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부호·기업인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다. 거대기업을 이끌었던 거부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되거나 주가폭락으로 추락 위기에 놓인 것이다.
부호들의 몰락은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가치나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 기인한다. 하지만 좀더 멀리 보면 30년 전 시작된 개혁·개방과 성장 일변도 정책이 낳은 필연적인 부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대부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전자·가전 제품 유통업체인 궈메이(國美)그룹을 이끄는 황광위(黃光裕·39) 회장은 부정부패로 몰락하게 된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일 이후 중화권 언론매체들은 황 회장이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공안 당국에 연행돼 조사받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황 회장이 일단 귀가 조치됐다고 전했지만 확인된 바는 아직 없다.
황 회장은 형 황쥔친(黃俊欽)이 최대주주인 진타이(金泰)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타이의 주가는 지난해 7월 9일∼8월 30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무려 539.14% 올랐다. 4.16위안에서 25.31위안으로 급등한 것이다. 황 회장은 지난 2006년 은행에서 13억위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당국으로부터 조사받은 일도 있다.
부정부패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또 다른 부호가 쓰촨성(四川省)의 여성 기업가인 셰빙(謝氷·38) 한탕(漢唐)실업 회장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 쓰촨성 대표를 역임한 셰 회장은 한때 젊은층이 닮고 싶어하는 기업인으로 청년층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업자금 수억위안을 불법 조달한 혐의로 남편, 사장 등 8명과 함께 최근 쇠고랑까지 찼다.
저장성(浙江省)에 자리 잡은 중국 최대 날염업체 장룽(江龍)그룹의 타오서우룽(陶壽龍) 회장 부부는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에서 체포됐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야반도주했던 타오 회장은 분식회계, 불법자금 조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떨어지면서 위상이 급락한 부호도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 창업주의 딸인 양후이옌(楊慧姸·27)은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에 의해 지난해 중국 최고 부자로 선정됐다 올해 3위로 미끄러졌다. 지난해 그의 재산은 1300억위안이었지만 지난달 151억위안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잘못된 외환거래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물러난 중신타이푸(中信泰富·CITIC)의 룽즈젠(榮智健·66) 전 회장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부호 리스트에서 9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63위로 미끄러졌다. 한때 중국 최고 갑부였던 장인(張茵·51) 주룽(玖龍)제지 회장도 재산이 지난 1년 사이 770억위안에서 215억위안으로 줄어 중국 부호 리스트 중 11위에서 231위로 급락했다. ‘멍뉴(蒙牛)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중국 최대 우유업체로 군림해 온 뉴건성(牛根生) 멍뉴 회장도 최근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 그는 중국 기업 수호라는 미명 아래 레노보 등 다른 중국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베이징 특파원
(yeekin77@asiaeconomy.co.kr)

사진설명- 부정부패로 몰락한 황광위 회장이 Ernst & Young에서 주최한
2006 중국의 기업가상 소매부문 을 수상하고있다.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