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저조한 3분기 실적은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3분기 매출 47조4500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해 19.7%나 감소한 것이다. 덕분에 전기전자 계열사도 꽁꽁 얼어붙었다. 삼성전기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엽이익이 93.90%, 82.70% 줄어들었다.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야 할 순간이다.

스마트폰을 중심에 두고 전체 스마트기기 시장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기적인 대책과 단기적인 대책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경기도 평택에 건설할 예정인 세계 최대 반도체 라인을 통해 하드웨어의 핵심적인 기술을 집약시켜 궁극적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다. 게다가 반도체는 스마트기기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삽입되는 핵심제품이다. 중국의 강세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시장과 적절한 타협점만 찾으면 상당한 부가수익도 거둘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대책이다.

▲ 삼성전자 모바일 언팩. 출처= 삼성전자

단기적인 대책은 스마트폰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갤럭시A 시리즈와 갤럭시코어 맥스 등 중저가 라인업 대방출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에 두고 중저가 라인업을 파생품으로 치부해 시장에 공개하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샤오미에게 중국 내수시장 1위의 자리를 내어준 직후,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탑재되던 메탈 디자인을 적용시켜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강조했으며 프로모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에 갤럭시 라이프 스토어를 개장해 현지 마케팅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중저가 라인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대응은 효력이 차차 발휘되기 때문에 일단 차치하고, 단기적인 대책부터 따져보자. 일단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통해 맞춤형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으로 보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동맹(AOSP)에 대응해 안드로이드원을 공개했듯이, 중저가 라인업을 잡지 못하면 모바일 생태계 권력은 순식간에 혼란손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0억8821만대 중 단말기 가격이 400달러 이상인 스마트폰은 4억4400만대(40.8%), 200~399달러 스마트폰이 3억7500만대(34.5%), 2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이 2억6900만대(24.7%)였다.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밀리면 전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와 보자. 단도직입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출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중국에서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 1등은 18.3%를 차지하고 있던 삼성전자였다. 샤오미는 10.7%에 불과했다. 그러나 2분기에 들어서며 샤오미는 14%까지 치고 올라 왔으며 삼성전자는 12%로 떨어졌다. 이를 만회하고자 중저가 라인업을 활발하게 가동하는 것이 성공을 거둔다면, 삼성전자가 영광의 순간을 순순히 맞이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도움은 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 무선사업부 실적 부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등장했었다. 여기서 가장 눈길을 끈 해석은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ASP)가 낮아지면서 전체 실적이 떨어졌다는 분석이었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 ASP가 하락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2011년 약 330달러 수준이던 ASP는 2012년 320달러, 2013년에는 무려 27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의 ASP는 190달러다. 결국 ASP가 낮아지며 실적이 하락했다는 삼성전자의 해명은 역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낮아지는 ASP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비책이다. ASP가 낮아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의 기술력 차이가 점점 좁혀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여기서 커다란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은 ASP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해 급속도로 성장하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하고, 낮아지는 ASP를 의식하며 이윤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모든 언론이 지적하는 중저가 라인업 부재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100%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3일 시장조사기관 IDC는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규모를 발표했다. 1위는 23.8%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TOP5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였으며 2위는 12%를 기록한 애플, 3위는 5.3%를 차지한 샤오미였다. 샤오미는 전년 동기 대비해 무려 211.3%의 성장세를 보여줬으며, 표면적으로는 샤오미의 폭발적인 성장이 삼성전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샤오미의 폭발적인 성장이 삼성전자 부진에 100% 영향을 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물론 타격은 크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삼성전자의 낮은 ASP에서 찾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3분기 삼성전자가 1억2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50% 가량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결론은 확실해진다. 샤오미의 성장은 어차피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인 ASP의 영향으로 일정부분 상쇄됐지만, 삼성전자의 낮은 ASP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위기에서 기인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전부가 아니다. 과도한 마케팅 및 유통망 확장을 바탕으로 갤럭시노트4를 비롯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며 ASP가 낮아졌으며, 여기에 샤오미 등의 반격이 일정부분 국지적인 타격을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분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3.8%, 샤오미가 5.3%다. 4배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가 샤오미의 성장에 어닝 쇼크를 당했다는 것은 확대해석이다.

▲ 삼성전자 모바일 언팩. 출처= 삼성전자

여기서 일차적인 단서가 등장한다. 삼성전자의 ‘주적’은 샤오미를 위시한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가 아니라, 아이폰6를 전면에 세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명사, 전통의 라이벌인 애플이라는 점이다. 시기상으로도 명확하다. 애플의 3분기 실적은 421억2000만 달러로 집계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ASP와 기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을 보면 삼성전자의 타격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적은 애플의 뒤에 숨어있다. 바로 안드로이드의 구글이다. 막강한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단숨에 모바일 운영체제의 패권을 장악한 안드로이드가 삼성전자의 마지막 넘어야 할 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드로이드의 몸집이 비대해지며 다양한 오픈소스 활용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정품 안드로이드의 입지가 조금씩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모두 정품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중심의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무리 훌륭한 단말기를 출시해도, 모든 것은 안드로이드 내부의 피드백에만 갇혀있을 뿐이다.

게다가 최근 업계에서는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의 경계가 흐려지며 하나의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두 자신들의 소프트웨어가 N-스크린의 알고리즘을 습득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이폰=iOS, 넥서스=안드로이드’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애플의 경우 iOS 업데이트를 통한 소프트웨어 수혜를 100% 가져가는 반면, 삼성전자는 수 많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하나일 뿐이다. 안드로이드 롤리팝 배포에 있어서도 갤럭시노트4는 아이폰6만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이용자 입장에서는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굳이 삼성전자의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길게 왔지만, 이제 최종결론을 내릴 순간이다. 결국 답은 탈 구글에 있다. 타이젠OS라는 색다른 실험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지금의 위기는 중저가 라인업의 대두가 아닌 애플과의 경쟁 측면에서 판단해야 하며, 동시에 생태계 주도권 경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탈 구글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노키아맵을 채택하는 소소한 일부터 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반도체 중심의 장기적인 하드웨어 정책과, 탈 구글에 연계된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생태계 구축이라는 중장기 정책이 맞물려야 삼성전자의 활로가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