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들은 인수합병에 사활을 걸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 M&A가 활발했다. ‘주인’을 기다린 매물들도 하나같이 대어급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인수전은 현대건설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혈투’를 벌인 결과 현대그룹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현재 상황대로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금액으로 약 5조5000억원을 제시했는데, 돈이 없는 게 문제다. 상당 부분을 차입하다보니 뒷말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채권단은 현대그룹으로의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중단되는 쪽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주인을 찾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4조7000억 원짜리 외환은행을 단숨에 낚아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아직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했고, 외환은행 내부의 반발이 심하다. ‘먹튀’ 론스타의 배를 불려 준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두 인수전이 난항을 겪자 재계에선 ‘승자의 저주’가 자주 거론됐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먹었다가 감당이 안 돼 도로 뱉은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2006년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그룹,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