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의 의혹에 해답이 담겼다. 물론 반도체 시장은 팽창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3분기 20.3%였던 반도체 부문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비중은 올해 2분기 25.9%로 높아졌고, 3분기에는 5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반도체 인프라가 삼성전자의 미래를 모두 책임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반도체 시장은 외부의 변화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영역이다. PC용과 모바일이 다르고, 자동차나 기타 다른 사업에 소요되는 반도체도 분초단위로 변한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결국 자체적 성장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업의 발전에 따른 ‘하위적 성장’의 개념이 강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모든 것을 건다? 어리석은 행동이다. 차라리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업군을 미리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반도체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챙기는 것이 안정적이고 실리적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삼성전자는 이미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평택과 낸드플래시의 발전, D램 양산이라는 엄청난 반도체 인프라를 보유한 상태에서, 이러한 반도체 사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엄밀히 말해 그곳에서 파생되고 진화한 스마트홈이다. IFA 2014에서 삼성전자가 엄청나게 강조한 바로 IT의 미래 결정체다.
스마트홈이라는 개념은 결국 사물인터넷을 기점으로 각자 ‘연결된’ 가전기기의 총합이다. 생활밀착형 플랫폼이다. 여기서 10월 1일 출범한 다음카카오가 유난히 ‘연결’을 강조하며 이를 차세대 먹거리로 강조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연결’은 ‘산업’이며, 모든 것의 ‘총합’이다.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으로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유의 지평선 너머를 본다
전사는 깨진 도끼를 고쳐 새로운 도약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검을 대장간에서 녹여 전혀 새로운 무기로 만들 것이다. 그 무기가 어떤 하이테크 무기가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검을 상회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최근 전사는, 아니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미국 공조제품 전문 유통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인 프린터온을 사들여 B2B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B2B 사업은 향후 삼성전자의 주요 전략에서 ‘트리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 협력체인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OIC)에 가입했으며 구글이 주도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 협력체인 스레드(thread)그룹에도 몸 담고 있다. 심지어 한때 신수종 사업으로 칭송하던 태양광 사업을 버리고(엄밀히 말하면 잠시 접어두고) 사물인터넷에 집중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는 하드웨어 분야를 벗어나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강화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하드웨어 제품력에 필적할 만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최근 ‘소프트웨어센터’를 신설했으며 부품(DS)부문의 소프트웨어 컨트롤타워인 ‘소프트웨어연구소’와 미국 벤처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담당하는 ‘삼성 전략·혁신센터(Strategy &Innovation Center)’까지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하드웨어 발 스마트기기 생태계 구축과 더불어 예측할 수 없는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와 더불어 삼성SDI, 삼성전기의 시너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삼선전자의 무선사업부 부진이 다른 계열사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으로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도약이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줄 수있다.
삼성SDI는 올해 5월 일본 니치콘과 약 1조원 규모의 가정용 ESS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8월에는 중국 선그로우와 ESS 합자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또 10월에는 미국 GCN과 25MWh 규모의 상업용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 부품 공급을 책임지는 관계로,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던 삼성전기는 스마트폰과 관련이 덜 한 ESL로 새로운 수익 기반을 찾고 있다. 향후 ESL도 사물인터넷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의외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집중했다. 하지만 반도체에 집중한 이유는 무선사업부의 부진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스마트홈으로 대표되는 무한의 ‘연결’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도약을 꿈꾸기 위해 반도체 역량을 키운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대로 무선사업부의 부진이 삼성전자의 존폐를 흔들 수는 없다. 결국 전략이다. 큰 그림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 집중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