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로운 이야기가 IT '호사가'들의 화제로 부상했다. 스티브 잡스 이후 팀 쿡 CEO와 함께 애플을 이끌고 있는 디자인총괄 수석부사장 조니 아이브가 중국의 샤오미에 '카피캣의 한계'를 지적하며 직격탄을 날리자 린빈 샤오미 공동창업자가 이를 조목조목 받아치며 대응했기 때문이다. '진짜 애플'과 '중국 애플'의 신경전은 IT 호사가 입장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재미있는 주제임이 틀림없다.

▲ 린 빈 샤오미 공동창업자(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제공 - 샤오미

린 빈은 최근 애플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조니 아이브가 한 매체를 통해 "뭔가를 이루기 위해 7~8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게 복제됐다고 생각해봐라. 쉽게 보면 이건 도둑질이고 게으른 것이다"라며 "좀 거칠게 얘기하자면 샤오미의 행보는 이제 아부로 받아들이기도 힘든 지경이다"고 지적한 대목에 발끈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각) 중국의 IT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에 따르면 린 빈은 조니 아이브의 지적에 대해 "샤오미는 그 누구에게도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라고 강요한 적 없다"며 "제품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증명한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린 빈은 "조니 아이브에게 샤오미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고싶다"며 "써보고 다시 코멘트를 해주길 바란다"고 비꼬기도 했다.

▲ 조니 아이브(오른쪽). 사진제공 - 애플인사이더

카피캣 오명을 벗으려는 샤오미
삼성전자를 누르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장악한 샤오미는 현재 '카피캣'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7월 휴가 바라 샤오미 부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샤오미를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부르는 것에 아주 넌더리가 나고 지겹다"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비슷한 배경이다. 샤오미는 이제 카피캣을 넘어 그 이상의 수준을 위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 도대체 얼마나 심하길래?
이처럼 카피캣 이미지를 버리고 싶어하는 샤오미지만, 사실 냉정하게 살피면 샤오미의 '애플 바라기'는 정도가 심하다. 린 빈 공동창업자와 휴가 바라 부사장이 무슨 근거로 '샤오미는 애플의 카피캣이 아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제3자가 보기에도 샤오미는 카피캣이 맞다.

당장 최근 등장한 전략 스마트폰 미4(MI4)를 보자. 이를 두고 해외 언론들이 일제히 '중국의 아이폰'이라는 비야냥 반, 탄성 반의 반응을 보이는 점은 차치한다고 해도 일단 외부 디자인부터 아이폰과 심하게 닮아있다. 그냥 스쳐가며 보면 아이폰과 미4의 차이점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심지어 샤오미는 제품을 공개하는 행사를 진행할때도 애플의 행사를 그대로 모방한다. 샤오미의 제품출시 행사를 본 사람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 쥔 샤오미 CEO는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분위기의 옷을 입고 애플과 비슷하게 만든 키노트 페이퍼를 두고 발표를 한다.

▲ 샤오미 MI 시리즈. 사진제공 - 샤오미

재미있는 것은 레이 쥔도 깜짝제품을 발표할때 '원 모어 씽'을 외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대사와 똑같다. 이 정도면 거의 도플갱어 수준이다. 물론 삼성전자의 제품출시 행사도 애플의 행사와 비슷하기는 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제품출시 행사에 등장하는 중요 인사는 '정장'을 입고있다. 실제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삼성전자는 격식 분야에서 동양이 서양을 따라가는 흐름을 쫒아도 나름의 '유교적 문화'는 피력하는듯 하다. '한복'을 입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여기에 샤오미는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까지 애플의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기가 막히는 수준이다. 또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플랫폼-하드웨어 개발의 기조는 어떤가. 애플이 iOS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드웨어 기반을 설정한다면, 샤오미는 MiUi라는 자체 안드로이드를 개발해 하드웨어를 '조각'해 낸다.

이 과정에서 노골적인 따라하기 정황이 포착되기도 한다. 샤오미의 '미3' 제품 이미지의 카메라 렌즈는 놀랍게도 애플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애피처'의 이미지를 갖다 붙여버리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물론 세부적인 하드웨어 스펙까지 파고들면 한때 치열하게 싸우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이 허망해질 지경이다. 샤오미에 비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은 소송거리도 아니다.

샤오미가 노리는 것
7일(현지시각) 린 빈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6천만 대로 예상한다”며 “올해에 비해 내년에는 수요가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스마트폰 1억2000만 대를 팔겠다는 포부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억 대 이상의 판매를 올리는 곳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유일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억1390만대, 애플은 1억5340만대를 각각 출하한 바있다.

현재 샤오미는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레노버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린 빈 공동 창업자의 호언장담이 먹힌다면 샤오미는 당장 글로벌 스마트폰 3위기업이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린 빈은 자사의 '홍미1S'를 출시해 엄청난 성과를 거둔 인도시장을 기점으로 남미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참고로 급격한 모바일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는 인도시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원 출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최근 글로벌 스마트기기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지는 곳이다. 또 8월 샤오미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사무실을 여는 한편, 휴고 바라 부사장을 앞세워 남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UHD TV에 있어서도 샤오미의 진화는 단연 발군이다. 현재 샤오미는 인도에서 49인치 UHD TV 가격을 640달러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비슷한 스펙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비해 절반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서도 확인된 것이지만, 샤오미가 당분간 '노마진' 정책을 불사하며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보급형 UHD TV 시장을 공략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가 2000년대 중국을 지배하던 이베이를 물리치던 '스킬'과 비슷하다.

샤오미는 스마트홈에도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스마트홈은 제조사 중심의 사물인터넷 기반 발전과 더불어, '망'에 집중한 통신사의 스마트홈 구축도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경동나비엔(보일러), 게이트맨(도어락), GE Lighting(조명), 위닉스(제습기), 모뉴엘(로봇청소기), 대성쎌틱에너시스(보일러), 유진로봇(로봇청소기), 타임밸브(가스차단기), 오텍캐리어(에어컨), 금호전기(조명), ipTIME(와아피이 공유기)가 뭉친 'SK텔레콤 스마트홈 동맹군'과 KT의 범 아시아 스마트홈 군단인 '커넥서스'가 있다. 이에 샤오미는 제조사에 이어 통신사의 영역으로까지 번지는 스마트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며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는 '제조사'의 입장에서 추진된다. 10일(현지시각) IT매체인 안드로이드어쏘리티는 이미 샤오미가 4가지 스마트홈 시리즈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다양한 색으로 빛을 밝힐 수 있는 스마트 조명전구, 타이머 설정과 원격제어, USB 충전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 전원 플러그, 광각 시야각 렌즈로 720픽셀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웹캠, TV와 오디오 기기를 비롯해 에어콘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리모트 센터가 주인공이다. 전형적인 스마트홈 라인업이다. 아직 정확한 출시일자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샤오미는 이 라인업을 스마트폰 앱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샤오미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막강한 스마트폰 제조능력을 통해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UHD TV, 스마트홈을 위시한 다양한 영역으로 힘차게 뻗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카피캣' 이미지는 부담스럽다. 제2의 도약을 꿈꾸기 위해서는 '아류'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조니 아이브의 지적에 린 빈이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 샤오미 제품. 사진제공 - 샤오미

지난 9월 중국의 IT전문매체 뇌봉망은 샤오미로 대표되는 중국의 스마트기기 제조기술은 더 이상 저가, 저질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뇌봉망은 심지어 샤오미가 자체적으로 독자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소프트웨어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체제 타이젠OS를 실질적인 파급력으로 키워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는 전략의 변화 측면에서 스마트폰보다 스마트TV 등 가전제품의 영역으로 이해해야 하지만, 다양한 분석을 차치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지금까지 '범접할 수 없는 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자신감이다. 물론 이는 중국시장에서 패권을 장악한 샤오미의 비약에 중국 IT사업이 엄청난 흥분에 매몰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샤오미의 자신감은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공세적으로 나서는 한편, 카피캣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자신들이 창조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샤오미의 승부수가 적절하게 성공을 거둘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