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부터 열리고 있는 유서깊은 전자기기 전시회, 홍콩 추계전자전이 13일부터 16일까지 아시아의 허브 홍콩에서 열린다. 기업간 실거래 비즈니스 중심의 홍콩전자전은 미국의 CES, 독일의 CeBIT와 함께 세계 3대 전자제품 전시회로 꼽힌다. 전세계 22개국 3500여 업체가 참여하는 최고수준의 전자 박람회다.

▲ 홍콩전자전 홈페이지. 사진제공 - 홍콩전자전

이번 홍콩전자전에 참가하는 국내 업체는 100여 곳이 넘는다. 23개 분야로 마련된 본 행사에서 중국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업체가 참여했다. 특히 SK텔레콤이 10개의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참여한 대목이 새롭다. SK텔레콤은 이번 전시회에서 멀티미디어, 생활건강, 환경 등 세 개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스마트 기기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제품을 전시한다. 멀티미디어와 관련된 앱세서리 상품들은 총 5개로 ‘스마트빔’, ‘스마트빔 와이어리스’, ‘WiFi 오디오’,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USB’ 등이며, 생활건강 영역은 ‘스마트 마커(Marker)’, ‘펫핏(Petfit)’, ‘스마트 기저귀’ 등 3개, 마지막으로 환경관련 상품은 ‘에어큐브(AirCube)’, ‘솔라스킨(SolaSkin)’, ‘UV&Ambient(자외선측정기)’ 등이다.

물론 SK텔레콤이 홍콩전자전에서 10개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제품을 전시하는 배경은 ‘상생과 협력’이다. 실제로 SK텔레콤 박철순 컨버전스사업본부장은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공동 협력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앱세서리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상품들을 계속 출시하여 창조경제와 ICT노믹스의 확산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도 분명히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 사업으로의 진출이다.

지난 2일 SK텔레콤은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박인식 사업총괄과 11개 제휴사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스마트홈 사업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제휴사는 경동나비엔(보일러), 게이트맨(도어락), GE Lighting(조명), 위닉스(제습기), 모뉴엘(로봇청소기), 대성쎌틱에너시스(보일러), 유진로봇(로봇청소기), 타임밸브(가스차단기), 오텍캐리어(에어컨), 금호전기(조명), ipTIME(와아피이 공유기)이다. 앞으로 SK텔레콤은 이들과 협력해 저가에 방점을 찍은 전혀 새로운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이 제3의 스마트홈 동맹군을 꾸린 것은 그 자체로 다양한 의미가 있다. 우선 통신사 중심의 스마트홈 시스템 구축이 가지는 의미다. 앞으로 SK텔레콤은 제휴를 맺은 회사들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하거나 다양한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홈 라인업을 꾸린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홈이 협력의 차원에서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 경우는 있지만(삼성전자의 경우 밀레와의 협력) 사실상 자사의 생태계 내부에서 스마트홈을 꾸려 왔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파격이다.

업계의 반응은 반반이다. 뚜렷한 전자기기 사업이 없는 SK가 스마트홈 시장 공략의 단초를 기발하게 뚫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각각의 독립된 기기들을 SK텔레콤 기반의 플랫폼에 온전히 담기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LG전자, 소니, GE 등이 올씬얼라이언스를 조직했으며 삼성전자, 인텔, 델은 OIC를 조직해 합종연횡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SK텔레콤의 제3동맹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조사 중심의 프리미엄 스마트홈보다 더 강력한 파급력이 가능하다는 진단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SK텔레콤의 홍콩전자전 참가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선 함께 제품을 출시한 업체들이 모두 스마트기기 회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사물인터넷은 세계 ICT 발전의 지향점이기에 당연한 결론일 수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을 묶어 보급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축하는 SK텔레콤이 스마트기기 중소기업과 홍콩전자전 공동출시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 스마트홈 생태계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2일 결성한 스마트홈 제3동맹과 더불어 충분한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시장은 삼성전자 및 LG전자로 대표되는 제조사가 자체 생태계를 바탕으로 발전시킨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최근 KT와 커넥서스의 동맹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통신사 중심의 사물인터넷-스마트홈 서비스도 각광을 받는 중이다. 심지어 와이파이 다이렉트라는 효과적인 무선 통신 기술도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통신사도 사물인터넷 시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분위기다. 물론 KT의 기가 와이파이 인프라 개발도 비슷한 배경이다.

SK텔레콤은 결국 직접적인 사물인터넷 동맹의 외연확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홍콩전자전에 참가하는 SK텔레콤이 ‘Smart [Living]! We make your life better’라는 슬로건을 천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핵심은 스마트홈 인프라다. 홍콩전자전은 그 비전을 보여줄 훌륭한 무대 중 하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