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삼성전자가 일부 유료화 서비스를 천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와 함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를 동시에 선보였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밀크는 장르별 추천 음악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신개념 음원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밀크를 통해 갤럭시노트4의 강력한 스펙과 기어VR, 기어S와 같은 웨어러블과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총 220개 장르별 채널을 구축했으며 320만곡의 음원도 확보했다.

출시 5일 만에 약 5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음원 시장에서의 인기가 뜨거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밀크를 통해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용자들이 무료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무료’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다. 이용자들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면, 가뜩이나 음원시장의 황폐화를 초래한 ‘음악=공짜’라는 인식이 더욱 광범위하게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공식성명을 통해 밀크가 음원시장의 근간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밀크와 음원 구매 소싱을 담당하고 있는 소리바다에 ‘음악 저작물 사용계약 해지 통보’를 보내는 초강수를 뒀다.

물론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밀크를 통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엄연히 유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용자가 밀크를 통해 음원 서비스를 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즉 이용자 대신 삼성전자가 대신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외부 마케팅 과정에서 ‘무료’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면 이는 궁극적으로 음원시장을 파괴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14일 삼성전자는 ‘무료 음원시장 고착화’ 논란에 휘말린 ‘밀크’ 서비스를 두고 “밀크를 통해 기존 이용자들의 혜택을 꾸준히 이어가는 한편, 음원 시장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굳은 의지인 셈이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소리바다와 재협상에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13일 소리바다측에 계약해지 통보를 보낸 이후 아직 삼성전자나 소리바다와 재협상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아직 저작권 침해 논란이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일부 유료화 서비스를 천명한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당장 음원공급을 막는 등의 돌발행동에 들어갈 확률은 희박하다. 일단 밀크를 통해 음원 수익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도 밀크의 반응이 호평인 이상, 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 양쪽 모두 현재의 서비스가 주는 이득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만 품은체 계산기만 두드리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