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은 연비와의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가 시대,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차량 구매 시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연비가 꼽히는 시대다. 완성차 업체들은 1리터(ℓ)로 단 1미터라도 더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연비만 놓고 보자면 전기차가 답이겠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충전시설 등 인프라 부족이 현실이다. 대안은 하이브리드(HEV) 차량이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만을 결합했기 때문이다.
인피니티는 올해 초 브랜드 이름을 ‘Q시리즈’로 바꾸고 중형 디젤세단 ‘Q50’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시장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Q50’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4천만원대 디젤세단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을 장착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올해 9월까지 1807대나 팔렸다. 이는 인피니티 전체 판매량 2174대 가운데 84.1%를 차지하는 것으로 인피니티는 덕분에 전년(733대) 대비 3배 가까운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상승세를 이어가고자 인피니티가 선택한 후속 모델은 7인승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X60’이다. 아웃도어, 레저 열풍을 타고 치솟는 SUV 인기와 연비를 따지는 합리적 소비취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QX60은 2012년 출시 이후 인피니티의 아웃도어 스타일을 만들어간 ‘JX35’의 후속 모델이기도 하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고 좀 더 남성스러워지고, 고급스워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라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추가다.
‘QX60’의 첫 인상은 우람한 근육질 남성을 연상케 한다. 겉으로 보기엔 크고(전장 4990㎜, 전폭 1960㎜, 전고 1745㎜), 타서 보면 넓다는 생각부터 들게 한다. 말로만 7인승이 아니라 실제로 7명이 장시간 여행을 해도 전혀 공간적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2열과 3열 시트를 눕히면 널찍한 방이 만들어 진다. 2166ℓ 적재 공간으로 성인 2명은 굴러다니면서 잘 수 있다. 세미 캠핑카로 딱이다.
원래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실내공간이 적기 마련이다.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만큼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QX60 하이브리드는 초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가솔린 모델과 동일 수준을 확보했다.
또한, 차체가 크다고 해서 운전이 불편하지 않다. 주행해 보니 생각보다 부드럽고 민첩하다. 높은 차고와 묵직한 중량감, 디젤엔진 때문에 승차감이 취약한 SUV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에코, 스노우, 스탠다드 4가지 주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변속감 없이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Q50 시승 때도 느낀 점이지만 역시 인피니티는 하체(서스팬션)가 든든하게 잡아주는 듯한 편안함이 든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V6 3.5ℓ 엔진 대신 직렬 4기통 2.5ℓ 가솔린 엔진과 15kW(20마력)의 전기모터로 구성됐다. 이전 모델인 JX35의 265마력보다 줄어든 253마력의 최고 출력에 33.7㎏·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가솔린 모델 대비 30% 향상시킨 10.8km/L를 달성했지만 하이브리드 치고는 기대 이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으로 디젤 모델 출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77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