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 이민호와 승무원들. 출처= 제주항공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이 경기침체에 빠진 국내 산업 전반에 화제가 되고 있다. 도입 초반 안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연착륙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느새 국내 하늘을 넘어 해외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LCC 5개사의 올해 3분기 국내선 분담률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지난 2005년 1월 제주항공이 국내 1호 LCC로 출범한지 10년이 채 안 돼 국내 하늘길의 절반 이상을 접수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2014년 3분기 항공여객이 전년 동기대비 10.7% 증가한 2200만명을 기록하며 누적 6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고의 실적이다.

특히 국내 하늘의 경우 저비용항공사의 점유율이 51.7%로 절반을 초과했다. LCC 분담률은 지난 2010년 3분기 34.3%, 2011년 3분기 42.3%, 2012년 3분기 43.6%, 지난해 3분기 48.3%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은 14.1% 분담률로 국내 5개 LCC 중 가장 높은 수송 분담률을 기록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각 11.2%와 10.3%로 뒤를 이었고,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각각 9.2%와 6.8%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제주항공이 12.6%로 1위를, 에어부산이 10.9%, 진에어가 8.7%를 기록했다. 특이점은 이스타항공이 8.5%로 티웨이항공 7.6%보다 높았다.

 

▲ 출처= 국토교통부

올해 3분기 저비용항공사 점유율 51.7%
업계에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LCC의 국내선 점유율이 점점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최근 국내선 운항 횟수를 주 168회에서 217회로 늘리기로 했다.

LCC들의 국제선 점유율도 10%를 돌파했다.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 노선 취항을 확대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일본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중국은 지속적인 한·중 노선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23.0% 성장했다.

2010년 2.3%에 머물렀던 LCC의 국제선 누적 분담률은 지난해 말 9.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9월 말 현재 11.4%까지 치솟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노선 확충에 나서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장거리 노선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며 “국제선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대형 항공사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LCC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대비 32.9% 증가한 16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이익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2343억원을 기록하며 LCC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어부산도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1300억원보다 27% 늘어난 1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진에어는 지난해 283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매출 360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목표로 책정했다. 올해 2분기까지 매출 1677억원, 영업이익 71억원으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23억원 첫 흑자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까지 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 116억원의 영업이익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티웨이항공 역시 꾸준하게 실적이 개선되며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현재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업계의 특성상 7월과 8월이 포함된 3분기에 최대 수익을 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5개 항공사 모두 올해 영업이익 100억원 이상은 무난할 것”이라며 “올해 이후 각 LCC가 얼마의 성장을 이뤄낼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매출이 상승하는 성수기가 포함된 3분기와 4분기의 성적이 나온다면 지금까지의 기록을 뒤엎는 최대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 출처= 국토교통부

1강 2중 2약?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내 LCC 1호인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지분 81.7%)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05년 1월 자본금 1100억원으로 공동 설립한 민간항공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제3민간항공사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 1969년 한진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이후로는 36년,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출범한 이후로는 17년 만에 실질적인 복수 민간항공 체제를 완성한 셈이다.

2007년 8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모회사(46%)인 에어부산이 자본금 500억원으로, 같은 해 10월엔 새만금관광개발(49.4%)이 모회사인 이스타항공이 자본금 278억원으로 각각 출범했다.

뒤이어 2008년 1월에는 대한항공(지분 100%)이 모회사인 진에어가 자본금 270억원으로 LCC 업계에 뛰어들었다.

티웨이항공의 전신은 지난 2004년 출범한 한성항공이다. 한성항공은 사실상 국내 최초의 저비용항공사로 충청지역(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한성항공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단했고, 2010년 신보종합투자가 150억원에 인수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며 지금의 티웨이항공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대주주인 예림당이 지난 2012년 인수했으며 자본금은 207억원이다.

출범 당시 LCC 5개사 모두 ‘B737-800’ 기종 1대로 시작했다. 2014년 11월 현재는 제주항공이 16대, 에어부산이 13대, 진에어가 12대, 이스타항공이 10대, 티웨이항공이 8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이다.

 

▲ 출처= 진에어

항공기 도입 각축 내년엔 해외서 한판
제주항공은 내년에 3~4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내년에 총 20대의 항공기를 보유함으로써 점유율과 매출 등에서 여전히 국내 LCC 1위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에서도 품질이나 디자인이 우수하면서 가격도 저렴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이른바 ‘칩시크(Cheap Chic) 소비’가 대세”라며 “안전하고 편리하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절약한 비용으로 여행지에서 더 많은 즐거움과 경험을 찾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LCC의 분담률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국내선의 경우 제주를 기점으로 김포와 부산, 청주, 대구 등 4개 노선을 운영 중이며, 국제선은 일본과 중국, 태국, 홍콩, 베트남 등 7개국 15개 도시, 22개 노선에 취항 중이다.

에어부산은 2008년 10월 첫 취항 이후 5년여 만에 부산을 기점으로 3개의 국내선, 11개의 국제선 등 총 14개의 국내외 노선을 운항 중이다.

LCC 중 유일하게 에어버스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 에어부산은 연내 1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하고 내년에도 2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오는 2018년에는 중형기 ‘A330’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취항 초부터 핵심가치를 안전성·편리성·경제성에 두고 운영해온 결과, 2013년~2014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교통서비스평가’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2년 연속 ‘A등급(매우 우수)’을 획득했다”며 “‘A320’ 패밀리로 기종 단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단거리 틈새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에어는 내년에 예년의 배에 해당하는 6대 정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 LCC 업계 최초로 355석 규모의 ‘B777-200ER’ 중대형기를 오는 12월부터 괌 노선에 투입한다. 총 좌석을 3배 이상으로 늘려 인천~괌 노선에서 LCC 중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진에어는 올해 12월 도입을 시작으로 내년 7월에는 B777 2호기를, 12월에는 3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며, 2016년 7월에는 4호기까지 들여올 계획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5시간 이내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중장거리 노선 개척은 LCC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향후에는 해외 노선에서의 점유율 전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출처= 에어부산

이스타항공은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실경영에 치중한다는 전략이다. 판매 전략도 개인고객 중심으로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일찍 뛰어든 중국 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연내 항공기 1대를 추가로 도입하고 내년에는 2~3대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내년에는 중국과 주요 노선에 대해 증편을 실시하고, 필요한 곳은 부정기로 대처할 것”이라며 “향후 LCC들의 경쟁은 국내를 벗어나 9시간 이상의 장거리 해외 노선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안에 1대의 항공기를 더 추가하고, 내년에 2대를 더 추가해 2015년에는 총 11대의 항공기를 운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지역적으로 소외된 호남권을 중국 등과 연계해 주는 역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제주를 통한 중국과 일본 여행이 보다 간편하도록 연계서비스에 주력 중”이라며 “내년에는 타 항공사들이 주력하지 않는 국내 여행의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저비용항공 시장이 출범한 2005년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제주 방문 증가율은 연평균 8%, 해외여행 증가율은 연평균 5% 증가했다.

항공기는 여행지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실속여행’과 나 홀로 언제든 떠나는 ‘자유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국내 LCC들이 향후 또 어떤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