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드로이드 업계에서는 두 가지 의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디 루빈이 구글을 떠난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3분기에 출하된 세계 모바일 기기 중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제품이 무려 83.6%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가지 '팩트'가 향후 글로벌 스마트 생태계 전반을 좌우할 중요한 의미를 내포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디 루빈 구글 수석 부사장이 구글을 떠났다. 로보틱스 그룹 멤버 및 과학자인 제임스 쿠프너가 루빈의 빈자리를 대신할 계획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루빈이 안드로이드로 만들어 낸 놀라운 일에 감사하며, 앞으로 회사를 떠나도 최고의 성과를 내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모바일 부서에서 물러난 앤디 루빈이 구글이 떠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언이 들어맞은 셈이다.

하지만 앤디 루빈이 구글을 떠난다고 구글의 위기가 '갑자기' 올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구글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펼쳐진 '안드로이드 동맹'은 이미 스마트 생태계의 '대세'로 굳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씨넷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3분기 안드로이드 세계 점유율이 83.6%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만 무려 2억6800만대에 달한다. 물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지만, 안드로이드 외 다른 운영체제 점유율이 모두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애플의 iOS는 1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스마트 생태계에서 안드로이드의 힘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과실은? 생태계 확장의 이윤은 누가 성취하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글'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대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안드로이드의 맹주는 구글이다. 그리고 구글과 제휴를 맺고 구글 플레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OHA(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에 가입된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업들은 모두 구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생태계를 통해 동맹군을 끌어 모았으며, 그들의 중심에서 거미줄같은 지배력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차적으로 안드로이드의 확장은 구글의 성공과 연결된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성공이 100% 구글의 성공이라고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수원밑에 오산이다.

안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오픈소스를 지향한다. 폐쇄적 생태계를 지향하는 iOS와 가장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지점이다. 실제로 안드로이드는 '변종의 허브'라고 불리는 리눅스와 알고리즘이 유사하며, 최대한 많은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라는 생태계에서 자유롭게 변형시키고 재조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안드로이드는 폭발적인 확장성을 가지게 됐다. 모바일 플랫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준 핵심적인 이유다.

사실 안드로이드가 출현하기 전만해도 iO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이 운영체제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에 도전장을 내민 구글은 '웹 검색 중심의 인프라'와 '하드웨어 제작 노하우 부재'라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잡아당기는 전략을 가동한다. 소프트웨어(모바일)-하드웨어 역량이 없는 구글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오픈소스 공개며 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올해 3분기 스마트 생태계 83.6%라는 수치는 안드로이드의 오픈소스가 지대한 공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중요한 동력인 '오픈소스'가 이제는 오히려 맹주인 구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드로이드오픈소스동맹(AOSP)이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두 가지로 제공되고 있는데, 하나는 구글이 직접 배포하는 정품 구글 안드로이드며, 또 다른 하나는 AOSP다. AOSP는 안드로이드가 공개한 오픈소스를 제조합해 자신만의 생태계로 재창조한 것을 말하며 안드로이드 코어버전으로 개발자에게 배포된다. 단 코어 플랫폼만 배포되며 GSF가 없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 AOSP가 정품인 구글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아직 비중은 정품 6, 변종 4로 정품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변종의 성장세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여기서 구글의 고민이 시작된다. 시장 점유율이 84%에 육박해도 실질적으로 구글에 떨어지는 이윤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X에 탑재된 AOSP와 중국의 샤오미에 탑재된 자체 소프트웨어, 그리고 아마존이 있다. 특히 킨들파이어 시리즈를 통해 하드웨어에서 시작된 소프트웨어 시장 공략에 돌입한 아마존은 구글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앱스토어'라는 자체 마켓을 내세우며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애플과 화끈한 소송전까지 치룬 아마존은 자체 앱 생태계까지 만들어 구글을 정조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아마존이 안드로이드 용 아마존 앱에 아마존 앱스토어를 넣어 '시장 속의 시장'이라는 기형적인 요소를 구현한 대목은 구글과 안드로이드의 관계 재설정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구글에 편승해 변종 안드로이드를 창조하고 이를 과감하게 정품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결합시킨 아마존의 행보는 그 자체로 파격이다.

결국 구글은 자신들의 성공 방정식이던 오픈소스가 현재에 이르러 자신의 시장을 공략하는 적군으로 돌변한 아이러니한 현실과 대면하고 말았다. 물론 구글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인도에서 출시된 '안드로이드원'이다. 이는 AOSP를 통해 급속도로 번지는 변종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막고자 정품의 가이드를 대폭 낮춘 새로운 버전이다. '정품 속 보급형 모델'로 이해하면 빠르다. 예를 들자면, 영화 '블레이드'에서 뱀파이어들이 변종 뱀파이어를 막기 위해 자신들의 고귀한 피를 활용해 변종 뱀파이어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새로운 괴수를 창조한 셈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원 출시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마존을 위시한 AOSP는 꾸준히 시장을 장악하며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그 사나운 파도를 안드로이드원 하나로 막는다? 만약 이를 실현시키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구글이 모바일 생태계 자체에 강력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 이르러 구글은 할 말이 없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각) 구글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다소 실망스러웠다. 전체 매출은 165억2000만 달러로 시장전망치 165억9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으며 순이익은 28억1000만 달러로 29억7000만 달러였던 전년 동기보다 떨어졌다. 구글의 3분기 실적이 떨어진 표면적인 이유는 설비투자 및 공격적인 인수합병, 인력 충원에 따른 경비 상승이 꼽힌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모바일 생태계 불시착’으로 분석해야 한다.

일단 구글의 매출은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지는 못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검색 광고수입은 17% 증가에 그쳤으며(2분기에는 25%), 오히려 구글 스토어를 통한 매출이 11% 상승했다. 광고수입이 구글 매출에서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대두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겠지만, 이는 순전히 PC에서 모바일로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내지 못한 구글의 전략적 패착이다.

게다가 구글은 '잠시' 모토로라를 인수해 제조기능을 확보하는 한편, 여러 제조사와 협력해 넥서스 시리즈를 출시하며 하드웨어 역량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해당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했다. 넥서스 시리즈가 안드로이드 롤리팝에 힘입어 레퍼런스 스마트폰으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했으나, 이를 두고 구글을 하드웨어 제조사라고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운영체제인 타이젠OS를 준비하자 구글의 래리 페이지 CEO가 강한 불쾌감을 표명한 것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종합하자면, 안드로이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AOSP의 등장으로 정품의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안드로이드의 기본인 모바일 주도권도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제조능력도 미비하다. 구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안드로이드의 성장에 구글이 마냥 웃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