연결된 새로운 산업융합이 ‘대세’라는 뜻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는 산업융합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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