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환 변호사
■ 경북고등학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뒤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대전지검 등을 거친 그는 서울고검 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나 지난 2005년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지난 2008년 삼성특별 검사보에 임명됐으며, 서울교육청 공직윤리위원, 서울변호사협회 증권커뮤니티 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지난 2010년 11월25일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펀드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를 4조 7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론스타가 지난 2003년 2조 1500억 원으로 인수한지 7년여 만의 일이다. 이로 인해 론스타는 원금은 물론 주식 매각 대금으로 모두 4조 7000억 원을 고스란히 챙겨가게 됐다.

이와함께 주당 850원의 결산배당을 받게 된다면 론스타가 챙길 돈은 약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은행은 1967년 설립 때부터 따져보면 한국은행이 직간접으로 약 1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아직 전액 미회수 상태다.

따라서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노조나 새로운 인수자인 하나금융지주는 한국은행 투입금을 변제하려는 어떤 계획도 없는 것을 보면 금융기관이나 금융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덕적 해이는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을 때 정보 보유자가 비보유자 몰래 이기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주인-대리인 문제”도 도덕적 해이의 태양 중 하나다. 대리인 문제는 경영 전담자인 이사들이 주주가 회사 경영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고 회사나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는 경향을 말한다. 법률은 대리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이사의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과 형사상 배임죄 처벌 규정 등을 두고 있다.

장하준 교수(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는 국영기업의 대리인 문제와 관련해 “국영기업을 적절한 가격으로 매각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위탁받은 정부의 의무다.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에 매각해야 하는데 개발도상국의 경우 민영화 과정이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면서 잠재적인 수익의 대부분이 국고가 아닌 몇몇 내부자나 국외로 빠져나가고 그 과정에서 부패한 공무원들이 대가를 취득할 목적으로 민영화를 밀어 부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은 2003년 외환은행 이사진과 정부 관계자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의 정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론스타는 당시 1조 1500억 원에 외환은행을 매수한 다음 그동안에 실현한 이익을 제외하고라도 하나금융지주에 5조 원에 매각했으니 원래 외환은행의 가치는 5조 원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그렇다면 당초 3조 8500억 원이나 싸게 팔았으므로 외환은행 경영진과 정부는 3조 8500억 원에 대한 배임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형식적 피해자는 외환은행이겠지만 실질적인 피해자는 나라와 국민이다.

물론 위와 같은 배임 행위에 대해 국회의 감사 요구가 있었고, 감사원이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 등 경영진이 외환은행 자산가치 평가를 고의로 낮추어 매각 가격을 낮추고 부당한 대가를 받았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은 외환은행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를 배임, 뇌물수수 등 죄로 공소했으나 법원은 2010년 10월경 최종적으로 외환은행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의 헐값 매각 혐의에 대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나랏돈 약 4조 원이 손해가 났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특히 헐값 인수 주체인 국외자본 론스타가 다시 하나금융지주라는 국내자본에 제값으로 되팔고 나간 시점이 헐값 매도 관련자들에 대한 최종 무죄 판결 확정 시점과 비슷하다는 점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