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거래소

세계의 패권은 서쪽으로 이동한다. 홍해에서 에게해로 이동한 문명은 지중해를 지나 영국 파운드화에 힘을 실었다. 멈추지 않는 이 현상은 미국과 달러화가 세계의 중심과 기축통화가 되는데 일조했다. 이제 태평양을 지나 중국으로 향하는 패권 그리고 새로운 시장 질서에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하는 등 중국의 환경을 고려한 성장 정책에 따라 탄소배출권이 경제무기로 변할 것이란 주장이 제시됐다.

지난 18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났다. 이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군사협력은 특별한 중요성을 가진다”며 “2015년 봄 지중해와 태평양 일대에서 두 나라가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중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세력권이며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 즉, 지중해에서 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태평양 또한 미·일 군사동맹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자리로 이 지역에서 중·러 군사동맹의 힘을 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패권의 3요소 군사, 통화, 에너지

글로벌파이어파워(Global Fire Power)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군사력은 세계 3위다. 최근 미국과 ‘신냉전 시대’를 형성하고 있는 러시아는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방국가들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군사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세계 군사력 2, 3위인 두 나라가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위인 미국은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을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외지배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시각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는 군사지배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과 미국의 안보협력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할 여지가 있다. 미 위원회는 사고와 오판, 분쟁을 막기 위한 한·미·중 3국 간의 소통은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해 그 속내를 드러내는 상황이다. 미 위원회가 이러한 인식을 내비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군사력과 이를 통한 지배력은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은 막대한 양의 달러를 마친 프린트하듯 찍어냈다. 부작용이나 우려는 뒤로한 채 오로지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과거만큼 높은 성장을 이루진 못했지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달러의 힘 때문이다. 미국의 통화이자 세계의 통화인 달러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으며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다.

최근 중국이 후강퉁제도 실시 및 무역영역 확장을 통해 위안화를 국제화하고,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인민대학 국제화폐연구소가 발표하는 위안화국제화지수는 지난 2013년 말 1.69로 미국달러(52.96), 유로화(30.53), 영국파운드화(4.3), 일본엔화(4.27)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2011년 0.58을 기록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 위안화국제화지수란 위안화가 국제 경제활동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정도를 수량으로 나타낸 지표다. 하지만 아직 위안화의 세계 지배력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독립리서치 기관인 트림탭스투자리서치의 찰스 비더만 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금을 구입했다는 사실은 증명할 수 없지만 2011년 중반부터 중국이 홍콩을 통해 수입한 금의 양이 폭증하기 시작했다”며 “공교롭게도 중국이 금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중국이 미국채 매입을 중단한 시기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1년 8월 이후 매년 발생한 3000억달러의 무역흑자금액 중 50%가 금 매입에 쓰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더만 회장은 분석을 통해 중국이 금 1만톤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의 금보유량인 8133톤을 훌쩍 넘기는 수치다. 기축통화의 요건 중 가장 중요한 통화가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화폐의 담보가 필요하다. 만약 중국이 금본위제 시절부터 통화가치의 척도로 여겨졌던 금을 1만톤 보유하고 있다면 위안화를 금에 연동시키는 금태환제를 통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 수도 있다.

‘에너지를 지배하는 자, 경제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각국에 있어서 에너지 문제 또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셰일혁명’이 낳은 셰일가스, 오일 등이 중동국가들의 산유물인 유가를 하락하게 만들고 저렴한 에너지를 원하는 기업들의 탈러시아 러시를 도왔다. 에너지가 국가는 물론 산업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그만큼 경제에 있어서 에너지의 영향력과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출처: Global Carbon Project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에 40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매매계약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소비를 자랑하는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수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류원광 원광대 교수는 ‘국제 정세의 변화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매계약은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합의되지 않았다”며 “러시아가 가격 조건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전격적으로 타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계약은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온실가스 대책에 따른 대응책으로 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수준에서 26~28% 줄이고 중국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가로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계탄소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 GCP)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99억7700만톤을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52억3300만톤으로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탄소배출량 기준 세계 1, 2위 국가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동안 온실가스감축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두 국가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있어서 완벽하진 않지만 준비는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군사력, 통화, 에너지 동향을 보면 중국은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그 맹랑한 발걸음은 이미 땐 듯하다.

보이지 않는 무기 ‘탄소배출권’

탄소배출권이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와 3종의 프레온 가스 등 6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거래도 가능하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2005년 교토의정서(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협약)발효와 함께 EU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탄소배출이 줄어들면서 탄소배출권 가격도 하락했다. 하지만 중국이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환경을 고려한 성장정책을 내놓으면서 다시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내년 1월부터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행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탄소배출권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경제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개발도상국들은 기술, 성장 측면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는 입장이 될 것”이라며 “선진국들은 이들 국가에 공장을 짓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선진국들이 남는 탄소배출권을 개발도상국들에 팔고 막대한 차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국이 개발도상국 등에 온실가스 배출 저감설비를 설치해주는 만큼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속도를 능가하는 온실가스 절감은 어렵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가격 또한 상승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셰일가스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등을 개발도상국에 팔 수도 있다”며 “선진국들이 보다 다양한 카드를 쥐고 있으며 이중 탄소배출권은 선진국들의 새로운 ‘경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