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양적완화 정책이 일본과 유럽의 경기부양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이미 예고된 것이며 단순 저금리 시대가 아닌 저금리 ‘트랩(Trap)’ 시대라고 진단했다.

지난 12일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였던 앤디 시에 박사는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본사에서 ‘2015년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시에 박사는 “중국은 향후 3년간 디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며 “생산시설의 초과공급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가 중국의 수출모델을 감당할 만큼 크지 못하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중국 노동의 초과공급으로 인해 낮은 임금 상승률을 보였으며, 실제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후 글로벌 증시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 전까지 높은 폭으로 상승하는 반면 세계 물가 상승률은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금융투자업계는 ‘인플레이션 없는 경기 호황’을 외치며 미국 다우지수 2만, 3만 등의 낙관적인 전망을 내세우기 바빴다.

이에 대해 시에 박사는 “중국 소득수준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 수준으로 상승시키지 못한다”며, “중국의 규모가 세계 시장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노동인구 수는 OECD 국가의 총합보다 커 중국이 세계 경제에 흡수되지 못하고 세계 경제는 노동력 디플레이션과 자원 인플레이션 현상을 경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세계 1위의 인구 대국 중국이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하려 해도 이를 소비해줄 국가가 없는 것이다. 또한 풍부한 노동력으로 인해 낮은 임금을 유지해 물가 상승률을 억제했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부동산 시장은 버블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착각이 마치 경기호황인 듯 시장은 받아들였고, 중국은 국내 부채를 무려 3배 확대하며 과도하게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그리고 위기가 닥쳐왔다.

 

‘죄수의 딜레마’ 일본·유럽 양적완화 촉발

2008년 이후 미국 정부는 무너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리고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다. 5년 후, 일본이 양적완화에 합류한다. 이것도 부족해 지난달 31일 아베 신조 총리는 추가양적완화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때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한 시점이었으며 이미 풀린 달러의 영향으로 국제 환율은 균형을 잃은 상태였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각국이 펼치는 환율 공방은 마치 게임이론(Theory of Game)에서 자주 언급되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라며,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통화의 가치를 절하하는 행위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니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죄수의 딜레마’란 폐쇄된 공간에서 죄수를 심문할 경우 자백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임이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A 와 B의 죄수를 각각 따로 심문을 하는 과정에서 A가 자백을 하면 A는 감형, B는 중형을 내리는 것이다. 또한 서로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 둘 다 석방이라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지만 두 죄수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결국 둘 다 자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일본의 추가양적완화는 물론 유럽의 양적완화 또한 ‘죄수의 딜레마’가 작용한 셈이다. 양적완화를 모든 국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면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변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 국가가 푼 자금만큼 다른 국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이를 통한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할 수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본과 유럽 둘 다 양적완화를 안 하면 좋겠지만 한 쪽이라도 하면 다른 쪽이 당하는 구조”라며 운을 띄웠다.

 

이 연구원은 최근 시행된 일본과 유럽의 양적완화 직전의 시기를 논 제로섬 게임(Non Zero Sum Game)이라고 주장했다. 이전부터 일본과 유럽도 양적완화를 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워낙 강해 미국만 달러 평가절하를 통해 이익을 보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때는 일본과 유럽 사이에는 제로섬 게임이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양적완화는 두 국가의 통화관계를 다시 논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었고 유럽이 다시 제로섬 게임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즉, 유럽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양적완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 금리동결은 이미 예고된 것 “저금리 ‘트랩’ 시대”

공동락 연구원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 동결을 예상했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동결을 예상했지만 공 연구원의 예상과정은 달랐다.

우선 시간적인 간극 문제를 제시했다. 지난 8월과 10월 이미 두 차례의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환율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을 통해 이 총재가 금통위에서 환율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통위 당일 실제로 이 총재는 “환율은 금리로 대응 못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공 연구원은 “비록 효과는 크지 않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우리나라 또한 통화 완화에 동참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는 1.75%까지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이전에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시키자는 의견도 존재했다”며, “현재 글로벌 통화전쟁을 보면 우리나라도 금리인하 등 유동성을 확대하는 선택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게임이론으로 보면 저금리 시대가 아닌 저금리 ‘트랩’ 시대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