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연계증권(ELS) 바람이 거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ELS 발행 규모가 2010년 25조원에서 지난해 말 45조7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8월 말까지의 발행액이 3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발행액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ELS를 활용해 보험사에서는 ELS변액보험, 증권사는 ELS랩, 자산운용사는 ELS펀드를 출시해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ELS펀드는 23일 현재 2조1757억원으로 연초 대비 2152억원가량 증가했다.

주가연계증권은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일정 시점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은행에서 판매되는 유사한 상품으로 이자가 주가지수에 연계돼 결정되는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ELD)이 있다. 이 밖에도 주가가 아닌 이자율이나 환율, 실물 등의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DLS)이 있다.

이들 상품은 주식펀드와 달리 원금이 보전되거나 일정 이하로 손실이 제한되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ELS 상품은 설정 당시 수익구조가 결정되고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단기적으로 운용할 때 적합한 상품이다.

도입 초기 ELS는 주가가 일정 범위에서 상승하면 수익이 나는 단순한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보기도 해 한때 외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수익률은 좀 낮지만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해도 수익을 내는 ELS가 등장하면서 안정 성향 투자자들의 인기를 모았다. ELS의 기초자산 역시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코스피200(KOSPI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등락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은 물론, 주가가 반등하면 조기 상환이 이뤄지는 상품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KOSPI200 지수에서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으로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국내 자산뿐만 아니라 해외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로스톡스50지수(SX5E)를 활용한 ELS가 쏟아지고 있다.

ELS 상품이 아무리 인기 있더라도 장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ELS 상품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ELS는 상품에 따라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지만 기본 원리는 유사하다. 즉, 투자자금 중 80~90% 이상의 금액으로 채권 등을 매입해 만기 시 투자원금을 확보한 후, 나머지 자금으로 주식, 원자재(금, 은, 석유 등), 실물(부동산 등)과 같은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를 기본으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 투자기간, 위험자산의 종류 등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100원의 투자자금이 있는데 국채 1년짜리 이자율이 5%라고 가정하면 1년 후 원금 100원은 현재가치로 95.3원(=100원/(1+0.05))이 된다. 따라서 95.3원으로 1년짜리 국채를 매수하면 1년 후 100원의 원리금이 들어오므로 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제 원금을 확보했으니 나머지 투자자금 4.7원으로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서 만기 시 0원 이상의 가치를 얻으면 된다. 1년 후 만기가 되면 국채 투자자금에서 원리금 100원이 들어오고,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금에서 0원 이상의 가치가 들어오므로 최소한 원금 이상의 수익률이 얻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자산 투자자금’과 원금 이상의 초과수익률을 얻기 위한 ‘위험자산 투자자금’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ELS 상품의 특징이다.

ELS 상품은 대부분 일정한 기간에만 투자자를 모집하는 단위형이다. 또한, 투자기간이 3개월, 6개월, 1년 등으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만약 투자기간 도중에 환매를 한다면 환매자금의 상당부분을 수수료로 물어야 하므로 투자에 앞서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ELS 상품에 투자할 때는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ELS는 원금 보존이나 혹은 손실 제한을 추구하지만 결국 미래 주가 등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엄연한 투자상품이다. 설사 원금보존형이라도 하더라도 만약 1~2년 후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투자원금만 돌려받게 될 경우 정기예금 이자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원금을 보전한 것이 아니라 정기예금에 넣어 얻을 만큼의 이자를 기회비용으로 손해보는 셈이다. 결국, 주가 움직임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원금보존에다 추가 수익확보는 굳이 ELS 상품을 활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약 개인투자자가 본인자금의 95%를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나머지 5%를 주식인덱스 펀드에 투자한다면 훌륭한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이 된다. 만약 원금보장에 필요한 손실한도액을 관리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자금의 절반 이상을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를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렇듯 자산배분을 통해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상승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점에서 굳이 ELS 상품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셋째, ELS 상품은 장기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40대의 투자자가 20년 후 은퇴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매달 본인 소득 중 100만원을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매달 주식형 상품에 50%, 채권형 상품에 50%를 투자한다는 투자설계가 수립된 경우, 원금보존보다는 장기 투자 펀드를 통해 기대수익률을 달성하면 된다. 원금보존에 매달리다 보면 극히 일부분만 주식에 투자하게 되므로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대수익률이 너무 낮게 되면 은퇴자금 준비에 차질을 빚게 된다. 또한, ELS는 일정기간이 지나거나 시장상황에 따라 만기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품에 옮겨 가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

사실 ELS 투자에 있어 성공과 실패는 특정 ELS 상품의 기초자산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투자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ELS 상품에 투자하느니 차라리 개별 주식을 사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결국, ELS는 여유자금을 단기에 운용할 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보다도 투자에 앞서 은퇴설계, 자녀교육자금 설계를 제대로 수립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자산배분을 정한 뒤 투자 성격이 명확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자산관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단기적으로 투자위험에 노출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자산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