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연구기관이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단기 경기부양의 문제점을 일본 아베노믹스와 비교하면서 ‘모르핀 처방’ 대신 규제개혁과 감세 중심의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제시해 눈길을 끈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3일 ‘아베노믹스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실패론이 대두되고 있 아베노믹스의 단기처방 위주 정책 문제점을 한국이 답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아베 총리가 집권하면서 디스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신성장이라는 ‘세 개의 화살’ 정책을 추진한 정책. 초기에는 엔저 효과를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 등으로 재미를 보았으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1.6%(연율 기준)로 나타나는 등 지난 2분기(-7.3%)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화살에 해당하는 신성장 정책에 주목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었지만 제대로 시행조차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성장 정책은 앞서 두 개의 화살인 무제한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에서 큰 성과를 보지 못한 아베 정권이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시키고 규제개혁과 산업 재부흥, 국가전략특구를 설정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실효세율 기준으로 기존 35.64%에서 오는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낮춰 20% 대까지 낮춘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한경연은 “일본정부가 세 번째 화살을 제대로 쐈어야 한다”며 “현재 구조개혁 등 핵심 안건이 마련되지 않아 처리가 지연되고 있으며, 법인세 인하도 구체적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원활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초기 아베노믹스 정책이 재정과 통화 정책에 편향돼 경제에 모르핀 주사만 놓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경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보다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아베노믹스의 시행착오를 한국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무제한 양적완화의 경우, 장기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가 높아지면서 실질국민소득과 실질임금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0%, 올 2분기 마이너스 1.8%를 기록하는 등 물가상승이 임금상승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고 한경연을 설명했다.

또 엔화 환율 정책에서도 아베정권의 엔고 탈출 시도는 일시적 하락을 겪다가 장기적으로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과거에도 일본은 빈번히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엔고 탈피를 시도했지만 △지속적인 무역 수지 흑자 △안전자산으로의 엔화 수요 증가 △국내 유동성 공급부족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화살인 재정지출 확대도 효과가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오히려 국가재정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공분야의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부양 효과를 높이자는 목표였지만 기대와 달리 관련 산업의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 창출 효과가 낮아 결국 재정적자만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인 셈이다.

한경연은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와 생산이 둔화돼 재정지출이 지속되더라도 조세수입이 예상보다 적어 오히려 국가채무가 급속히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현재 재정수입의 약 43%를 국채발행으로 조달하며, 재정지출의 약 24%를 국채의 원금상환과 이자비용으로 지출해 재정 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태다.

조경엽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재정지출은 단기적인 부양효과만 나타나므로 감세를 통한 경기활성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경연은 “한국도 일본처럼 높은 국가채무 수준에 이르지 않으려면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부도(不渡)정책의 청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경연은 지난해 3월 '아베노믹스 평가와 우리의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엔저-원고 우려에 대해 우리 정부가 환율 수준에 영향을 주려는 직접적 개입보다는 우리 수출기업의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세부담 완화와 규제 개혁을 줄곧 주창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