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반적으로 액면 가치가 큰 주화일수록 지름이 크고 무게도 더 무겁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옛날에는 주화의 액면 가치가 금속의 소재 가치와 같았기 때문에 동일한 금속 소재라면 당연히 지름이 크고 무거운 주화의 가치가 컸던 데서 유래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통념에 따라 오늘날 대부분 국가의 발권 당국이 액면 가치가 큰 주화일수록 값비싼 고급 금속 소재를 사용함은 물론 금속 소재가 동일하다면 액면이 큰 주화일수록 지름을 크게 하고 무게를 무겁게 하는 전통을 지키고 있지요. 예를 들면, 덴마크의 화폐단위인 크로네(1크로네=100외르)의 7가지 주화( 2 5·50외르, 1·2·5·10·20크로네)는 금속 소재의 색상에 따라 세 그룹으로 구분됩니다. 

전통적으로 올림픽 경기 등에서의 메달 가치 순서를 금, 은, 동순으로 정하듯 액면 가치가 가장 큰 주화 그룹인 10·20크로네는 구리, 알루미늄, 니켈의 합금을 소재로 한 금색을, 다음 액면 그룹인 1·2·5크로네는 구리와 니켈을 소재로 한 은색을, 나머지 25·50외르는 구리, 아연, 주석의 합금을 소재로 한 동색을 띠고 있지요. 그리고 동일한 금속 소재의 같은 색상 그룹 내에서는 액면이 클수록 주화의 크기와 무게가 더 커지도록 했습니다. 단 다른 색상 그룹 간에는 50외르가 1크로네보다, 5크로네가 10크로네보다 크게 만들어지는 비연속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기는 합니다. 미국 주화의 경우도 액면 가치가 가장 큰 1달러 주화는 반드시 황금색을 띠는 고급 소재를 사용하도록 관련 법에 명시하고 있으며 주화 중 지름도 가장 큽니다. 또 25센트와 10센트는 동일한 은빛 금속 소재를 사용하면서 25센트를 더 크고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5센트와 1센트 주화는 고액 주화와 금속 소재를 달리하여 각각 백동과 황동으로 만들었지요. 

이러한 주화에 대한 통념과 그에 따른 액면 가치별 패턴은 우리나라 50원화의 크기가 왜 10원화보다 작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혀 주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원’ 단위 주화인 1원화, 5원화, 10원화가 발행된 것은 1966년입니다. 이들 최초 ‘원’ 단위 주화의 금속 소재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거의 빨간빛에 가까운 동색을 띠었으며 지름과 중량도 액면이 클수록 크고 무거웠습니다. 이후 1970년에 100원화가 처음 발행되었는데 이때의 100원화는 구리와 니켈 합금의 고급 소재를 사용하여 은색을 띠었고 지름도 10원화보다 약 1mm가 더 크게 만들어졌지요. 그런데 2년 뒤인 1972년에 50원화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앞서 발행된 10원화와 100원화 사이의 지름을 50원화로 설정할 경우 주화 액면별 지름 간격이 1mm 이내로 좁아져 시각장애인 등이 주화를 구분하는 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50원화는 100원화와 비슷한 색상을 띠는 구리, 아연, 니켈의 합금을 사용하면서도 지름은 10원화 및 100원화보다 각각 약 1.3mm 및 2.4mm 작게 하였던 것입니다. 2006년부터는 지름 18mm인 새 10원화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1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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