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은 영화평론가.

우디 앨런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수십 년간 작품 활동을 해온 배우이자 감독으로, 숱한 화제작을 탄생시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걸출한 작품들이 많기에 그의 2003년 연출작 <스몰 타임 크룩스(Small Time Crooks)>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스몰 타임 크룩스>는 제목 그대로 ‘멍청한 삼류(Small Time) 사기꾼들(Crooks)’의 인생굴곡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작품도 아닌 데다 바보 캐릭터들의 행동이 너무 가볍고 유치한 면도 있지만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돈과 행복의 역학관계를 이만큼 명확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놓은 영화는 드물기 때문이다.

삼류 사기꾼 레이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동네 얼간이들과 어설픈 은행털이 계획을 세운다. 은행 옆 가게를 인수해 레이의 아내 프렌치가 쿠키 가게를 하는 것으로 위장하고, 지하로 땅굴을 파 은행을 털자는 것.

우여곡절 끝에 굴착 작업은 시작됐지만 오합지졸 레이 일행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프렌치가 만드는 쿠키는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마침내 레이가 땅굴을 통해 옆 건물로 진입하자 이를 눈치챈 경찰이 따라 붙는다. 이제 딴짓 안 하고 쿠키나 팔 테니 제발 용서해 달라고 비는 레이에게 경찰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프랜차이즈!”

그렇다. 아내 프렌치는 쿠키의 여왕이었다. 왜 진작 그 사실을 몰랐을까. 1년 뒤, 대형 제과업체로 변신한 ‘선셋 쿠키’를 취재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레이는 기자의 질문에 “아내가 그렇게 잘 만드는 줄 몰랐다”고 답한다. 프렌치 본인 또한 쿠키를 잘 만든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사람들이 예의상 그러는 건 줄 알았단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 부부가 프렌치의 재능을 좀 더 빨리 발견하기만 했어도 그들의 인생은 진작 달라졌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이 영화의 전체 맥락은 돈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주제 위에 있지만,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투자하고 개발하는 것은 응당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프렌치와 정반대로, 레이는 사기에도 도둑질에도 전혀 재능이 없으면서 계속 그 일을 시도하다가 낭패를 보는 인물이다. 프렌치는 레이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하지만, 레이는 아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남편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넘쳐 남의 말을 듣지 않았고, 아내 또한 가난과 무식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 영화 <스몰 타임 크룩스>의 한 장면. [사진=사이트 사진 캡처]

먼 미래를 내다보아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인력 개발과 관리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마다 전문 부서를 따로 두고 채용 및 교육,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종사원 개개인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이 관련 업무를 통해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일은 일개 부서가 담당하기에 벅찬 일이다.

이 과업에는 먼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동료들의 통찰과 증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인도 잘 알지 못하는 재능을 발견해 주고 끊임없이 격려하는 동료의 수고가 없다면, 그리고 그러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수용하고 발휘하려는 본인의 노력이 없다면 일반 이력에 기반을 둔 판에 박힌 업무 분장만 계속될 것이다. 인력 개발을 통한 기업의 혁신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당장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시라. 혹시 아는가. ‘프렌치의 쿠키’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