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금융시장에 IT기업들이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전통적인 금융과 미래지향적 금융의 개념을 IT로 묶어 정리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글로벌 핀테크의 강자는 단연 페이팔(Paypal)이다. 최근 이베이와 분사하기로 결정된 페이팔은 약 1억48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핀테크 공룡이다. 결제에 사용할 신용카드 정보를 사전에 입력하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며 온라인 결제 플랫폼 중 가장 저변이 넓고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부터 페이팔은 핸드셋으로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상품 대금을 결제하는 오프라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 출처=AP

페이팔은 국내의 결제대행업체(PG)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용자가 판매업체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판매업체는 페이팔에 결제요청을 보낸다. 이후 페이팔이 이용자에게 결제용청 확인을 보내고 이용자가 페이팔에 결제승인 신호를 확인해주면 페이팔이 다시 판매업체에 결제확인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용자와 판매업체 사이에 구매가 종료된다.

최근 페이팔은 국내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소재 페이팔 본사에서 에뉴 나야 페이팔 글로벌이니셔티브 시니어디렉터는 “현재 한국진출을 위해 금융당국과 인허가 여부를 협의하고 있는 중이며 페이팔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팔은 이미 하나은행과 KG이니시스와 제휴해 국내에서 기본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달려들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페이팔의 국내시장 진출을 막을 뚜렷한 명분도 없다. 결론적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페이팔은 국내시장에 조속한 시일 국내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페이팔이 국내시장에 진입하면 당장 국내 카드사와 결제대행사가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인프라를 보유한 페이팔이 국내외 시장을 연동시켜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도 막강하다. 지난해 기준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 51%를 장악한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비호속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가입자 숫자는 8억 명에 이르며 총 결제대금은 450조 원으로 추정된다. 내부에서 알리페이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알리페이도 급속도로 성장하는 분위기다.

알리페이는 신용카드 충전을 지원하고 있지만, 주로 계좌로 현금을 충전하는 방식이 쓰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돈을 송금할 수 있으며 공과금 납부, 대출이나 복권구입 등 다양한 형태의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알리페이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머니마켓펀드를 통해 개인금융상품 위어바오를 런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리페이는 이용자가 현금을 거치하면 6%의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돈을 굴려주고’있다. O2O 서비스에 특화된 알리페이는 그 자체로 시장의 포식자인 셈이다. 중국의 건설은행과 농업은행 등 다양한 은행과 연동되는 대목도 강점이다. 알리페이의 자회사 ‘앤트 파이낸셜’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알리페이는 현금을 사이버 머니로 완전히 바꿔 운용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의 성격을 가진다. 이용자가 알리페이를 통해 현금을 충전하면 이를 이용해 이용자는 판매업체를 통해 쇼핑을 한다. 이후 알리페이가 판매업체에 대금 및 수수료를 지불하면 판매업체는 이용자에게 상품을 배달하는 구조다.

알리페이의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호주에 6번째 글로벌 지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신세계’를 향해 뛰고 있다. 물론 국내시장도 타깃이다. 이미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90%가 알리페이를 통해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상황이다. 알리페이는 지난 6월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정보통신(KICC)과 함께 국내 오프라인 시장에 본격 진출할 준비에 나섰으며 국내의 중국 직구족을 겨냥해 모바일 지급결제업체 이니시스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알리페이가 중국인 관광객만 대상으로 영업하겠다는 뜻만 분명히 하면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알리페이가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애플페이와의 협력도 화두다. 아직 세부적인 조율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알리페이와 애플페이의 협력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일단 양쪽의 협력은 중국에서 아이폰으로 애플페이를 사용할 경우 알리페이가 백엔드 서비스를 맡는 것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규제적 측면에서 알리바바의 애플지원과 백엔드 시스템의 조율이 관건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알리페이의 미국진출과 다양한 글로벌 IT기업과의 협력이 점쳐지고 있다. 물론 특이한 점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텐센트와 협력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의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반 애플페이도 화제다. 이미 미국에서 맥도날드 매출의 대부분을 잠식한 애플페이는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홀 푸드에서는 총 15만 건의 애플페이 결제가 이루어졌으며, 월그린, 전국 약국 체인 등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2배로 증가했다. 애플페이가 미국의 유통문화를 완전히 바꾸는 분위기다. 심지어 애플페이는 라이벌인 구글월렛과 통신사의 결제 서비스 비중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미국에서 대형 카드 발급사 6곳과 3대 주요 신용카드 네트워크(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 중이다.

▲ 출처=AP

애플페이는 터치ID와 NFC를 활용해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저장하고 이를 자사의 스마트기기로 결제하는 방식을 지원한다. 지문인식 기능이 연계되어 있어 보안에도 효율적이며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지원한다. 특히 NFC는 애플페이를 시작으로 경기장 티켓, 출입증, 도어락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사용될 여지가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옴니채널과 시너지 효과를 누린다면 애플페이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페이는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이미 유니온페이와 협력해 중국 앱스토어 결제방식 다각화에 나선 애플페이는 빠르게 확산되는 아이폰6 열풍을 타고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고 있다. 은행 카드 네트워크인 차이나 유니온페이는 중국의 은행간 거래 결제 시스템 운영, 전 세계 유니온페이 카드 사용망 구축, 유니온페이 카드와 더불어 다양한 결제 솔루션 발급 및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중국시장 공략의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참고로 유니온페이는 중국 유일의 현지 신용카드다. 현재 45억장의 카드가 발행된 상태다.

간편결제 시스템이라는 날개를 단 애플페이는 다른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세계에 퍼져있는 애플의 스마트 기기가 플랫폼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확장성의 측면에서 양날의 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애플페이가 주류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