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의 종말

중국 IT산업이 성장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자국보호 중심 정책·과감한 인수 합병·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재빠른 벤치마킹 등 다양한 성장 요인을 꼽는다.

먼저 중국 기업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려 한다. 샤오미의 매출액 97%가 중국 본토 판매로 이루어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에서만 ‘국민 브랜드’이고 해외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낮다고 해서 평가 절하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사이 중국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다.

중국 특유의 산자이(모방) 문화도 성장의 배경이다. 2000년 초반 한국 기업들은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뤘다. 중국도 이 전례를 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경쟁사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화웨이의 연구소에는 삼성전자만 집중 연구하는 전담팀이 따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연간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화웨이는 세계 곳곳에 R&D 센터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막강한 지원도 중국 IT산업의 성장 원동력이다. 2009년 2월 18일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전자정보산업이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적, 기초적, 선도적 기간산업이라는 인식으로 구조조정진흥계획을 통과시켰으며 2010년 12차 5개년 계획의 세부 계획으로 전자정보제조업 발전계획, 소프트웨어 및 IT서비스 산업 발전 계획 등 IT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IT부문에서 2015년까지 매출액 1,000억 위안(약 17.5조원) 이상의 대형선도 시업 5~8개와 매출액 5,000억 위안(약 86.6조원) 이상의 대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중국은 ITU 차기 사무총장을 배출하며 중국IT산업을 글로벌 진출을 다양한 통로를 모색할 예정이다.


기회는 있다?…미래는 지금부터

국내 IT기업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중국 기업은 최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빈틈을 공략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바로 중저가 라인업을 키우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를 중국과 인도에 공개했으며 중저가 패블릿 스마트폰 갤럭시 코어 맥스를 발표했다. 갤럭시노트4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물론 중국이 선점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빼앗겠다는 계산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중저가 라인업 진출을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갤럭시 알파(사진 제공=삼성전자)

반도체 분야에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총 85만5000평 규모로 평택고덕산업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이중 23만8000평을 먼저 활용해 인프라 시설과 첨단 반도체 라인 1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15조6천억원 투자로 인해 지역내 약 4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396만㎡(120만평) 입주가 완료되면 3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 2일 삼성전자는 늘어나는 글로벌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TV 중심의 소비자 가전(CE)복합 단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대하고 중국뿐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베트남에 주목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장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5G 시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5G 기술은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의 전제조건이다. 세계 각국이 기술표준 선점을 위해 애쓰고 있다. 5G 기술 표준이 정해지면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사부터 단말기 제조사, 통신장비 회사까지 기술표준을 따르게 된다. 기술표준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미래 이동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인텔, 퀄컴 등 민간 정보통신 장비 및 칩셋 회사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5G 기술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중·일 3개국은 미래 이동통신 시장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기술표준화 대결을 전개할 전망이다. 3국이 여기에 주력하는 이유는 기술표준을 선점해야만 미래 ICT 먹거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 시장은 단순히 통신장비 뿐만 아니라 단말기, 통신서비스, 부가서비스, SW 시장에 이르기까지 산업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5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