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방점을 찍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기 생태계 전략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워치 기어S에 실리는 웨어러블 전용 메모리 양산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정복에 나서는 분위기다.

▲ 기어S. 사진제공 - 삼성전자

17일 삼성전자는 기어S에 탑재되는 웨어러블 전용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반도체는 스마트폰에 따로 탑재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낸드플래시, 모바일D램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쌓아 점유 면적을 줄인것이 특징이다. 말 그대로 웨어러블에 특화된 메모리 반도체인 셈이다. 물론 해당 반도체, 즉 패키지가 17일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최근 막을 내린 전자정보통신산업대전에서 공개된 바 있다. 다만 막강한 기술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양산'에 돌입했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스마트기기 생태계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타이젠OS를 바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공략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한편, 웨어러블의 중심인 모바일D램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생태계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웨어러블에 특화된 '패키지'를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기 생태계 전략이 '하드웨어 중심의 패권'으로 상당부분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자사의 무선사업부 외 다른 웨어러블 제조사와 해당 패키지 공급을 두고 협상에 돌입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분석된다. 자사의 웨어러블을 넘어 다른 웨어러블 기기에 해당 반도체 패키지를 판매할 수 있다면 '원천기술'을 가진 소프트웨어의 대표명사인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부럽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어VR와 갤럭시노트 엣지의 측면 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전략으로 이해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건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라인을 바탕으로 '메모리'라는 핵심을 휘어잡아 다가오는 스마트 기기 생태계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를 찾았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경기도 화성 반도체 라인을 방문하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한 대목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한편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 사업부에서도 이 시장을 적극 개척하기로 결정했다”며 “웨어러블 전용 메모리 시장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말이다. 결국 원천기술을 장악해 그 자체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