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9년 여름. 저는 CJ엔터테인먼트(現 CJ E&M 영화사업부문) 홍보팀 과장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소위 1천만 관객동원 영화가 없었던지라 영화 <해운대>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습니다(결과적으로 당시 국민영화로 자리매김하면서 1천만을 넘겨 매우 기뻤지요).

각설하고 이에 밤낮없이 분주하게 영화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한 줄이라도 더 좋은 기사를 쓰도록 알리고 또 알리고 또 알리고 그랬습니다.

워낙 큰 작품이었기에 저뿐만 아니라 <해운대>를 연출하신 윤제균 감독님은 물론, 제작사인 JK필름 길 대표님 그리고 주/조연 배우까지 모두 합심해 언론에 홍보하며 하루하루 성과를 이어 갔답니다. 영화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니 분위기도 매우 좋고 ‘정말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답니다.

암튼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세탁기에 바지를 던져 넣다가 혹시 몰라 호주머니를 뒤져 봤더니 커피전문점 영수증 6개, 호프집 영수증 2개가 나오더라구요. 저는 (저도 모르게) “무슨 커피를 낮에 여섯 잔이나 마셨냐···아···나도 참 대단하다”라고 한마디 뱉었는데, 마신 커피 여섯 잔이 정말 모두 아이스 아메리카노였습니다. 그걸 지켜보던 와이프 왈 “커피전문점에 커피 말고 물도 있고, 주스도 있고, 그렇잖아? 참~나~~”라더라구요.

그러게요~ 왜 전 커피만 여섯 잔을, 그것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만 마셨을까요? 한편으론 ‘정말 열심히 기자들 찾아다니면서 만났구나’라고 자위를 하면서도 내심 ‘왜 이리 단순할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내심 제 신세를 한탄(?)하며 “낮엔 커피상무, 밤엔 술상무구만~!”이라고 읊조렸더니 와이프가 순간 빵 터졌습니다.

그렇습니다. 홍보 업무라는 것이 책상 앞에 앉아 보고서를 쓰고 기획도 하고 제반 준비 과정도 있지만, 결국 일선에 있는 기자를 만나 자료도 제공하고 설명도 하고 설득도 하며 때론 비난도 듣고 공격도 당하며 그렇게 이뤄지는 것이지요. 물론, 백오피스(Back office·후선), 프론트 오피스(Front office·전면)로 나눠 내근만 하는 파트, 외근만 하는 조직을 운영하는 홍보회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와 소맥은 단지 음료와 주류가 아닌 홍보의 큰 툴(Tool)이자 유용한 수단이며,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윤활유’입니다. 기계에도 액을 쳐야 잘 돌아가는 것처럼 사람도 액을 흡입해야 잘 돌아간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홍보업무에 종사하는 여러분께서는 마치 내 일처럼 느끼실 수도 있고, “진짜 저래?”라고 묻고 싶은 분들도 계실텐데요···한 번쯤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하간 제가 마셨던 커피와 맥주도 <해운대>를 천만 영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감히 생각하던 그 때가 가끔은 여전히 그립기도 합니다.

참, 혹시나 해서 말씀 올리는데 “이거 좋은 직업 아니야? 맨날 먹고 노는 거잖아~”라고 물으신다면 정말 제 일이 슬퍼질 수 있으니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절대로!!! 그래주실꺼죠?

가끔 제 사수는 제게 ‘뇌’가 아닌 ‘간’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가끔 제 사수는 네가 마시는 ‘술’ 한 방울이 한 줄의 ‘기사’로 돌아올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뭐니뭐니해도 건강해야 계속 마실 수 있으니 우리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구성원 모두 건강한 사회도 도래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