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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복의 세상만사]
‘담뱃값 인상’ 부자복지 위한 ‘서민증세’로 비쳐지는 까닭은

“담배 한 갑 주세요”
“어떤거요? 아 그거요? 없는데요...”
“....”

지난 9월 이후 서울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흔한 일이다. 한 동네에서 100m만 움직이면 만날 수 있는 곳이 각종 편의점인데도 불구하고 담배 구매하는 일이 1박2일의 ‘복불복’처럼 힘들다.

설혹 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원하는 담배를 찾아도 1갑 이상을 구매할 수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말로는 점주들이 한 사람에게 1갑씩만 판매하라는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본사에서 9월 이후 물량을 적게 배분해 주는데 담배를 찾는 손님은 오히려 늘어 물량이 부족하다”며 “(담배를 꽂아둔 진열대)빈자리가 없는 편의점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체 물량을 조금씩 풀어서 근근이 연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담뱃값이 인상되지도 않았는데 시장에서는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한 점은 편의점에서 한 사람에게 최대 2갑 이상은 판매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더욱 아이러니 한 점은 지난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탈에 따르면 담뱃세 인상안이 발표된 후 지난 9월 내수용 담배 출하량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9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란다.

담뱃값이 2500원으로 오른 2004년 11월 이후 10년간 담배 제조업의 내수 출하지수가 올 9월보다 높았던 때는 추가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탔던 2005년 8월과 10월, 2006년 9월 등 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에서도 올 9월 담배 출하는 지난해 동기대비 33.5% 증가했다. 담배를 구매하기가 힘든데도 시중에 풀린 담배량은 8년 만에 최고치란다.

이 모든 상황이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추진하는 ‘부자(?) 증세’와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해서 추진하는 ‘금연 정책’의 일환처럼 보인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경우 하루에 1갑을 피우면 연간 121만 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는 연봉 약 4745만원을 받는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 125만원과 맞먹는다.

121만원의 세금은 기준시가 9억원짜리 아파트 소유자가 내는 재산세와도 비슷한 액수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9월16일 이 같이 주장하며 담배가격 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담배에 붙는 세금이 1550원에서 3318원으로 오른다. 하루 1갑의 담배를 피울 경우 현재 연간 56만 5641원을 내던 세금이 121만 1070원으로 114%나 오른다.

담뱃세 121만 1070원은 4500만~5000만원 사이의 근로소득자(평균연봉 4744만 7440원)가 평균적으로 연간 납부하는 근로소득세인 124만 9411원과 비슷하다.

또한 기준시가 6억 8301만원짜리 주택 소유자가 내는 세금(재산세 및 교육세)과 동일하다. 기준시가가 통상 시가의 70~80%에서 결정 고시되는 만큼 실제로는 시가 약 9억원 규모인 셈이다.

결국 하루 1갑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최소 9억원 이상의 집도 있고 연봉 5000만원 이상의 소득자여야만 한다.

9억원 이상의 집도 없고, 연봉 5000만원 이상도 받지 못하는 서민이 감히 연 121만원의 거금을 담뱃값이 아닌 담배에서 피어나는 ‘연기 값’으로 지불 할 수 있을까.

때문에 정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들의 복지(?)에 사용하는 ‘서민증세’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공무원연금을 연 4800만원 받으면서 소득세 한 푼 안내고 시가 9억원의 아파트에 사는 공무원연금수급자의 재산세와 동일한 세금을 내는 것이 공평한 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담뱃세인상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어렵게 생활하는 사회적 약자에 역진적인 세금을 걷어 복지를 구현하자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진행되는 모습은 여야 모두 정부의 재정 부족을 근거로 담뱃값 인상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과연 얼마나 오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담뱃값도 오르고 주민세도 오르고 자동차세도 오른다. 이미 대통령의 “증세는 없다”던 대선공약은 깨진 셈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문제가 됐고 그들이 방만하게 허비한 자금이 무려 12조원가 넘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기관에서 세고 있는 국민의 혈세를 막고, 지하에 숨어있는 불법자금과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지 않고 버티는 악성 체납자들로부터 세금만 거둬들여도 증세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있는 자들에게 더 내라고 할 필요도 없다.

‘탈세보다는 절세’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푼돈을 빼앗기보다는 보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나쁜 자금을 막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싶다.

이규복 기자  |  kblee341@econovill.com  |  승인 2014.11.12  1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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