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L 일부를 정식으로 배포하는 한편, 삼성전자도 주력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L을 탑재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갤럭시S5의 해외모델인 ‘SM-G900F’는 안드로이드L 테스트를 마쳤으며 빠르면 12월 전체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3(모델명 SM-N9005)와 갤럭시S4(모델명 GT-I9500)는 현재 테스트가 한창인 것으로 파악된다.

안드로이드L은 구글이 최초로 64비트 AP를 지원한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앱 구동에 있어 가상머신 달빅(DALVIK) 대신 ART라는 새로운 체제를 채택해 배터리 수명이 34% 수준으로 높아지고 앱 구동 속도도 향상된다.

실제로 안드로이드L 출시는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미 9일(현지시각) 구글은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L 환경에 맞춰 제작한 앱을 테스트 할 수 있는 'x86 64비트 안드로이드L 개발자프리뷰 에뮬레이터'를 배포한 상태다. 이미지 파일은 '안드로이드SDK매니저'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시그널’들을 종합해보면, 안드로이드L 출시가 임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구글이 이미 안드로이드L을 넘어 안드로이드M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 디바이스 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mydriver)가 다수의 스크린샷으로 공개한 오픈소스 코드를 분석하면 확실해진다. 안드로이드L 코드에서 우연히 발견된 소스코드에 ‘M'이 명확하다.

하지만 이번 안드로이드L이 진정한 64비트 AP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L 기반의 넥서스 시리즈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독과점에 우려하고 있다. 갤럭시노트4의 경우 64비트 AP를 하드웨어로 지원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안드로이드L에는 64비트 AP 지원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기능이 우수해도 소프트웨어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구글의 넥서스에도 64비트가 지원되지 않을 확률도 있지만, 안드로이드M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글이 안드로이드L을 공개하며 전략적으로 64비트 지원을 뺐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iOS와 안드로이드의 큰 차이는 바로 오픈소스 여부다. iOS가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며 ‘좁게’ 집중되는 재화를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애플이 챙기는 구조라면, 안드로이드는 공개적인 생태계를 유지하며 ‘넓게’ 분포되는 재화를 골고루 가져가는 구조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입장에서는 다양한 오픈소스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모을 수 있지만, 수익성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오픈소스 플랫폼을 유지하며 ‘의도적인 기술누락’으로 하드웨어 기술을 가진 동맹군(삼성전자)을 길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로드맵은 넥서스로 대표되는 자사의 단말기 유통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