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에 참여한 대기업 출신 퇴직자들이 일본 기업을 방문, 현장연수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2013년 기준으로 다섯 번째에 꼽힌다. 그러나 2010년(3위)보다는 2단계 하락한 순위다.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제조업 인력(취업자) 생산성 비교에서 한국의 1인당 수출액은 11만3000달러로 미국·일본(6만9000달러)보다 훨씬 높지만, 부가가치액에선 1인당 6만7000달러로 미국(13만3000달러), 일본(10만9000달러)보다 크게 낮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은 국부(國富) 증대와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이다.

그렇기에 한국 제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높이려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대거 은퇴에 따른 제조분야의 우수한 중·고령 노동력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제조현장에 선진 혁신관리기술을 도입해 ‘한국형 제조혁신기법’으로 개발하고, 산업계에 확산시켜 생산성 확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방안을 융·복합시켜 국내 제조업, 특히 부가가치 창출과 혁신 활동이 미약한 중소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정책적 지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하 한일재단)의 ‘창조적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 사업’이다.

제조혁신 인스트럭터는 풍부한 경험과 고유기술 노하우를 지닌 베이비붐 세대의 베테랑 기술자에게 선진 혁신관리기술을 교육시켜 약 95만명으로 추정되는 제조업 베이비부머의 퇴직인력을 흡수하는 효과와 ‘제조업 단절’이 우려되는 국내 산업계에 기능 및 노하우 승계, 현장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등을 이끌어 내는 인재를 뜻한다.

이를 위해 한일재단은 상품 개발부터 구매-생산-판매에 이르는 제조현장의 관리기술을 통합적·체계적으로 베이비붐 세대 기술자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이 같은 교육의 모델이 되고 있는 대상이 일본 도쿄대학교의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사례다.

일본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는 약 3주간 매년 10명 안팎의 퇴직을 앞둔 베테랑 제조기술자를 대상으로 범용적 현장관리기술, 공장개선 실습, 지도매뉴얼 제작 등을 교육시켜 수료 뒤 해당 기업과 지역의 중소기업 혁신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한일재단은 도쿄대 과정을 토대로 올해부터 한국기업 문화에 맞는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에 나섰다. 한 마디로 ‘한국형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를 배출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조 현장에 투입, 현장 혁신을 이끌어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제조현장 경력 30년 이상의 숙련 재직자 및 퇴직자를 대상으로 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센터와 공동으로 28명을 모집해 일본에서 이론 및 현장실습을 교육하고, 국내에선 중소 제조기업 현장에서 혁신경영 실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연수과정은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11일까지 18일 동안 도쿄를 비롯해 시가현 야스, 오사카를 거치면서 모노즈쿠리 기본 개념부터 품질관리 및 원가절감 불량삭감 등에 이르는 이론교육과 함께 일본기업 3곳의 현장 실습, 참가자 성과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당시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교육생은 전체 28명 중 재직자는 4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대기업 퇴직자이거나 주 2~3회 출근하는 비상근직들이었다. 직책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 및 부장급으로 이뤄졌다.

일본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인 후지모토 다카히로 교수는 “제조혁신을 통한 모노즈쿠리의 목적은 좋은 설계, 좋은 흐름, 고객만족, 수익 창출, 중소기업 고용 유지”라고 전제한 뒤 “인스트럭터의 역할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도록 이끄는 것”이라며 인스트럭터 역할을 강조했다.

일본 제조현장 실습에선 사가현 야스시에 소재한 자동화기기 및 부품 대기업인 오므론을 시작으로 샨사전기, 산업용 대형 보일러 생산업체 히라가와를 차례로 방문해 통합적 관리기술 및 제조 프로세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배우는 계기가 됐다.

연수자들은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 일본연수 자체와 세부 교육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참가자의 약 90%가 프로그램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세부 교육도 일본기업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80~90%가 좋다고 응답했다.

지난 9월 1~4일, 경기도 오산시의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내 연수과정도 히다치, 아사히맥주, 혼다엔지니어링, 미츠비시자동차 등 일본 대기업 임원 출신의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일본연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국내 전자 및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프론텍, 동인전기공업, 화인플라텍크, 엠씨케이를 방문해 생산공정 및 현장 개선 성공사례를 배웠다.

한일재단 인재양성팀의 김도훈 박사(팀장)는 “국내 인스트럭터 참가자들은 연령대가 50대 중반 이후로 대부분 대기업 퇴직자들이며 일을 계속 하고 싶어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들은 대기업 계열사로부터 일자리 제의를 받았지만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처럼 자신의 노하우와 기술을 중소기업에 컨설팅해주는 일을 원했다”며, “한일재단 인스트럭터 양성이 바로 그런 소양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현재 인스트럭터 1기 수료자들은 한일재단의 도움을 받아 별도의 모임을 결성해 기업체 제조현장 개선을 위한 혁신경영 컨설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도훈 박사는 “11월에는 국내연수 현장방문 기업이었던 경기도 시흥에 자리한 자동차부품업체 P기업에 1기 인스트럭터들과 함께 제조혁신 경영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내년 1월에는 인스트럭터 수료자들과 부산의 H기업 직원 650명을 대상으로 한 모노즈쿠리 경영 사내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매뉴얼분과와 현장지도 매뉴얼분과 등 2개의 소모임을 만들어 인스트럭터 활동을 체계화할 수 있는 기반 조성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일재단 측도 기업 단위의 모노즈쿠리경영 사내교육을 적극 주선하는 한편, 인스트럭터 수료자들을 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센터의 제조기술부문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시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인터뷰]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1기 - 양남준 테크젠정공 대표

“베이비부머 기술자 기업혁신 역할에 뿌듯

 한국형 제조혁신기법 개발 민관지원 필요”

 

▲ 양남준 대표.

“일본의 혁신경영을 배워 회사 경쟁력을 키우면서 은퇴 뒤에도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과정에 참여했다.”

인천 송도에 있는 테크젠정공의 양남준 대표이사(59세)는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첫 번째 연차세대에 속한다.

지난 34년 동안 제조업에 근무하면서 제조현장의 혁신없이는 기업이 도태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던 양 대표는 한일재단을 통해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을 알게 됐다.

첫 회사가 한일 합자회사였고, 지금의 테크젠정공도 특수방열판 및 정밀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수출회사이기에 그는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었다.

일본의 제조혁신 경영기법을 제대로 배워보자는 의욕으로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1기 과정에 참여했고, 일본식 제조혁신 경영모델 ‘모노즈쿠리’를 비롯해 작업현장의 낭비요소 제거, 공정 및 품질·재고 관리, 인스트럭터 활동, 현장실습 등을 교육받았다.

현재 인스트럭터 1기 회장을 맡고 있는 양남준 대표는 “기업이 고객 요구를 사내의 모든 프로세스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고서는 수익을 창출하기란 불가능하다”면서 “한일재단의 제조혁신 인스트럭터 양성과정은 제조 기술자에 자부심을 불어 넣어 지속적인 혁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어서 다른 컨설팅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과 일본의 국민성과 문화가 달라 앞으로 일본식 모노즈쿠리 제조혁신 기법을 토대로 한국형 제조혁신 기법을 개발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학계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본인도 교육과정에서 습득한 제조혁신 지식과 기법을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 및 훈련을 시행해 회사를 강소기업으로 만드는 한편, 국내 중소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에도 조력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