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마존은 국내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한국인 직원을 선발하는 한편, 클라우드 중심의 국내산업 진출에서 벗어나 본연의 장기인 온라인 유통에 승부를 거는 분위기다. O2O(Oneline-Offline) 로드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글로벌 전자 상거래 시장을 정복했던 아마존의 공습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관련 업계는 새삼 아마존의 독과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 시장이나 사업에는 항상 '독과점' 문제가 부각되곤 했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마존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다양한 국내 관련 업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 아마존 로고. 사진제공 - 아마존

악명높은 아마존 독과점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의 독과점 논란은 악명이 높다. 아마존은 자신을 통해 유통되는 전자책을 저가로 낮춰 구매자에게 공급하는 일명 '균일 저가정책'으로 기존 출판 사업자들과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월 스티븐 킹, 폴 오스터 등의 유명 작가 909명이 아마존과 벌인 '전쟁'이다. 당시 작가들은 뉴욕타임스에 '작가연합' 명의의 전면광고를 내어 "우리들의 생계를 담보로 출판사와 벌이는 협상을 중단하라"고 주장했었다. 아마존의 지나친 저가정책으로 작가들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온전한 창작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전자책 분야만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아니다. 워너브라더스와 월트디즈니도 아마존의 균일 저가정책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제작사들은 아마존의 유통정책에 반발하며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고, 아마존은 이들의 콘텐츠를 자사의 유통망에서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날을 세운 바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레고 무비’, ‘트랜센던스’, ‘300: 제국의 부활’ 등의 판매가 중단됐으며 월트디즈니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말레피센트’의 DVD와 블루레이의 예약 판매가 중단됐다. 결국 이들은 아마존의 공격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나쁘냐, 좋으냐
아마존의 독과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에 대한 여론도 찬반으로 팽팽한 편이다. 실제로 작가연합의 아마존 비판성명이 발표됐을때 '아마존 스타'로 불리는 신인 작가 빈센트 잔드리는 "아마존이야말로 작가들에게 활자 발명 이후 최고의 선물”이라며 두둔에 나섰다. 워너브라더스와 월트디즈니의 반발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두 제작사의 불만이 문제가 되자 많은 아마존 이용자들이 아마존보다 거대 제작사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아마존과 대립각을 세우는 당사자는 대부분 전통적인 강자라는 점이며, 아마존을 두둔하는 당사자는 '전자'라는 새로운 물결을 타고 등장한 신진세력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작가연합은 베스트셀러 작가들로 구성됐지만 빈센트 잔드리는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자책 사업이 없었다면 병과 캔을 주워 모은 돈으로 생필품을 사는 가난한 작가였을 뿐이다. 워너브라더스와 월트디즈니가 강력한 콘텐츠 제작사라면, 아마존의 편을 들었던 일반 이용자들은 아마존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이 거대 제작사의 흐름에 몸을 맡겼을 평범한 시민들이다.

결국 아마존 독과점 문제는 공유경제와 비슷하다. 공유경제가 기존의 시장경제와 충돌하며 '우버 불법 논란'이 촉발된 것처럼, 아마존의 독과점은 온라인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유통시장의 등장과 기존의 강자들이 충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산업과 ICT로 대표되는 새로운 사업의 충돌이 바로 아마존의 독과점 문제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해결방법은?
물론 독과점은 건전한 경제를 위해 지양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마존의 독과점은 새로운 유통망의 등장으로 기존의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독과점 문제보다 복잡다변한 고차방정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우선 아마존이 저가정책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전적으로 콘텐츠 제작사에 전가하는 것부터 손질해야 한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반(反) 아마존법'이 번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마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신구산업의 충돌과 별개로 아마존의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대목이다.

긍정적인 독과점 해체에 따른 산업유발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적절한 교훈도 있다.

19세기 말 석유왕 록펠러는 석유업계를 장악하는 한편, 군소업자들이 설치한 송유관망을 장악해 '강철 동맥'을 만들어 독과점 지위를 누려왔다. 이에 당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독과점 금지특별법을 발효해 록펠러의 우월적 지위를 완전히 박탈했으나 록펠러는 엑손, 모빌, 쉐브론, 걸프, 텍사코, 쉘, BP로 사업을 분사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아마존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독과점 금지특별법이 발효되기전, 강철 동맥을 보유해 미국 동부의 정유사업을 완전히 장악한 록펠러와 닮아 있다. 이 상태로 아마존을 압박해봤자 결국 결과는 록펠러의 '칠자매'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마존 독과점 문제를 궁지로 몰아넣지 말고, 긍정적인 차원에서 부드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역 별 자신있는 사업의 분사를 통해 아마존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방법이 윈윈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아마존은 국내시장에 공습경보를 내린 상태다. 독과점의 열풍을 몰고오는 아마존의 첫 번째 타깃은 전통적인 산업군, 그리고 유사 서비스 업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아마존은 자신들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산업의 재화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이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폭풍전야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