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캠퍼스 타운홀에서 신제품 발표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패드 에어2, 아이패드 미니3, 레티나 아이맥, 차세대 맥 운영체제 OS X 요세미티, iOS8.1을 공개했다. 물론 20일부터 출시되는 애플페이 상용화 로드맵도 발표했다.

업계의 반응은 신중하다. 일단 아이폰6 시리즈와 애플워치의 출시에 이어 새로운 아이패드 및 다양한 IT기기가 하나의 라인업으로 꾸려지는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iOS8.1은 소프트웨어 콘트롤 타워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두께가 얇은 아이패드 에어2는 그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저렴한 5K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 레티나 아이맥은 PC 경쟁사인 ‘델’을 긴장시키며 호평 일색이다. OS X 요세미티도 일단 합격점이다.

하지만 패착도 있다. 특히 아이패드 미니3의 경우 애플 역사상 최악의 스마트기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아이패드 미니3. 사진제공 - 애플

우선 아이패드 미니3는 전작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디스플레이 너비나 무게, 심지어 아이패드 에어2가 얇은 두께로 각광을 받은 것과 달리 아이패드 미니3는 이 마저도 전작과 동일하다.

물론 2014년 애플의 전매특허인 터치 아이디를 비롯해 새로운 특장점들이 몇 가지 탑재되긴 했으나, 카메라와 프로세서는 물론 대부분의 하드웨어 스펙은 전작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비해 가격은 약 10만 원 올랐다.

전날 발표된 구글의 넥서스 시리즈와 넥서스 플레이어가 각각 대화면 스마트폰 전략, 게임기를 탑재한 안드로이드TV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찍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 것과 비교하면, 아이패드 미니3의 수준은 참담한 지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애플이 패블릿과 태블릿의 경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어디까지가 패블릿이고 어디까지가 태블릿이냐’는 문제는 아직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으나, 최소한 아이패드 미니3는 애플이 패블릿과 태블릿의 간극에서 뚜렷한 지향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아이폰6+와의 ‘겹침’이다. 실제로 애플의 패블릿 스마트폰인 아이폰6+와 태블릿인 아이패드 미니3의 디스플레이 차이는 2.2인치에 불과하다. 이는 새로운 태블릿인 아이패드 미니3와 아이패드 미니2의 2인치 차이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태블릿과 태블릿 디스플레이 크기와 태블릿과 패블릿 디스플레이의 차이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커지며 태블릿의 크기와 거의 유사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6+와 아이패드 미니3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도 없어졌다. 구매자 입장에서 아이폰6+와 아이패드 미니3를 동일하게 보게될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며, 이는 결국 시장이 겹친다는 뜻이다.

자세한 스펙을 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아이패드 미니3는 7.9인치 디스플레이에 2048X1536 해상도, 프로세서는 A8X, 배터리 지속시간은 10시간이다. 이에 아이폰6+는 5.7인치 디스플레이에 해상도는 1920X1280, 프로세서는 A8에 배터리 지속시간은 12시간이다. 명색이 태블릿인 아이패드 미니3와 아이폰6+를 비교하면 스펙 차이가 거의 없다. 2.2인치에 불과한 디스플레이 차이와 향상된 프로세서, 다소 높은 해상도가 특이할 뿐이다. 터치 아이디 및 대부분의 새로운 기술은 동일하게 탑재됐으며 심지어 배터리 지속시간은 아이폰6+가 더 길다.

아이패드 미니3는 태블릿과 패블릿의 간극에 선 글로벌 IT 제조사들의 고민이 묻어나는 가장 극적인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여기에 이르러 애플은 자사의 ‘다른 분야 핵심 제품’의 시장을 서로 겹치게 만들었다. 태블릿과 패블릿의 영역이 구분되지 않아 생긴 해프닝이지만, 이는 역으로 전략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