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약 20억명으로 현재의 약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른바 ‘실버 이코노미’(Silver Economy)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오는 2020년 노년층이 되는 베이비부머들의 구매력이 무려 15조 달러(1경59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한 고령층의 급증은 새로운 소비층의 부상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구매력은 18~39세에 집중되는 주요 소비 타깃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풀이했습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의 구매력을 ‘실버 달러’(Silver Dollar)라고 표현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전체 소비에서 50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0%, 50%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도 올 들어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새 자동차의 20%를 구매했으며 2004년의 구매 비중은 11%에 불과한 반면, 18~34세의 구매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11%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죠.

이에 따라 자동차, IT(정보기술), 금융, 제약 등 산업 전반에서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속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65세 이상 인구의 30%가량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 운전석이 심장마비를 진단해 차량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본 자동차업체인 토요타도 교차로 등에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 구축에 한창입니다.

IT 업계에서는 ‘실버 서퍼(Silver surfer)’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간과 돈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이나 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실버 서퍼는 인터넷을 즐기는 시니어를 말하는데요,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컴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률, 온라인뱅킹 이용률,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전자책 활용률 등이 높은 이들이 소셜네트워킹 산업의 성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웨덴의 스마트폰 제조사 도로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의 자판 크기를 키우고 기능을 단순화시킨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일본 전자업체 후지쓰는 긴급호출 기능의 전화를,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도 사용하기 쉬운 노년층 전용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향후 로봇이 노년층의 건강상태와 응급상황을 관리하는 실버케어 로봇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노년의 삶의 질을 높여줄 로봇 산업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일본 종합가전업체인 NEC는 가정용 로봇 파페로를 노년층을 위한 동반자 로봇으로 출시할 계획인데요. 로봇 본체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해 노인 돌봄이나 주택 보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입니다. 일본 개호상품업체인 엔윅(NWIC)도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배설물 자동처리 로봇을 개발했죠.

이렇게 로봇 산업은 헬스케어 서비스의 성장으로 눈 여겨 볼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대형할인마트가 돋보기를 설치한 쇼핑카트를 도입하거나 특정 취미 및 추억 공간과 테마를 접목한 여행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령 고객 맞춤형 눈높이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7대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

고령화에 따른 실버 이코노믹 영역을 확장해가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실버 이코노미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베이비부머를 타깃으로 삼는 기업들은 주로 건강식품 업체와 의료기기 업체, 노후 자산 운용을 위한 보험과 자산운용 업체들 뿐입니다.

실버 이코노미가 성장하려면 국내 고령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시니어 세대의 소비 패턴’에 따르면 50~70대 고령 소비자도 나이에 따라 각기 다른 품목에 지갑을 연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늙었다고 다 같은 고령 소비자가 아니며, 갈수록 커지는 시니어 시장도 좀 더 세분화해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50대는 자동차 구입에 쓰는 지출비중이 높았고 60대는 애완동식물, 건강기능식품, 가사서비스, 화장품에 많은 돈을 썼습니다. 70대 이상은 주택 유지 및 수선, 국내외 여행, 건강기능식품 등에 지갑을 열었습니다.

또 같은 나이라고 해도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 패턴이 엇갈렸는데요. 소득 수준이 높으면 자동차 구입, 해외여행, 운동 등 지출금액이 큰 품목에 돈을 썼지만 소득 수준이 낮으면 건강식품, 애완동식물 등의 소비비중이 높았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50대까지는 소득 수준의 영향을 덜 받았지만 60대가 넘어가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가 엇갈렸습니다. 애완동식물·건강기능식품은 벌이가 적을수록 소비가 컸습니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같은 고령층이라도 연령·소득에 의해 소비패턴이 달라지는 것을 고려했을 때 상품군에 따라 시장 접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고 연구원은 특히 “고소득층만 타깃으로 한 제품 및 서비스를 기획하기보다 저소득층의 품목도 면밀히 관찰해 이들을 위한 시장을 발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복지‧헬스케어 전시회 ‘센덱스(SENDEX)’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대한민국을 이끌 ‘7대 시니어 비즈니스 트렌드’를 발표했습니다. 7대 트렌드로는 ▲디지털 에이징 ▲손주 비즈니스 ▲복합 여가 ▲걷기, 열풍을 넘어 습관으로 ▲첨단 고령친화기기 힐링족 ▲재무 서비스에 감성적 혜택을 더하라 ▲타운에서 커뮤니티로 등이 선정됐죠.

디지털 에이징(Digital Aging)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나이 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위한 웹 접근성 개선, 노년층 특화 PC와 보조기기 산업, 정보화 교육 등과 관련된 아이템이 주목받을 전망입니다.

손주 비즈니스(Grandparent Economy)는 경제력 있는 조부모가 늘어나면서 손주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합니다. 미국에서는 20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시장이라는데 손주를 위한 의류, 완구, 학용품부터 패션, 금융, 교육 상품 등의 서비스까지 여러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복합 여가(Leisure Convergence)는 여행에 관심이 많고 문화생활을 즐길 경제력이 있는 노년층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 느낄 거리, 함께 할 거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니어 복합문화공간 관련 산업입니다.

걷기, 열풍을 넘어 습관으로(Walkaholic)는 최근의 걷기 열풍 주역이었던 중장년층이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걷기운동이 시니어 생활의 일부로 깊숙이 자리 잡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로 인해 워킹화, 지자체의 걷기문화 상품, 걷기지도자, 관련 소프트웨어 등이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첨단 고령친화기기 힐링족(High techs for Seniors)은 ICT와 접목된 첨단 고령친화기기로 신체 활동 보조뿐 아니라 감성까지 치유받는 노년층을 일컫습니다. 실제로 고령화 이후 노인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물개로봇 ‘파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재무 서비스에 감성적 혜택을 더하라(Financial Membership)는 금융산업이 단순 자산관리를 넘어 노년층의 도전과 교육 욕구를 해소할 감성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운에서 커뮤니티로(Silver Community)는 시니어타운 이용자의 성향이 다양해지면서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협동조합 등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형 시니어타운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