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웹을 삼킨 괴물’로 악명 높던 배너 광고가 사라질 위기다.

뉴욕타임즈(NYT) 기자 파라드 만주(Farhad Manjoo)는 지난 5일 NYT의 사설을 통해 배너 광고의 쇠락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에 따르면 요즘 배너 광고가 내리막길인 것은 배너 광고의 해악과 그들이 번성하고 있는 매개체인 웹이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배너광고가 몰락하는 대신 뜨는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뉴스피드 광고다. 오늘날에 사용자들은 모바일과 소셜 월드에 살며 대부분의 시간을 웹보다 빠르고 사용이 유용한 앱을 사용하며 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들 앱들은 웹페이지 측면의 직사각형 배너 대신에 사용자의 소셜피드에 노출되는 광고로 돈을 번다

인터넷 시대의 가장 파괴적이고 몰이해된 기술들 중 하나인 웹 배너 광고가 시작된 것이 벌써 20년 전이다. 배너광고는 와이어드 매거진의 자매지인 핫와이어드(Hotwired) 사이트에 최초 게재된 이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어내며 웹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곳을 클릭', '무료', '다운로드' 등 선명한 색으로 시선을 끌던 배너 광고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독자와 광고주에게 격찬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배너 광고 형태는 사용자를 성가시게 하고 배너광고 효과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기사에서 앤더슨 호로비츠사의 기술 투자자인 크리스 딕슨은 배너 광고의 영향성과 영구성에 대해 “기술 산업이 미디어 산업에 벌이는 장난과 같았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냈다.

그렇다면 이토록 미움을 받는 배너 광고의 단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웹의 외양과 사용성을 망친다. 페이지마다 투박하고 선정적인 광고들로 덮여버린 때문이다.

또 배너 광고는 컨텐츠 자체를 변형시키기도 했다. 배너 광고는 적은 효과 때문에 많은 양이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그 말은 해당 웹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대단히 많은 트래픽을 가져다 써야 했고 로딩속도는 느려졌다. 또 미디어의 소유주는 페이지 뷰가 무엇보다 중요한 웹의 존재 목적이라고 세뇌됐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클릭을 얻기 위해 작정하고 덤비는 수백만개의 싸구려나 표절 사이트들을 낳았다.

마지막으로 사생활 문제가 있다. 모든 배너 광고의 바로 뒤에는 광고의 효과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웹 상에서의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광대한 인프라가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 와이어드지의 CTO(Chief Technology Officer)였던 앤드류 앵커는 초기 웹으로는 와이어드의 온라인판을 정기 구독하거나 직접 구입하는 것이 어렵고 신용카드 결제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고 했다. 때문에 광고만이 유일한 방법이었고 배너 광고의 형태가 초기 브라우저에 가장 적절했다고 전했다.

앵커는 그들이 배너광고를 시작한지 몇 달 되지 않아 라이벌 사이트들이 따라하기 시작했고 야후와 같은 거대한 사이트들도 그들의 주요 사업으로 배너 광고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구글이 독창적으로 검색어 광고 개념의 문자 광고(text ad)를 도입했지만 다른 사이트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배너 광고를 채택했다.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자 중 하나이기도 했던 버즈피드 창업주 조나 페레티는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배너 광고의 폐해를 실감하고 콘텐츠 속에 광고를 섞어 배열해놓는 네이티브 광고(native ad)를 만들어 내놨다.

뉴욕타임즈도 차용한 바 있는 이 광고의 형태는 페이지 로딩 속도를 크게 저해하지 않고, 스크린을 지저분하게 차지하지도 않을 뿐 더러 사용자를 불쾌하게 하지도 않지만 온라인에서 광고와 실제 컨텐츠를 구별할 수 없게 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정말로 배너 광고가 사라져 버릴까 하는 의문으로 사설은 끝을 맺었다.

이 네이티브 광고들은 저널리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배너 광고를 대체할 다른 수익 창출 방법들이 시도된다는 점에서는 꽤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광고업계 사람들은 여전히 배너 광고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배너 광고가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자취를 감출 것인지 웹을 넘어 모바일 시대에 진화한 모습으로 재등장할 것인지 사용자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