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있다. 수고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일에 대한 대가는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이 유명한 속담은 이번주 뉴스에 나온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가 걱정스러운 소식이었다면, 그 다음날 터진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불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관련 로열티가 1년에 약 1조600억원이라는 뉴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정작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만들었는데 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사용료를 내야하는 걸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왕서방이고, 삼성전자는 재주를 넘는 곰이란 말인가?

돌아온 옴니아의 유령  
2007년 8월에 출시된 ‘옴니아’는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도 PDA폰이 있었지만 가장 널리 보급된 최초의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옴니아 폰이다. 그 당시 옴니아에 탑재된 운영체제는 윈도 모바일 6.1이었는데, 데스크톱에서 널리 사용되던 윈도의 기본골격을 상당부분 이식한 윈도CE(Windows Consumer Electronics)계열의 운영체제였다. 윈도 운영체제는 데스크톱에서도 느려지는 현상이 심했는데 제한된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당연히 급속하게 느려졌고, 많은 사람의 원성을 들으며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아이폰 3GS에 무참히 침몰됐다. 이후 ‘옴니아2’가 나오긴 했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시장에서 실패했기에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는 지금까지도 시장에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다. 그 사이 삼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선택했고,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우며 최고의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왜 또 옴니아의 영혼이 삼성전자에 돈을 요구하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운영체제 이름이 아닌, 작동개념
마이크로소프트는 2008년 당시 버전 6.1에 달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윈도CE라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었다. 윈도CE의 최초 등장은 1996년이었으며, 모바일 디바이스에 탑재되어 각종 센서를 컨트롤하는 실험을 그때부터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조600억원에 이르는 로열티를 삼성에 요구하는 이유는 미국 등록특허 제6,370,566호(이하 566특허)로 대표되는 ‘오래된 스마트폰 특허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566특허는 1998년 4월에 출원되어 등록된 특허로서, 모바일 기기의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다양한 디바이스에 동기화시켜주는 기술을 담고 있는 전가의 보도 중에서도 최상급 칼이다. 시간이 흘러 10년 뒤인 2008년에서야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제대로 열리면서 일정 동기화 프로그램이 스마트폰 필수기능이 되었고 운영체제 이름이 안드로이드이건, iOS건, 타이젠이건, 566특허와 같은 오래된 윈도CE 시절의 특허권들을 무시하고 실행될 수는 없게된 것이다. 
이왕이면 곰보다는 왕서방이 되고 싶은 것이 모두의 마음일 것이므로, 아이디어로 21세기 왕서방이 되는 3가지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왕서방 전략1. 시장이 생기기 전에 아이디어를 던져라
1998년이면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기 한참 전이다. 모바일 운영체제로서 점유율 자체는 안드로이드와 iOS에 밀렸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모바일 디바이스로 구현가능한 거의 대부분의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출원을 공격적으로 해둔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허 알박기’의 선구자였고 투자에 대한 이익환수를 특허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한 것이다. 제품생산은 삼성전자가 하지만 매출액 중 상당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로열티로 지급되는 구조는 재주를 부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돈을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시장이 생기기 전에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하여 권리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특허로 돈을 벌고자 한다면 최소한 3년 내지 5년 후에 어떤 시장이 생길 것인지를 대략적으로 계산하고, 그 시장에 보편화될 기술을 예상하여 집중적으로 ‘특허 알박기’를 해야 한다. 시장이 활성화되고 난 후에 출원된 특허들은 큰 돈을 벌어다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볼때 아직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 분야의 특허는 잠재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왕서방 전략2. 나의 아이디어를 남이 사용하게 하라
특허가 보호하고 있는 발명이 업계에서 보편적인 기술이 되었을 때, 특허는 파급력을 가진다. 특정 기술이 보편화된 경우 경쟁자들로서는 그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초기에 특허를 등록받았다고 해서 바로 경쟁자들에게 경고장을 날려 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아무래도 경고장을 받은 경쟁자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때문에 해당 특허가 보호하고 있는 발명과 관련된 부분을 실시하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해당 발명과 관련된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허로 크게 돈을 벌고자 한다면 일단 경쟁자들에게 우리가 보유한 특허가 보호하고 있는 발명을 실시하게끔 유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고기그물인 나의 특허만 강력하다면 그물을 천천히 거두어들이는 것이 물고기를 더 많이 잡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특허전략에서는 먼저 시장을 키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왕서방 전략3. 큰 시장에 미리 알을 박아라
특허는 어차피 독점권이고 ‘경쟁자가 댓가 없이 그 아이디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다. 각 나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1개의 특허권을 등록받으면 그 나라에서는 그 특허권자만이 그 아이디어를 실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특허권의 가치는 시장규모에 비례하게 되고, 5000만명의 인구가 사는 국가에서 받은 특허권보다 13억명의 인구가 사는 국가에서 받은 특허권의 가치가 더 크다. 이왕 특허로 큰 돈을 벌고 싶다면, 큰 시장을 중심으로 특허출원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과 미국은 놓쳐서는 안 되는 큰 시장이다. 곰이 같은 내용의 재주를 부리더라도, 구경꾼이 많을수록 왕서방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스마트폰 가격의 30%가 특허료 등의 로열티라고 한다. 물론, 원천특허 보유기업들이 해당 원천특허들을 미리 중국에 등록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스마트폰은 그 30%의 로열티를 내지 않음으로써 저가에 좋은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로열티로 인한 한국기업들의 상대적인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 중국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국의 특허제도가 강력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그러한 것과 같이 기술선진국이 될수록 특허권의 보호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 내지 10년을 생각하여 트렌드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아이디어 전략을 세워 특허경영을 하는 기업이 미래의 왕서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왕서방인 마이크로소프트가 1998년에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