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미래창조과학부가 IoT(사물인터넷) 기반 산업의 정보보호 플랫폼 강화와 차세대 핵심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관계부처 차관회의에 보고한다. 사물인터넷 정보보호 로드맵이 그 주인공이다. 보안과 시장 주도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보안 위협에 따른 경제적 피해규모는 2020년까지 약 18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사물인터넷 시대의 보안위협은 동시다발적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피해를 넘어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미래부는 홈·가전, 의료, 교통, 환경·재난, 제조, 건설, 에너지 등 사물인터넷 분야를 7개로 분류해 공통 보안 원칙과 분야별 세부 보안 고려 사항을 개발해 보급한다. 또 사물인터넷 사이버 위협 종합 대응체계도 마련하는 한편 실질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내년부터 구체적인 법 및 제도, 정책을 논의한다. 미래부는 사물인터넷을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보안대책과 동시에 기술 개발을 통한 시장 주도권 확보에도 나선다. 이에 미래부는 제품 서비스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디바이스, 네트워크, 서비스·플랫폼 등 3개 계층에 맞는 9대 핵심원천기술 개발하는 ‘시큐어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프로젝트는 디바이스돔, 네트워크돔, 서비스돔으로 분류되며 디바이스돔은 사물인터넷 기기의 크기, CPU 성능, 전력상태 등을 고려한 경량·저전력 암호 모듈, HW보안 시스템온칩(SoC)과 보안 운용체계 기술 개발 사업이 중점적으로 시행된다. 네트워크돔은 이기종 기기가 상호 연결된 사물 네트워크에서 실시간 이상 징후를 탐지 대응하는 보안기술 개발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돔은 사물인터넷 서비스 환경에 적합한 인증과 프라이버시 보호와 서비스용 보안 솔루션 개발이 개발된다.

미래부의 사물인터넷 보안 및 시장 주도권 강화 노력은 정교하게 계획된 정책적 포석으로 이해된다. 현재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2014 ITU 전권회의에서 우리나라가 발의해 논의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표준안이 정식으로 다뤄질 경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사물인터넷은 구체적인 표준 및 로드맵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물인터넷의 폐혜로 여겨지는 보안 플랫폼을 강화하는 한편, 강력한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면 '꿈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다만 미래부의 사물인터넷 정책이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현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버 사찰과 비슷한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도 있다. ICT 사업에 있어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검열 및 사찰은 결국 해당 산업의 붕괴를 의미한다. 만약 사물인터넷 시대에 현재의 다음카카오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더욱 강력한 '연결'을 바탕으로 '빅브라더'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사물인터넷의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지정이다. 물론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은 국가보안에 있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제도'지만 자칫 '보안을 매개로 벌어지는 사찰'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7월 미래부와 국가정보원이 3.20 해킹 사태를 이유로 지상파를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포함시키려 하자 방송협회를 중심으로 엄청난 반발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사태가 사물인터넷 시대에도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사물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은 커녕 실질적인 정책입안도 어려워진다.

현재 글로벌 기업 중심의 사물인터넷 정책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나라가 사물인터넷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ITU같은 국제기구를 이용하는 길 뿐이다. 그리고 부산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와 미래부의 로드맵 발표는 적절한 호기다.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