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최신판인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단순히 갤럭시노트4에 안드로이드 5.0 최신버전이 탑재된다는 사실 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1일(현지시각) 삼모바일은 "삼성전자 모바일 트위터에 롤리팝을 배경으로 한 갤럭시노트4 사진이 게재됐다"며 "롤리팝을 배경으로 한 것은 사실상 안드로이드 롤리팝 업그레이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안드로이드 롤리팝 임박. 사진제공 - 삼모바일(삼성 트위터)

실제로 삼성전자 공식 트위터에는 '갤럭시노트4 쿼드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는 꽤 달콤하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 안드로이드 롤리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성능에 관련된 이야기지만, 배경 이미지가 '롤리팝'이라는 것은 사실상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탑재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이에 앞서 업계에서는 11월 말과 12월 초 사이에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5에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탑재된다는 설이 파다했었다.

단순한 '설'이 '명확한 심증'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현 단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64비트 AP 지원이다.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탑재되면 컴퓨터의 CPU에 해당되는 스마트폰의 두뇌, 즉 AP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4도 마찬가지다. 이미 자체적으로 제작한 64비트 AP인 '엑시노스7 옥타'를 탑재한 갤럭시노트4는 64비트 AP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롤리팝을 통해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 엑시녹스 옥타7. 사진제공 - 삼성전자

34비트 AP가 2진수 데이터를 32자리 단위로 전송한다면, 64비트 AP는 64단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두뇌가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격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탑재를 갤럭시노트4의 업그레이드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이는 전략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난 6월 구글은 미국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안드로이드L(롤리팝)을 공개했다. 이후 개발자 모드를 거쳐 차근차근 전형적인 오픈 플랫폼 행보를 보여줬으며, 이후 15일(현지시각)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발표 직전까지 64비트 AP지원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구글이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의 측면에서 안드로이드 롤리팝에 64비트 AP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이는 충분히 일리있는 의견이었다.

물론 구글과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동맹은 견고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를 열어 자체 모바일 OS인 타이젠을 준비하는 등, '탈 구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MS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최근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페이스북 전용 스마트폰이라는, 구글 입장에서 다소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를 당장 버릴 수 없다. 다만 타이젠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간헐적으로 모바일 테스트 베드인 인도에 출시시켜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웨어러블과 스마트 TV 등 2차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는 자체 OS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는 구글의 심기를 건들기에 충분하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하드웨어의 강력한 기둥인 삼성전자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맹주'인 구글의 입장에서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때 업계에서는 구글이 레퍼런스 모델인 새로운 넥서스 시리즈 출시를 미루는 초강수를 두며 64비트 AP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롤리팝 공개를 미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롤리팝에 64비트 AP 탑재가 없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이는 넥서스 시리즈 공개와 함께 허공으로 사라졌지만, 최소한 구글의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 안드로이드 롤리팝. 사진제공 - 구글

정리하자면, 구글은 64비트 AP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출시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넥서스 시리즈와 안드로이드 롤리팝, 그리고 넥서스 플레이어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TV 자체는 필요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64비트 AP의 탑재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물론 여기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

결국 구글은 엄청난 반발을 감수한다는 전제로, 64비트 AP 탑재를 누락시키는 방법을 통해 불안정한 안드로이드 롤리팝을 공개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레퍼런스 모델인 넥서스6를 공개하며 안드로이드 롤리팝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다. 심지어 출시 시일도 빠르다. 불과 한 달전 삼성전자의 구 모델에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제대로 탑재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테스트를 했다. 그런데 벌써 갤럭시노트4다. 생각보다 빠르다.

다양한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안드로이드 롤리팝 자체가 64비트 AP를 지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롤리팝에 64비트 AP가 탑재됐다는 지극히 '당연한 설명'이 있다. 미국 퀄컴은 지난해 12월 첫 64비트 AP인 '스냅드래곤 410'을, 대만의 미디어텍은 올해 2월 'MT6732'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하드웨어 64비트 AP 시대를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맥빠지는 일이다. 애플의 iOS가 버전을 업데이트하며 구글의 새로운 제품 공개 바로 다음날 대중에 공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순수한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구글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생태계 전략을 변경했다는 설도 있다. 일단 넥서스6는 물론 태블릿인 넥서스9만 해도 기존 넥서스 시리즈의 궤도에서 급격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구글은 홍채인식도 가능한 삼성전자의 64비트 AP인 엑시녹스 옥타7(기존 엑시녹스 5433)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아직은'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견제'에서 '당분간 공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물론 애플 등의 경쟁사와의 전쟁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으로 승리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안드로이드 롤리팝. 사진제공 - 구글

구글은 안드로이드 롤리팝을 통해 64비트 AP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구글의 생태계 전략이 현상유지로 기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구글의 넥서스6를 잊으면 곤란하다.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등장으로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6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이다. 구글의 입장에는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무리한 견제로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기보다 생태계를 다독이며 넥서스6를 넘어 넥서스9, 넥서스 플레이어를 통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확장시키려 할 것이다.

결국 연결이다.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등장은 갤럭시노트4의 하드웨어 스펙을 극대화시키는 훌륭한 '호재'지만, 구글은 다양한 '해법'을 틀어쥐게 됐다. 생태계를 가진 자의 '여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