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영국의 플레밍이 항생제를 발견하기 전까지 서양에는 대부분 ‘동종요법’이 의학의 주류를 이루었다. 식물이나 광물의 성분을 아주 묽게 희석시키고 에너지를 가해서 약효를 얻는 것이다.

그 치료약(remedy)의 적응증을 찾아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 마치 모래속의 사금을 찾는 것과 같았다. 정확하게만 쓰면 그 효과는 마치 마술처럼 신효가 있다.

비록 응용은 어렵지만 약값이 저렴하다보니 지금도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는 동종요법이 의료시장의 80% 가까이를 점유한다.

항생제 출연 이후 신약개발은 마치 금광을 개척하는 것처럼 돈방석에 앉는 행운이었다. 문제는 효능과 안전성 기준이 너무 높아 신약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그 비용이 환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통 개발에 2000~3000억원 정도가 소요되다보니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는 시도도 못하는 실정이다.

쑥(艾葉)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스티렌정’이 약 50억원 정도의 자금을 소요한 것으로 알려져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미 각국도 관행적인(conventional) 신약개발은 단일구조(Single compound)가 세포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해보고 이어 조직에 이용해 효과가 있나 검사한다. 이 같은 임상검증을 3~4차에 걸쳐 시행하며 효과를 입증해야 하니 고비용 구조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거꾸로(reversed) 전통의학에서 이미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들을 발굴해 조직에서 검증하고 세포실험을 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성도 확보하고 있다.

서구에서도 정부의 분담비용이 증가하는 고비용구조가 보건의 위기를 몰고 오기 때문에 미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질병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의 요소를 분석해주고 조언하는 ‘통합의학의 지혜’가 부각되고 있다.

통합의학이 의학계의 주류로 대두되게 되면 값비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통합의학은 미래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서양의학의 잣대로 전통의학을 분석하면 너무 미숙하고 허점이 많다며 일단 얕본다는 것이다.

마치 소나무처럼 굽은 목재는 쓸모가 없으니 반드시 켜서 사각으로 잘라진 재목만 써야만 한다는 논리와 같다. 이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남는 것은 작은 막대기에 불과 할 것이다.

굽었으면 굽은 대로 필요한 곳에 쓰면 더 운치가 있고 견고하게 쓸 수도 있다.

인간은 각기 태어난 체질이 있다. 즉, 선천적인 유전적 소인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잣대로 보면 안 된다.

그 유전적인 소인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생활습관과 식이습관 및 운동 등을 잘 선택해 약점을 극복해 나간다면 고단위 약물을 쓰지 않고도 건강한 삶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먹거리나 건강보조식품, 약품, 운동도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일으키므로 체질의 관점에서 맞는 자가 조정법 들을 찾아내 정확하게 쓰면 최고의 명약이 될 수 있다.

모든 현상을 음양이라는 포지티브(태양)와 네거티브로(태음)만 보면 무리수가 많다. 잠정적인 변수로 소양과 소음이라는 완충보완적인 구성요소(factor)를 추가해 현상을 다양하게 접근해보려는 노력이 사상(四象-예로 태극기의 감∙이∙건∙곤)이다.

인간의 전체 유전자도 약 18%는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인체도 질병의 원인, 개인의 장부가 가진 각기 능력 그리고 심리적 감정과 취향에 영향을 받는다.

통합의학의 관점에서 모든 질병은 단위가 아닌 개개인의 증후군이므로 맞춤의학을 중요하게 본다. 이런 측면에서 ‘사상의학’은 통합의학의 훌륭한 이론적 근거(PBM)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