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최근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면서 반전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17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 의장은 미국 내 소득 양극화가 10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근접했음을 강조하며, 금리인상으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언급해 향후 금리인상 시기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 보여 당분간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옐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후 미국 뉴욕 증시는 지난 17일에 이어 22일 하루를 제외하고 지난 주 연일 강세를 보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2%(216.58포인트) 상승한 1만6677.9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1.23%(23.71포인트), 1.60%(69.95포인트) 오른 1950.82와 4452.79를 각각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 추가 경기부양 검토속 유로존 124개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주목

유럽 주요 증시도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경기부양을 검토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제히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0% 오른 6419.15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지수 역시 1.20% 상승한 9047.31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 CAC40지수는 1.28% 오른 4157.68에 거래를 마쳤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50지수도 1.17% 뛴 3043.81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장 최대의 관심사는 유로존 주요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의 재정 상황이 당초보다 더욱 심각한 쪽으로 결과가 나올 경우 추가 부양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124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오는 26일(현지시각)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조사대상 은행이 이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추가 경기부양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상황이다.

최근 그리스가 또다시 재정위기를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고 유로존 경기 자체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큰 만큼 EU 정상들은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고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추가 경기부양 대책도 추가 양적완화를 통한 단기 처방과 함께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지원 방안이 중점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제임스 휴스 알파리 투자회사 연구원은 "유로존의 10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여전히 그리스의 금융위기로 변동성이 큰 편"이라며 "유로존 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른 추가 경기부양 대책 향방에 따라 시장은 방향성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은 현재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ECB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까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수준"라고 진단했다.

◇ 중국 119조원 유동성 공급 검토, 일본도 소비세 인상 연기 시사

추가 부양책 시기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중국은 유동성 공급을 통한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나타내면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지난달 5000억위안(약 84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에 이어 추가적으로 2000억위안(약 35조원) 규모의 자금을 풀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7.3% 성장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21일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성장률인 7.2%보다 소폭 상회했지만 2014년 한 해 목표치인 7.5% 달성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유동성 추가 공급조치에 따라 지난 24일 중국 증시는 보합권에 머무르며 진정세를 나타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1%(0.138포인트) 내린 2302.28을 기록했고, 선전종합지수는 0.05%(0.589포인트) 오른 1296.64로 장을 마감했다.

한편 당초 27일 예정설이 유력했던 상하이-홍콩 증시 주식 교차거래 제도인 '후강퉁' 시행에 따른 증시 부양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분기 일본 GDP가 전년 대비 7.1% 감소하는 등 경기 회복과는 다소 거리가 먼 상황이어서 기존 정책 시행의 시기 조절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에 지나치게 큰 충격을 가져올 경우 소비세 인상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 경제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한 바 있으며 내년에 10%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30조엔(약 1287조원)의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공적연금펀드(GPIF)의 일본 주식투자 비중을 20%대 중반으로 상향 검토, 8조엔(약 79조원)의 주식매수여력 확보를 통한 주식시장 부양을 검토하고 있다.

다양한 경기부양책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되자 일본 주요 지수는 잠시 상승 흐름을 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조정을 받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9월 25일 연중 최고점인 1만6374.14에 거래됐으나 한 달만인 24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1% 오른 1만5291.64에 거래를 마쳤다. 토픽스지수는 같은 기간 0.81% 상승한 1242.32에 장을 마감했다. 토픽스지수는 미국·유럽 등 주요 서방 선진국의 경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 주동안 5.5% 상승해 주간기준 1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편, 국내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경제의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진정세를 찾았지만 대형주들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31%(5.96포인트) 떨어진 1925.6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발 훈풍에 힘입어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폭을 키워가자 장중 하락세로 전환했다.

주요 기업 실적이 부진해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6% 줄어든 5666억원이라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9% 감소한 11조4148억원을, 당기순이익은 27.2% 감소한 6574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8% 줄어든 357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는 앞서 시장이 예상한 영업이익 4187억원을 크게 밑돈 수준이다. 같은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3.4%, 34.2% 감소한 5조6639억원과 23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