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아마존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육해공을 막론하고 치열하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본업인 유통을 넘어 킨들파이어, 최근 출시된 파이어스틱 등 스마트기기 생태계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던 흐름이 고스란히 국내로 흘러드는 분위기다. 여기에 글로벌 1위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속속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아마존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리츠칼튼호텔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2014’를 열었다. 본 행사는 아마존이 세계 10개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해 클라우드 업계의 동향과 자신들의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아마존은 KT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와 인터넷베이스센터(IDC) 공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해 주었다. 저장공간인 서버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IDC는 클라우드의 핵심 설비다. AWS의 IDC가 통신사와 협력해 국내에 설치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본격적인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공략’에 나서겠다는 천명이나 다름없다. 업계에서는 2조 원 규모의 IDC가 건립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국내 클라우드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마존의 공습에 대비해 자체 인프라를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대비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의 반응은 놀랍게도 ‘환영’이다.

▲ 출처= AP

단적인 사례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회사인 한국호스트웨이와 아마존의 협력이다. 지난달 29일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2014의 스폰서로 참가해 눈길을 끈 한국호스트웨이는 당일 AWS와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국호스트웨이는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서비스형 인프라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회사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마존 상품과 한국호스트웨이가 직접 구축한 컨설팅을 비롯해 전문엔지니어가 직접 관리하는 메니지드(Managed)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공식 리셀러 계약을 맺은 것이다.

특히 매니지드 계약을 체결한 대목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앞으로 한국호스트웨이는 중소기업 시장은 자사의 클라우드를, 대규모 기업시장은 AWS의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 확실하다.

더욱 특이한 것은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이 대부분 AWS와 협력한 한국호스트웨이와 비슷한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AWS와 협력하는 방안을 긴밀하게 타진하는 회사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 들었던 회사들도 AWS와 간절하게 파트너 계약을 맺고 싶어한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의 인프라가 그 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AWS는 내년 상반기 IDC를 통해 정식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B2B 사업 분야의 클라우드 지형도가 급변하는 셈이다. 만약 AWS가 국내에 IDC를 구축해 유일한 단점인 레이턴시(latency: 지연시간)를 줄이고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한다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물론 AWS의 국내시장 공략은 비정상적인 대목이 너무 많다. 특히 국내 클라우드 회사들이 AWS의 진입에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은 이상하다 못해 기이할 정도다. 그러나 이는 클라우드 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부의 패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거의 파괴했다고 본다. 당장 정부부터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의 공공기관 사용을 원천 차단하며 전반적인 시장의 부흥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5년 개정된 전자정부법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행정기관의 전자문서에 대한 보안 조치를 책임지면서, 실질적인 키를 쥔 국정원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안정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