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 없이 무선전파를 통해 운항하는 무인 비행체 드론(Drone)이 전쟁터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드론 공격을 집계하고 있는 ‘새로운 미국 재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파키스탄에서만 드론에 의해 민간인을 포함한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예멘에서도 2002년 이후 지금까지 81차례 ‘드론 공습’이 있었으며 약 8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드론은 군사작전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드론은 적진을 정찰하고 감시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되지만, 최근에는 분쟁지역에 투입되어 인명살상에 활용되기도 한다. 드론은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며 비용이 적게 든다. 또한 위험부담이 적으며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도 있다.

 

드론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

드론이 ‘전쟁터의 사신’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활동영역을 넓히며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항공업계는 물론 다른 산업계에서도 드론을 주시하고 있다. 식료품 배송, 농작물 관리 등 그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5년은 ‘드론의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미 미국 연방항공청은 오는 2015년 9월 대대적으로 드론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유럽연합도 2016년까지 모든 종류의 드론을 허용할 예정이다.

드론 산업의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오는 2023년 드론 시장의 규모를 1000억달러(약 100조원)로 예상했다. 이는 글로벌 TV 시장 규모와 맞먹는 규모다. 우리도 ‘제6차 산업기술혁신계획’에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드론 시스템을 포함시켰다. 내년 1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5’에는 16개의 드론 제작 업체가 참가해 기술을 과시할 계획이다.

드론은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도 사용이 가능한데,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를 들 수 있다. 프랑스는 산불 예방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으며, 밀렵꾼으로부터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벨기에의 경우는 정부에서 불법기름유출 감시에 드론을 투입했으며, 그 외 일부 국가에서는 드론을 활용해 해수욕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구조용으로 쓰기도 한다. 물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고현장에서 대신 조사하는 드론도 있다.

▲ 아마존 ‘프라임 에어’. 출처=아마존

드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내년부터 탄력 받을 전망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배송업에 드론을 활용하려는 업체가 많다. 지난해 아마존은 드론으로 택배를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구글도 같은 계획이다. 도미노피자는 피자배달 드론인 ‘도미노콥’을 실험하고 있다. 이중 가장 빠른 업체는 독일의 운송회사 ‘DHL’이었다. DHL은 지난 9월 정부의 허가를 받고 드론을 통한 소포배달을 시작했다.

 

1인 1드론 시대’ 오나

농장과 목장에도 드론이 뜬다. 축산업에 재빨리 드론을 도입한 영국 농민은 드론을 양치기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체 농경지 중 40%에서 야마하가 만든 드론으로 비료와 살충제를 뿌린다. 한국에서도 야마하 제품을 소나무 방재나 영농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 제조업체 샤또 리쉬알드는 포도밭을 관리하기 위한 드론을 개발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은 물론 스포츠 중계에도 드론이 투입된다.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촬영하기 힘든 부분도 화면에 담을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드론저널리즘’을 모색하는 연구자도 생겨났다.

개인용 드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생활밀착형이자 레저용 드론인 셈이다. 업체들은 이런 드론을 최대한 작은 크기로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아누라, 포켓플라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인텔은 자사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손목에 착용하고 다니는 웨어러블 드론을 공개하기도 했다. 오승환 드론프레스 대표는 “최근 이슈가 된 드론 셀카 사례를 보라. 드론은 대세가 될 것이다. 셀카봉과 마찬가지로 드론은 일반인에게 시각적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인 1드론 시대가 머지 않았다.

 

악몽은 반복된다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드론의 폐혜도 분명히 있다. 단적인 사례가 전통적인 산업군과의 충돌이다. 공유경제의 개념정립과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는 분위기다.

원래 택배는 인간이 실어 날랐다. 이런 상황에서 드론이 택배 서비스에 투입되면 택배회사는 인원 감축을 단행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ATM이 은행원을 대체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무인시스템협회는 연방항공청이 규제를 완화하면 드론 시장이 활성화돼 앞으로 3년 간 7만 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없어지는 직업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개인정보 측면에서도 위험성이 감지된다. 드론은 날아다니는 폐쇄회로 TV로 여겨진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을 찍는 데 드론이 쓰여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무궁무진한 범죄의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드론으로 도둑질할 집을 물색한다든지 사생활을 촬영해 협박한다든지 갖가지 범죄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의 한 작은 도시에서는 자기 집 마당에 들어온 드론을 총으로 격추시킬 수 있도록 사냥 면허를 발급하기도 했다.

심지어 드론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피를 부를 수도 있다. 지난 3월, 플로리다 상공에서 소형 드론이 여객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며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 우발적인 사고인 것은 분명하지만 끔찍한 상상을 가능하게 만든다. 드론이 테러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안 전문가 토드 험프리에 따르면 드론은 해킹에 쉽게 노출된다. 해킹을 통해 우발적인 사고를 필연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 상공을 누비는 드론

국내에서도 드론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데 대체로 공공기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산림보호에 드론을 투입하고 있으며, 평택 해양경찰서는 중국 어선의 불법어획 등 감시 업무를 위해 드론을 시범 운용하고 있다.

드론을 공공 영역에서만 활용하는 건 아니다. LG유플러스는 드론으로 한 커플의 결혼식을 찍어 LTE 통신망으로 송출했다. 영화 ‘감시자들’의 차량 추격전 장면은 드론을 통해 촬영했다. 장난감 업체 바이로봇은 월드 IT쇼 2014에서 ‘드론파이터’를 공개하며 관심을 끌었다. 오승환 드론프레스 대표는 “다리에 금이 간 부분, 불법주차 단속, 산불예방 감시, 사고현장 촬영, 항공데이터 수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을 시범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총 250억원을 투입한다. 드론기술센터와 시험평가장을 구축하는 등 전반적인 지원을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통해 전문기업 100개를 육성하고 새로운 일자리 5000개를 창출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뉴 테크놀로지, 뉴 리스크

1915년 세르비아계 미국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드론 편대’를 상상했다. 1973년 중동전쟁 때 미국은 드론 ‘라이언 파이어비’로 이집트군을 사살했다.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후 드론은 발전을 거듭했고, 지금은 역사상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드론이 어떤 파장을 남길지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드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확실하다.

오승환 대표는 “드론의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IT 강국이자 배터리 제작 기술이 탁월한 한국은 드론 산업을 선도할 조건을 갖췄다.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시장 공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은 그 어느 것이든 악용 가능성을 내포한다고도 지적했다. 분명 드론은 더 이상 군용으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겨진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다. 드론이 여기저기를 떠도는 만큼 파생된 문제도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장밋빛 미래는 드론의 시초처럼 핏빛으로 바뀔지 모른다. 이 시점에 드론이 남긴 문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