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적합인증을 받지 않은 블루투스 셀카봉을 불법기기로 간주해 중앙전파관리소의 단속 대상에 해당된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장 일각에서는 ‘셀통법 대란’이라는 자극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정부가 셀카봉 단속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셀카봉이 유행처럼 번지며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리하고 유용한 기기인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국민의 재산과 신체에 위해를 가한다면 당연히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

지난 3일 한국소비자연맹은 1372 소비자 상담센터를 통해 다수의 셀카봉 관련 피해가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주로 셀카봉 연결부분에서 스마트폰이 분리되어 액정이 파손됐다는 제보다. 셀카봉 저변이 확대되며 저렴하고 질 낮은 제품들이 시장에 풀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가 문제삼은 전파인증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블루투스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의 하나며, 말 그대로 가까운 거리에서 통신이 가능하도록 서비스하는 기술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중요한 요소로 불리지만, 블루투스 기술 자체가 역사가 긴 편이라 셀카봉에 쉽게 접목된 것으로 보인다.

셀카봉은 2.4GHz에서 2.5GHz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한다. 만약 인증받지 않은, 통제할 수 없는 셀카봉이 같은 장소에 다수 포진할 경우 비슷한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는 전자기기는 오작동 가능성이 높아진다. 병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런 이유로 정부가 전파인증을 문제로 삼아 셀카봉 단속에 들어간 것은 타당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셀카봉 단속은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현실적인 문제다. 현재 국내에 풀린 셀카봉 대부분은 낮은 가격으로 무장한 외국산 제품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중소기업 및 영세상인들이 셀카봉 수입에 나서고 있으며, 이들에게 최대 500만 원으로 책정된 전파인증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인증기간도 최대 3주까지 소요된다. 사업 아이템의 특성을 고려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정부가 셀카봉 현안에 있어 ‘논란’이 되자 뒤늦게 뛰어들어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논란이 터지자 뒤늦게 현안에 뛰어든 것도 문제지만, 현안에 뛰어들어 내놓는 카드가 ‘규제’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물론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셀카봉 이용자가 아닌 사업자를 규제하며, 지금까지 규제를 해 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래부의 전파인증 단속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대된 시기를 고려하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게다가 사태해결을 위해 내놓은 방안이 결국 ‘규제’에만 방점이 찍혀있는 분위기는 더욱 아쉽다.

셀카봉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25가지 발명품에 포함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호버보드, 인공지능 우주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발명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으나 지난 6월 방송인 노홍철 씨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하면서 본격적인 유행을 타기 시작했으며 두 달만에 기존 판매량 100배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루투스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 기기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통제의 유무가 실질적인 전자기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고려할 필요는 분명히 있었다.

2년 전 정부는 700MHz 대역 주파수 문제의 혼선을 이유로 무선 마이크의 전면교체를 요구했지만, 업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그 기간을 2020년까지 유예한 선례가 있다. 블루투스 셀카봉 논란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